트랙스 '착한 가격'이 독 됐나… 트레일블레이저와 '불협화음'

편은지 2023. 11. 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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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 올해 2만대 판매 눈앞
'원조 효자' 트·블, 부분변경에도 월 500대 겨우 넘겨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 ⓒ한국GM

한국GM이 올해 3월 내놓은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가 높은 가성비를 무기로 쾌속 항진하고 있다. 하지만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낸 게 문제다. 원조 효자 차종이었던 트레일블레이저는 부분변경 모델 출시에도 불구하고 트랙스에 밀려 판매량이 주저앉았다.

두 차종이 서로 판매량을 높여주며 시너지를 낼 것이란 예상이 빗나가면서 한국GM의 트랙스 의존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이 지난 3월 출시한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가 올해 판매량 2만대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고객 인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4월부터 지난달까지 트랙스의 판매량은 1만9713대로, 월 평균 3300대 가량 팔린 것이다.

평균적으로 신차 출시 이후 판매량이 높아지는 '신차효과'가 3~4개월 가량 지속되는 것을 감안하면 트랙스의 신차효과 수명은 길다. 2000만원대의 저렴한 가격 승부수가 최근 높아지는 신차 가격과 맞물려 소비심리를 자극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트랙스의 가성비가 너무 뛰어난 나머지 원조 효자 차종이었던 트레일블레이저가 부분변경 효과 마저 누리지 못했단 점이다. 지난 2020년 첫 출시된 트레일블레이저는 트랙스가 있기 전 한국GM을 겨우 먹여 살린 효자모델로, 올해 7월 4년 만에 부분변경을 거쳤다.

트레일블레이저는 7월 부분변경 이후 고객인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8월부터 지난달까지 3개월 간 총 1728대 판매되는 데 그쳤다. 월 평균 570대 가량 판매된 셈이다. 트레일블레이저는 2020년엔 2만887대를, 2021년엔 1만8286대를 판매하면서 월평균 1000대는 거뜬히 넘기던 모델이었다.

쉐보레 더 뉴 트레일블레이저 ⓒ한국GM

트랙스에 가린 트레일블레이저의 아쉬운 신차효과는 국내 뿐 아니라 글로벌 판매 추이에서도 잘 드러난다. 매달 2만대에서 많게는 3만대 이상 선적하는 트랙스와 달리 트레일블레이저는 해외 판매량 역시 1만5000대 수준에 그치고 있어서다.

이는 트랙스의 인기에 힘입어 트레일블레이저 부분변경 모델까지 시너지를 얻을 것으로 기대했던 한국GM의 전략이 빗나간 것이기도 하다. 앞서 지난 7월 트레일블레이저 출시 당시 한국GM은 트랙스를 론칭한 이후 트레일블레이저 판매량이 증가한 것을 이유로 들어 두 차종 간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정정윤 한국GM 최고마케팅책임자(전무)는 당시 트레일블레이저 출시 행사에서 "마케팅 전략을 세울 때 두 차종간의 간섭효과에 대해 당연히 고민했다"면서도 "트랙스를 론칭한 이후 오히려 트레일블레이저의 판매가 1월 대비 3배 증가했다. 판매간섭에 대한 걱정은 숫자(판매량)가 증명하며, '시너지 효과'가 분명히 있다고 본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부분변경 트레일블레이저의 판매량이 월 500대 수준에 그침에 따라 정 전무가 언급한 '시너지 효과'는 할인 판매 효과였음이 확실해졌다. 한국GM은 트레일블레이저 부분변경을 앞두고 지난 3월부터 재고 물량 소진을 위해 차량 가격을 최대 300만원가량 할인해주는 프로모션을 진행한 바 있다.

이에 트레일블레이저의 판매량은 지난 4월엔 1042대, 5월엔 946대, 6월엔 849대 판매되며 3달 간 판매량이 1월(430대) 대비 2배 이상 뛰었다. 부분변경에 따른 가격 상승을 우려한 소비자들이 프로모션 기간에 전작 모델을 대거 구매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너지 전략 실패는 트랙스와 1000만원 이상 벌어지는 가격을 소비자들에게 충분히 납득시키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트레일블레이저는 기존 모델 대비 200만원 가량 가격을 높인 대신 옵션과 고급감 등을 높이면서 상품성을 내세웠다. 하지만 기존에도 동급 경쟁모델 대비 다소 높았던 수준의 가격이 한 차례 더 상승하면서 소비자들의 관심은 상품보다는 가격에 집중됐다.

여기에 옵션과 내장재 등이 다소 저렴하더라도 같은 집안 아래 2000만원대의 트랙스가 있다는 점은 오히려 트랙스를 선택하도록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트랙스와 트레일블레이저는 소형 CUV와 소형 SUV로 차급이 같고, 생김새 역시 비슷하다.

이에 따라 판매 전략에 대한 한국GM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돈 되는 트레일블레이저의 판매량이 기대를 밑돌면서 트랙스를 통한 박리다매를 이어가야하는 데다, 트랙스 단일 모델에 대한 의존도가 자꾸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올 3월부터 트랙스가 생산 차질을 겪거나 수출 물량이 많아질 경우 한국GM의 내수 전체 판매량은 크게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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