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신학교…살아 남으려면 상상하라
교회와 신학이 살아남으려면 신자유주의를 넘어서는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기독교학회(회장 임성빈)가 ‘대전환시대, 신학교육의 변화를 말하다’라는 주제로 개최한 학술대회에서다.
이학준 미국 풀러 신학교 석좌교수는 4일 서울 광진구 장신대 한경직기념관에서 열린 한국기독교신학회 학술대회에서 주제강연에 나섰다. 이 교수는 ‘대전환의 시대’를 대표하는 네 가지 변화로 신자유주의 세계화 디지털화 포스트모더니즘을 꼽으면서 “이 네 가지 중 어떤 것도 기존의 교회 형태에 우호적인 것은 없다”고 단언했다.
미국의 무종교인의 비율이 30%를 넘은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교회 생태계의 위기는 신학교육의 생태계도 이어진다. 이 교수는 “미국 신학교들은 학생 유치를 위해 온라인과 대면 수업을 동시에 제공하는가 하면 학생들의 학비와 수업일수, 이수학점을 최대한 줄이고 있다”며 “전통적인 3년 과정의 목회학 석사(M.Div) 과정 대신 2년 과정의 신학석사를 택하는 학생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중 목회보다 더 안정적인 채플린(기관 목회자)이나 비영리단체로 진로를 선택하는 신학생이 늘어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교수는 또 “학교마다 평신도를 위한 비학위 프로그램을 확충하고 경영학 법학 사회복지 등 이중학위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도 한다”며 “한마디로 학생들에게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의식이 커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국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 교수는 “가뜩이나 종교 일반이 구조적으로 어려운 시대인데 한국의 개신교회는 변화와 개혁을 거부하고 내부 관습을 따라가며 양적 성장에 관심을 둔다”며 “이런 모습으로 인해 민심이 교회에 등을 돌린 지 오래됐다. 그 결과 한국 신학교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제 우리는 신자유주의가 가져온 해체성과 변화, 생태계와 인간 위기의 시대에 ‘기독교는 무엇인가’ ‘교회는 무엇인가’ ‘신학교와 신학교육이 왜 필요한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며 “현재 인류에게 필요한 새로운 영적-도덕적 상상력을 만드는 작업이 신학자들에게 주어진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본회퍼의 지하신학교’가 한가지 대안으로 제시됐다. 지하신학교는 나치 치하에서 종전 이후 새로운 유럽을 꿈꾸는 대안적 공동체였다. 본회퍼는 뜻을 같이하는 고백교회가 보낸 학생들과 함께 먹고 자고 공부하고 명상하고 토론했고 음악과 운동을 즐겼다. 이 교수는 “이 학교에는 깊은 신학적 탐구와 삶의 나눔이 있었다”며 “크지는 않았지만, 지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삶을 공유하는 공동체였다”고 소개했다. 이어 “앞으로의 신학교육은 머리만이 아닌 몸으로 가는 교육, 몸을 통해 가슴이 변화되는 교육이 돼야 한다”며 “앞으로 한국 사회 곳곳에 이런 지하신학교들이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편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한국기독교학회 50주년을 기념하는 시간으로 마련됐다. 여는 예배에서는 희년을 맞아 학회원 전체가 공동기도문을 낭독했다. 참가자들은 “각자의 학회 교단 전공 학교라는 틀에 묶이기보다 진리의 주님을 중심으로 모여 참된 연합과 학문의 풍성한 열매를 거두게 해 달라”고 간구했다. 이들은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시시각각으로 악화 하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을 비롯해 이념과 종교 경제와 정치적 이기심에 물들어 있는 분열의 시대가 끝나고 참된 평강의 역사가 시작될 수 있도록 인도해 달라”고 기도했다.
예배 설교를 전한 김지철 소망교회 은퇴목사는 “오늘 신학 동지들에게 다시 기본으로 돌아갈 것을 요청한다”며 “사람을 변화시키고 역사를 변혁하는 근원은 십자가에 달린 그리스도다. 그리스도를 향한 신학적 경탄을 우리 마음속에 회복하자”고 권면했다.
글·사진=손동준 기자 sd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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