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청동 초입, 부담 없는 미술 산책은 ‘금호미술관’에서!
‘전시의 성지’라고 불리는 길목이 있다. 전통 예술과 현대 예술이 공존하는 서울 삼청동이다.
삼청동 초입부이자 경복궁 옆에는 금호미술관이 있다. 34년 동안 자리를 지키며 재능있는 신예 작가와 한국 미술을 대표하는 중견작가의 작업을 꾸준히 소개해 왔다. 강정하 선임 큐레이터와 지난 6일 오후 금호미술관에서 만나 미술관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해 물어보았다.
금호미술관은 현대 미술의 전체적인 흐름에 주목한 기획전을 개최하고 있다. 강 큐레이터는 “꼭 짚어야 하는 현대의 키워드를 주제로 선정한다”며 현시대의 변화와 이슈를 주로 다룬다고 덧붙였다.
금호미술관은 전시를 기획할 때 현실적인 부분도 빼놓지 않는다. 현실적인 부분이란 신선하고 실험적인 작업을 보여주는 젊은 작가의 발굴과 육성이다. 금호미술관은 금호영아티스트 프로그램을 통해 신예 작가를 발굴하고 전시를 지원하고 있다. 금호문화재단은 현재까지 총 21회의 공모를 통해 95명의 작가를 선정하여 개인전 개최 등의 혜택을 제공했다.
금호미술관에서는 2021년 큐레이터부터 운영진까지 대대적인 변화가 있었다. 금호미술관은 놓치고 있는 부분이 없는지 스스로 질문을 던지며 새로운 정체성을 찾아가고 있다. 강 큐레이터는 국공립미술관보다 자유롭고, 미술시장보다 실험적인 작업을 소개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사립미술관으로서의 역할을 다시 바라봤다.
강 큐레이터는 “금호미술관은 제약에서 벗어나 좋은 작가들을 다양하게 선보일 수 있는 자리”라고 말했다. 그는 “사상, 연령, 지역, 장르에 치우치지 않은 전시를 추구한다. 11월 기획전은 미술계가 예전에 비해 연령대가 높아진 경향을 반영하여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금호미술관은 공공미술관으로서의 가치를 실현하고 있다. 강 큐레이터는 공공미술관의 의미는 시대의 변화에 대한 인식부터 시작한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는 미술이 소수의 문화였지만 대중의 참여가 늘어나면서 대중과의 소통 없이는 미술관이 존재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강 큐레이터는 “그렇다고 대중적인 전시가 공공성을 뜻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가 정의하는 공공성은 관람객을 향한다. 전시를 기획할 때 관람객의 선호만을 반영할 수는 없기 때문에 관람객을 ‘위한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금호미술관은 관람객이 작품을 받아들이는 방법에 집중했다. 강 큐레이터는 “금호미술관은 관람객의 시선을 생각하고 쉽게 감상할 수 있도록 돕는다. 관람객이 주제에 잘 접근하려면 미술관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쉬운 전달을 위해 전시 리플렛, 오디오 가이드 등의 관람 보조 도구를 특별히 신경 쓴다.
금호미술관은 전시 연계 특별 강연, 작가와의 대화, 어린이 워크숍 등의 다양한 전시 연계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강 큐레이터는 프로그램을 일반 대중과 어린이들이 쉽게 전시를 이해할 수 있는 통로라고 정의했다. 이어서 “최근 플랫폼의 성장으로 강좌를 들을 기회가 다양해진 점에 주목하며 차별점을 고민했다. 금호미술관은 아티스트 토크 진행 방식의 변화에서 미술관 강좌로서 차별점을 찾았다”고 언급했다.
금호미술관은 올해부터 금호영아티스트 토크를 매주 1명씩 진행하고 있다. 강 큐레이터는 “한 작가의 열정으로 1시간 반을 오롯이 채운다. 작가가 소화할 수 있을까? 관람객의 호응은 괜찮을까? 걱정이 많았는데 오히려 다른 프로그램들보다 반응이 좋았다”며 웃었다.
그는 “작업에 대한 깊은 이야기를 작가의 목소리로 직접 듣는 기회를 특별하게 여기며 자리를 꽉 채워주셨다”며 특히 미술과 관련된 꿈을 가진 어린 학생들이 많아서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이어서 “작가와 관람객을 이어주는 다리로서의 미술관의 책임을 다시 되새겼다”고 덧붙였다.
강 큐레이터는 작은 아이가 와서 화가가 처음이라며 떨면서 사진 찍던 일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는 “금호라는 이름을 빼도 된다. 이해나 설명을 위한 곳보다는 부모님, 친구들과 함께 견학하기 좋은 곳으로 생각해 주면 좋겠다. 자유롭게 놀러 올 수 있는 친근한 미술관이면 된다”고 바랐다.
