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귀환' 준비하는 민주당 전직 대표들

김은지 2023. 11. 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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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추미애 연일 현안 입장 표명에
'총선 출마'·'차기 대권' 채비 시선 쏠려
송영길 전 대표는 '돈봉투 사건'에 험로
박지현도 "李에 조만간 연락, 송파을 출마"
이낙연 당시 총괄선대위원장과 송영길 대표, 추미애 명예선대위원장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지난해 3월 9일 의원회관 개표 상황실에서 방송 3사의 대선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며 환호하고 있다. ⓒ뉴시스

내년 총선을 6개월가량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전직 대표들의 이름이 정치권 안팎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이낙연·추미애·송영길 세 명의 정치인은 모두 민주당 대표를 지냈는데, 최근 이들이 정치 행보의 보폭을 적극적으로 넓히면서, 차기 총선에서 어떤 역할을 할 지가 관심의 대상이다.

세 사람이 지향하는 방향성과 활동 보폭에는 각각 차이가 있다. 활동 폭을 넓히는 것과 별개로, 이미 꽃길이 아닌 '험로'에 놓이며 '정치 생명이 경각에 달렸다'는 평가를 받는 이도 있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전직 대표들은 최근 현안에 관한 입장 표명이 잦아졌다. 당장 '신중한 행보'를 지향해 오던 이낙연 전 대표의 변화 조짐부터 감지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김포 서울 편입'에 대해 여당을 겨냥해선 "위험하고 무책임한 도박"이라고 하고, 친정인 민주당을 향해서도 "찬반 입장을 내놓지 않은 것은 당당하지 않은 것"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이 전 대표는 당내 비명(비이재명)계의 마땅한 구심점이 없는 상태에서 일각으로부터 '역할론'을 요구받고 있다. 입지가 전보다는 줄었다고는 해도, 현재 비명계 중에서는 유일한 대권 잠룡으로 평가받는 인물임을 부정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이번 총선 정국에서 어떤 역할을 할 지가 이 전 대표의 차기 대권 향방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이재명 대표의 '재판 리스크'가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재명 체제가 위태로워지기라도 할 경우를 우려하는 당내 여론도 있다.

이 전 대표의 최근 행보를 두고는 '예열중'이란 진단이 나오고 있다. 이 전 대표 자신 또한 "정계에서 은퇴한 적이 없다"라는 입장을 보인 바 있다. 이 전 대표는 공식적인 복귀 시점을 확정하기에 앞서 일단은 강연 정치에 치중한다는 입장이다. 이 전 대표는 이달 8일에는 숭실대, 9일 고려대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대한민국 생존전략'을 주제로 내건 강연을 한다.

서울 광진을에서 5선(15·16·18·19·20대)을 기록했던 추미애 상임고문도 활발한 정치 행보를 펴고 있다. 추 상임고문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집회에 참석하는 것뿐 아니라, '정권심판론'으로 집중 조명받았던 10·11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과정에서 '당내 원로'로서 나서는 등 존재감을 발휘한 바 있다.

추 상임고문을 둘러싸고는 현역 고민정 의원이 있는 '광진을 복귀설'과 함께 그 이웃 지역구인 광진갑에 나선다는 설이 병존한다. 추 상임고문은 이재명 대표의 극성 지지층인 개혁의딸(개딸)로부터도 열렬한 응원을 받고 있다. 이재명 대표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에는 '출마를 환영한다' '정말 감동적인 추장군 늘 그늘진 곳엔 꼭 함께하신다' '추장군 그립네요' '고민정보다 추미애 장관이 좋아요' 라는 게시글이 올라오는 등 친명 지지자 내부의 우호 여론이 상당하다.

하지만 추 상임고문이 법무부 장관을 지내던 시절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과 대립각을 세웠던 점은 부담 요소라는 관측이다. 추 상임고문은 윤 전 총장을 부각시켜 대통령까지 만들었다는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당내 친명계인 진성준 의원이 추 상임고문을 비롯한 민주당 간판급 정치인들에게 "선당후사 정신으로 험지출마 결단을 내려 줄 것을 주문"했다는 점 역시 앞으로의 행보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송영길 전 대표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지만 다른 전직 대표들에 비해서는 '험로'를 마주한 상태다. 송영길 전 대표의 출마론이 자가발전 형태로 번지자 "송 전 대표는 이제 그만하셔야 한다"는 고언(苦言)까지 등장했다.

송 전 대표는 오는 9일 종로 조계사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송영길의 선전포고' 서울 북콘서트를 연다. 송 전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일정을 알리며 "이후에도 전국을 돌며 북콘서트를 순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환난과 시련에도 함께 해준 여러분이 큰 힘이 된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최근 '검찰 범죄 카르텔 전체주의 세력의 심장을 찌르겠다'라고 나서는 등 자신의 정치생명 연장을 위해 반(反) 검찰 행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송 전 대표는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수수사건'과 관련해 지난 4월 당을 탈당했고, 수사선상에 올라 있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3선 이원욱 의원은 "지도자의 태도에서 첫 번째로 필요한 것이 '희생정신'"이라며 "송 전 대표의 계속되는 잘못된 발언과 과잉된 태도는 본인의 몰락뿐만 아니라 386세력에 대한 불신을 배가할 것이다. 나아가 민주당의 도덕성 상실까지 가져올 것이며 총선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해 7월 15일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당대표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박 전 위원장은 "썩은 곳은 도려내고 구멍 난 곳은 메우겠다. 서민들이 한숨을 위로하고 따뜻한 용기를 불어넣는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데일리안 DB

이외에도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내년 총선에서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현역인 서울 송파을 지역구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박 전 위원장은 민주당 주류 세력에서 벗어났다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최근 이재명 대표와의 접점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박 전 위원장은 지난해 20대 대선에서 민주당이 패배한 후 이재명 대표의 추천으로 윤호중 의원과 함께 공동비대위원장으로서 당을 이끈 바 있다. 하지만 6·1 지방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82일이란 짧은 시간만에 비대위원장직에서 내려왔다.

비대위원장직을 수행할 당시에는 당내 운동권 출신 주류 세력을 겨냥해 '586그룹 용퇴론'을 언급하며 비난에 직면했고, 이재명 대표의 첫 번째 체포동의안 표결 정국이었던 지난 2월에는 "민주당과 국민과 민주주의를 살리는 길은 이 대표의 희생밖에 없다"라는 입장을 표명했다가 친명 성향 당원들로부터 출당 압박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 9월 이 대표의 단식 현장을 찾아 눈물을 흘리면서, 이 때를 기점으로 분위기 반전 기회를 모색하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박 전 위원장은 이재명 대표의 단식투쟁 당시 이 대표를 찾아 눈물을 보이며 "단식이 끝나면 회복식을 만들어드리겠다"고 했다.

박 전 위원장은 최근 KBS라디오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당시의 경험을 강조함과 동시에 "(송파을이) 민주당의 확장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곳"이라고 했다. 그는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것은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다"며 "(이 대표에게) 조만간 연락을 드려보지 않을까 싶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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