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텍스프리, 유커 올수록 이익 껑충…세금 환급 매출 1위 [영업이익 강소기업] (81)
하늘길이 열리면서 외국인 관광객이 대거 들어오고 있다. 이들을 맞이하기 위해 서울 시내 곳곳에 ‘면세(Tax Free)’라는 간판이 선명한 매장이 하나둘 늘고 있다. 면세 쇼핑 매장을 이용하는 외국인은 쇼핑 후 공항에서 세금을 환급받거나 아예 부가가치세·개별소비세 등이 면제된 가격으로 물품을 구매하기도 한다.
면세 매장이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인프라가 세금 환급 시스템이다. 상장사 글로벌텍스프리(이하 GTF)가 돈을 버는 방법이 여기에 있다. 코로나19가 극심할 때는 110억원가량(2020년, 개별 기준) 적자를 내는 등 어려웠다. 그러다 올해 초 고공 성장을 시작해 9월에는 국내 택스 리펀드 사업 부문 매출액만 월간 기준 최초로 50억원을 돌파했다. 창사 이래 최대 월 매출액이다. 영업이익도 발군이다. 지난해까지 적자를 기록했지만 올해 1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2분기에는 매출액 229억원, 영업이익 38억원으로 약 15% 영업이익률을 기록 중이다. 증권가는 GTF가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는다.
GTF 어떤 회사
국내 1위 세금 환급 대행사
GTF는 2005년 설립된 아시아 최초 세금 환급(Tax Refund) 대행 사업자다. 창립 당시 사명은 ‘택스프리코리아’. 정부가 외국 관광객 유치 확대를 목적으로 사후면세점 제도를 시행하면서 물품을 구입한 외국인 관광객에게 내국세 환급을 대행해주는 업체 수요가 생겨난 게 창업 배경이다. 아시아 최초라는 타이틀이 붙은 이유는 이전까지만 해도 이 시장을 유럽계 회사가 독점하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매출 구조는 단순하다. 회사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개별적으로 국세청에 세금 환급을 신청해야 하는 절차를 간소화해주고 환급금 회수 기간을 줄여주는 대행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신 환급 금액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받는다. 수수료가 곧 매출인 셈이다.
2019년 국내 경쟁 사업자(케이티스)의 택스 리펀드 사업을 인수하면서 한국 최대 내국세 환급 사업자가 됐다. 해외에도 진출했다. 싱가포르의 경우 관문 공항인 창이국제공항 중앙환급창구 단독 운영 사업권을 따냈으며 현지 2위 사업자인 프리미어택스프리(Premier Tax Free) 사업을 양수(사업권 이전)하는 등 점차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유럽 시장은 프랑스 현지 업체인 ‘심플리택스프리(Simply Tax Free)’ 인수가 시작이다. 일본에서도 주요 백화점, 쇼핑몰에서 환급 창구를 계속 늘려나가고 있다.
최대주주는 문양근 전 브레인콘텐츠 회장이다. 그는 브레인콘텐츠를 매각한 돈으로 2021년 코로나19로 신음하는 GTF에 자금 수혈(유상증자 참여)을 하면서 대주주가 됐다. 지금은 변호사 출신 강진원 대표가 CEO를 맡고 있다.
국내외 사업장 많아 관광객 늘면 이익
올해 분기 영업이익률 15%를 달성한 GTF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수년 내 연결 기준 매출액 2000억원, 영업이익 500억원, 시가총액 1조원을 목표로 전력투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진원 대표는 이런 자신감 배경을 “크게 3가지 때문”이라고 말했다.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통한 국내 1위 사업자로서 매출 극대화가 하나, 인력 효율화·즉시 환급 등 환급 간편화를 통한 비용 구조 개선이 또 하나, 싱가포르, 프랑스 등 해외 사업 안정화가 마지막 하나다.
GTF는 한국에서 시장점유율 60% 이상을 자랑한다. 국내 1위 사업자다 보니 외국 관광객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매출과 이익이 극대화되는 구조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상황이 딱 그랬다. 당시 관광객 수가 약 1740만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찍으면서 월매출이 한때 48억원에 달할 정도로 회사가 잘나갔다. 당연히 이익률도 좋았다. 이 사업은 초기에는 시스템 구축비용이 많이 들지만 일단 설치가 끝나면 이후에는 이용객과 금액에 비례해서 이익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일명 영업 레버리지 효과(잠깐용어 참조)가 발동하는 덕분이다. 2019년 당시는 M&A까지 완료해둔 상태라 가맹점 국내 1위 위상을 톡톡히 누릴 수 있었다.
IT 고도화를 통해 세금 환급 효율을 높인 것도 이익률 극대화에 한몫했다. 택스 리펀드 시장에서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됐던 부분은 환급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점. 시내 면세점에서 산 제품을 공항 창구에서 영수증과 여권을 일일이 대조하며 확인한 후 환급받게 하는 구조였던 탓이다. 과정이 복잡하다 보니 그냥 포기하고 돌아가거나 아예 물건을 구입하지 않겠다는 이도 많았다.
GTF는 과감하게 IT 기술에 투자해 기존 공항 환급으로만 이뤄지던 내국세 환급 방법을 즉시 환급, 시내 환급, 시내 키오스크 환급, 온라인 환급(알리페이, 유니온페이, 위쳇페이 등) 등 다양한 방식으로 바꿨다. 외국인 관광객 입장에서는 쇼핑과 환급이 편리해지니 더 많이 소비할 수 있게 됐고 이는 고스란히 GTF의 이익으로 돌아왔다. 이뿐인가. 내년부터는 외국인 환급 가능 물품 금액이 3만원 이상에서 1만5000원 이상으로 낮아지고 시내 환급 한도(1회)도 500만원에서 600만원으로 상향되는 등 보다 쇼핑 친화적으로 제도가 바뀐다. 그만큼 GTF 입장에서는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다는 의미다.
해외 사업이 점차 안정화되고 있다는 점도 회사 입장에서는 고무적이다. 곽민정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2024년 파리 올림픽 개막 예정인 프랑스 등 해외 법인 실적을 포함하면, 글로벌텍스프리의 연결 실적 성장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6년 사드 사태 때 매출 급감
다만 대외 변수에 발목 잡힐 일이 많다는 점은 큰 변수다. 특히 외교 문제 비화, 전 세계를 휩쓰는 감염병 발발 등 각종 사건에 일희일비할 가능성이 높다. 단적인 예가 2016년 사드 사태다. 한창 중국 관광객이 많이 오던 때였는데 사드 설치와 미중 갈등 심화로 갑자기 중국 내 한한령 움직임이 나타났다. 이로 인해 중국 관광객 수가 급감하면서 당장 매출에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코로나19 때는 더욱 심각했다. 회사 관계자는 “위기 상황에서 비용 관리를 위해 즉시 환급 비중 확대, 장비 고도화 등 소모성 비용 효율화에 집중했고 시장 회복기에 대비해 M&A 등 다양한 노력 끝에 정상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강진원 대표는 “또 언제 예상치 못한 위기 상황이 올지 모르니 리스크를 분산시키기 위해 해외 사업장을 더욱 늘리고 또 강화하려 한다”며 “국내 1위에 만족하지 않고 월드클래스 사업자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말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32호 (2023.11.01~2023.11.0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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