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바흐·롤스로이스에 웬 연두색? 잘나가는 럭셔리카 고민
세계 3대 명차로 꼽히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 럭셔리 라인인 마이바흐가 내년 중순 세계 최초로 서울 강남에 브랜드센터를 연다. 마이바흐 차량을 직접 타보는 것은 물론 마이바흐 명장이 일대일 맞춤형으로 차량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공간이다.
5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들이 경쟁적으로 국내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한 대에 수억원을 호가하는 럭셔리카 시장이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고급 전시·판매장 개설, 아트 마케팅 등을 통해 주목도를 높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내년부터 출고가격 8000만원 이상 법인 차량에 적용되는 ‘연두색 번호판’이 판매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달리는 예술품 150대 중 20대 한국에”
럭셔리카 업계는 최근 국내에 신차 판대 배정을 늘리고 있다. 마이바흐는 ‘달리는 예술작품’을 표방하며 전 세계에 150대만 출시한 오뜨부아튀르 한정판 에디션을 국내에 20대 할당했다. 마이바흐 관계자는 “한국은 전 세계에서 마이바흐가 두 번째로 많이 팔리는 나라”라며 “(20대 배정은) 한국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청담역 인근에 독립 건물로 조성되는 마이바흐 서울 브랜드센터의 ‘맞수’는 롤스로이스 ‘프라이빗 오피스’가 될 전망이다. 내년 상반기 오픈 예정인 프라이빗 센터는 비스포크(맞춤형) 서비스 거점이다. 구매자는 제작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물론, 내 차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모든 과정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롤스로이스 비스포크 거점도 내년 오픈
이 회사 관계자는 “영국 굿우드 롤스로이스에서 파견된 비스포크 디자이너와 매니저가 구매자에게 세심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한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처음으로 프라이빗 오피스를 여는 국가”라고 말했다. 이제는 익숙하고 평범한 것을 넘어 ‘나만의 럭셔리’를 선호하는 만큼, 색상이나 시트 소재 등을 개인의 취향대로 선택해 조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앞서 토스텐 뮐러 오트보쉬 롤스로이스 최고경영자(CEO)는 한국에 대해 “롤스로이스가 추구하는 정신에 대한 이해가 빠르고, 성장도 남다른 중요한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롤스로이스는 지난 6월 기본 가격이 6억원대인 첫 전동화 모델 스펙터를 아시아 지역에서 최초로 공개했다. 당시 사전 예약률이 아시아 1위를 기록할 정도로 호응도 뜨거웠다.
럭셔리카 업체의 CEO가 연이어 한국을 찾고, ‘세계 최초’의 전시장을 개설하며 신차를 우선 배정하는 것은 그만큼 실적이 좋아서다. 또 새로운 기술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가 높아 테스트 베드로 삼기에도 한국이 안성맞춤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수입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에만 국내에서 럭셔리카가 2066대 팔렸다. 하루 11.3대꼴이다. 2020년 1182대에서 지난해엔 3373대로 1.85배로 커진 바 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는 4000대 안팎에 이를 전망이다. 국내에서 지난 4월 기준 대당 3억원이 넘는 초고가 승용차가 6000대를 넘어섰다는 자료(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있다.
벤틀리 큐브에선 26억짜리 바투르 공개
지난 3월에는 세계 최초로 플래그십 전시장 ‘벤틀리 큐브’가 서울 강남에 문을 열었다. 이곳에서 26억원짜리 벤틀리 뮬리너(비스포크 서비스) 바투르가 아시아 최초로 공개됐다. 크리스티안 슐릭 벤틀리 상무는 “나만의 특별한 벤틀리를 원하는 고객의 니즈를 완벽하게 충족시키는 ‘원 앤드 온리 벤틀리’ 전략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국내 예술가와 협업한 한정판 컨티넨탈 GT ‘코리아 리미티드 에디션’ 모델을 선보였다. 추상화가인 하태임 작가의 작품에서 색상 5가지를 추출해 차량의 몸체 하단이나 시트 스티치 등에 적용하는 방식이다. 외관 색상(아이스‧블랙 크리스털) 2가지와의 조합으로 단 10대가 출시된다. 가격은 4억원대로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애스턴마틴은 ‘Q 바이애스턴마틴’을, 맥라렌은 ‘맥라렌 MSO’를, 페라리는 ‘테일러 메이드’를, 마세라티는 ‘마세라티 푸오세리에’를 통해 각각 맞춤형 옵션을 제공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남다른 맞춤 제작 기능을 확보해 차별화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고 전했다.
내년 ‘연두색 번호판’ 도입‘…전망 엇갈려
하지만 이 같은 럭셔리카의 판매 고공행진이 ‘올해까지’라는 관측도 있다. 내년 1월부터는 법인이 8000만원 이상인 차량을 업무용으로 새로 구매·리스·렌털하는 경우 기존 흰색이 아닌 ‘연두색’ 번호판을 달아야 해서다. 개인이 법인 차량을 사적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낙인 찍기’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팔린 럭셔리카의 70~80%는 법인 소유다. 구매비와 보험료·유류비 등을 모두 법인이 부담하는 데다 연간 15000만원까지 경비 처리(세금 감면)가 가능하다. 법인 전용 번호판 도입은 지난 대선 때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었다.
연두색 번호판 도입은 당초 9월 예정이었으나 내년으로 연기됐다. 정부의 법인차 번호판 적용이 럭셔리카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익명을 원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연두색 번호판’을 소급 적용하지 않기로 하면서 럭셔리카 판매가 올해에 특히 급증한 것”이라며 “내년부터는 판도가 상당히 달라질 듯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 시장은 이미 벤츠와 BMW 양강 체제로 좁혀졌다. 여기에서 다시 럭셔리카로 옮겨가는 중이다. 수억원대 고가 차량의 판매 호조세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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