강 큐레이터는 금호미술관의 차별점을 내적 요인과 외적 요인으로 나눠 설명했다. 내적인 차별점은 금호미술관의 자취와 역사다. 금호문화재단은 2005년부터 신진 작가들이 작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창작 공간을 지원하는 이천 창작스튜디오를 운영했다. 이천 창작스튜디오는 금호영아티스트 프로그램과 더불어 ‘금호’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생각날 수 있는 작가들을 배출했다. 그는 “작가들 자체로 한국 미술의 주요 흐름을 살펴볼 수 있다. 미술관 밖에서도 금호미술관의 정신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외적인 차별점은 공간과 위치다. 금호미술관은 김태수 건축가가 만든 4층의 미니멀한 건물이다. 강 큐레이터는 “층이 구별되고 하얀 벽이 길게 주어진 클래식한 미술관이다. 요즘 특색있는 전시장들이 많은데 기본에 충실한 공간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특별해졌다”고 말했다.
이해하기 쉬운 관람 동선과 부담 없는 전시장 크기를 장점으로 꼽는다. 그는 “크고 넓으면 관람자에게 오는 시간과 체력적 부담이 있고, 소규모는 빠르게 끝나버리는 아쉬움이 있다. 금호미술관은 그 중간 지점에 위치한다. 편하게 전시에 빠져들어 작품에만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경복궁 돌담 맞은편에 자리한 위치적 특성은 관람객 유입에 있어 굉장히 행복한 부분이라고 말을 이었다. 강 큐레이터는 “96년도부터 사간동의 메인 스트리트에 자리 잡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국제갤러리 등이 위치한 전시 성지의 도입부다. 접근성이 좋아서 금호미술관에서의 전시가 꿈이라고 말씀하시는 작가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역사와 공간적 특징은 금호미술관의 클래식한 정체성을 만들었다. 강 큐레이터가 금호미술관을 ‘미술관의 정석’이라 소개한 이유다.
금호미술관을 한 단어로 정의해달라는 말에 강 큐레이터의 생각이 깊어졌다. 오랜 고민 끝에 그는 “금호미술관은 미술계를 함께 받쳐주는 기둥이자 주춧돌이다. 굳건하고 꾸준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랜 시간 함께한 동료 미술관들을 언급했다. 강 큐레이터는 “동료애를 느낀다. 미술계를 위해 각자의 역할을 고민한다. 그 고민과 실천의 조각들이 맞춰져서 한국미술이 나아간다”고 말했다. 이어서 “우리가 맡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계속해서 존재 자체로 힘이 되는 미술관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금호미술관은 관람객들에게 어떻게 비치기를 원할까.
강 큐레이터는 “한결같이 꾸준한 미술관, 동시대를 살아가는 작가의 작업을 편히 볼 수 있는 곳, 더 열린 공간이면 좋겠다”면서 “어느 때 와도, 어느 전시를 봐도 좋다는 관람객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정보를 찾아보고 가지 않아도 되는 기본적인 믿음이 있는 곳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기간 : 23.11.24.~24.2.4.
참여작가 : 도성욱, 송은영, 신선주, 유현미, 윤정선, 이만나, 정보영
금호미술관의 11월 기획전은 중견 작가 7인의 작품 세계를 다룬다.
이번 전시에서는 회화, 사진 등 회화적 성격이 강한 평면 작품을 선보인다.
도시와 자연, 일상의 주변 풍경부터 초현실적 공간의 여러 상황들까지 마주하며
익숙한 듯 보이지만 낯선 감각을 일깨울 수 있는 시간을 기대한다.
회화는 아직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금호미술관에서 그 이야기를 들어보자.
김지혜 인턴기자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마약혐의’ 이선균, 경찰조사 종료… 나오며 전한 말은
- “폐경을 완경으로, 출처는 나무위키”… 난리난 조별과제
- “여자는 집에서 애나 낳아라” 중국의 저출산 전략
- “다 쓴 컵홀더·빨대로 투표”…분리배출, 밸런스게임으로 풀다
- “42살 남현희, 몰랐을 리 없다… 미필적 고의 인정될 상황”
- 전청조 “임신? 가슴수술하란 것도 남현희”…돌연 ‘훌렁’
- “남현희, 벤틀리 증여세는?”…국세청장 향한 국회 질의
- 산골 지적장애 여성에 ‘성폭행’ 혐의…그 아재들 최후
- “유모차라는데 굳이 ‘유아차’?” ‘핑계고’ 자막 두고 ‘시끌’
- [단독] “너, 대림동 조선족 아니?”… 영화보다 잔혹한 협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