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별미 '양미리' 풍어인데…"조업 중단" 동해 어민 울린 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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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미리 '풍어'에 오랜만에 항구 활기
지난 1일 오전 강원 강릉시 주문진항. 주민 10여명이 동해안 겨울 대표 생선인 양미리를 그물에서 떼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조업에 나선 어선들이 17~18㎝ 크기의 양미리를 가득 싣고 들어오자 항구는 활기가 넘쳤다. 이날 양미리를 잡기 위해 조업에 나선 어선은 9척. 잡힌 양미리는 16t에 달했다.
한 어민은 “양미리 조업이 시작되면서 주문진 항구가 활기를 되찾았다”며 “양미리를 그물에서 떼어내는 작업이 힘든데도 어획량이 워낙 많다 보니 작업장에 웃음이 가득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11월 첫 조업에서 풍어를 알렸지만, 양미리 조업은 안타깝게도 이날 이후 당분간 중단됐다. 이날 잡힌 양미리 상당수가 곤쟁이를 먹은 것으로 확인돼서다. 곤쟁이는 새우와 모양이 비슷하고 크기가 1∼2㎝로 작은 갑각류다. 주로 양미리(까나리)와 오징어 등이 잡아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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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미리 살 오른 뒤 조업 나설 예정
곤쟁이를 먹은 양미리는 부패가 빨라 보관이 어렵다고 한다. 이에 따라 강릉시양미리협회는 어민들과 협의를 통해 오는 7일까지 조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양미리가 먹이를 충분히 먹고 사이즈가 커지고 살이 오른 뒤 조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사이즈가 20㎝ 이상 커져 성체가 되면 곤쟁이를 덜 먹는 시기가 온다고 한다.
양미리는 어린 새끼 때 모레 밑에 있는 미생물을 먹고 자란다. 이후 성장하면서 곤쟁이와 해초 등을 먹고 20㎝가 넘는 성체가 된다.
강진형 강릉시양미리협회 본부장은 “양미리는 비늘이 없기 때문에 요즘처럼 기온이 오르면 선도가 금방 떨어진다”며 “기온이 낮아지는 다음 주 초에 다시 조업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24일 속초시양미리자망협회도 속초 앞바다에서 올해 들어 첫 양미리 조업에 나섰다. 7척의 어선이 속초 앞바다로 조업에 나서 4.2t을 잡았다. 하지만 당시 바다 수온이 양미리 조업을 본격화하기에는 다소 높아 한동안 조업을 중단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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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온 10~13도로 낮아져야 많이 잡혀
양미리 조업은 보통 바다 수온이 10~13도 정도일 때 성황을 이루지만 현재 수온은 이보다 높은 상황이다. 어민들은 본격 조업 시기를 수온이 떨어지는 11월 중순으로 예상한다. 양미리 조업이 시작되면서 주문진항과 속초항 양미리 난장은 관광객 등 손님맞이 채비를 마쳤다.
양미리는 구이나 조림 등으로 맛있게 먹을 수 있어 도루묵과 함께 동해안 대표적 겨울 별미다. 강원 동해안에서 매년 가을에서 겨울철에 흔하게 잡힌다. 그런데 동해안에서 잡힌 양미리는 실제로는 양미리가 아니다. 전혀 다른 어종인 ‘까나리’다.
양미리는 큰가시고기목 양미릿과에 속하고, 까나리는 농어목 까나릿과에 속해 엄연히 다르다. 개체 수에서도 연안에서 많이 잡히는 까나리와 비교해 양미리는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적다. 하지만 동해안에서는 오래전부터 까나리를 양미리로 불러왔다. 까나리는 서해와 남해안에서, 양미리는 동해안에서 서식하는 것으로 잘못 알려진 데다 생김새와 잡히는 시기가 같기 때문이다.
한편 지난해 속초항에선 양미리 어획량이 크게 늘었다. 속초시와 속초시수협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15일부터 12월 30일까지 속초항 양미리 어획량은 923t으로, 전년도 595t보다 328t이 증가했다. 이에 따라 어획고도 19억 9000여만원으로 전년도보다 5억 5000여만원이 늘었다.
강릉=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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