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엔 강한데… 맥주만 먹으면 취하는 까닭

오상훈 기자 2023. 11. 4.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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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기는 도수와 비례한다고 여기기 쉽다.

그런데 도수가 센 소주보다 맥주, 와인 등 도수가 낮은 술에 취약한 사람들이 있다.

소주처럼 도수가 높은 술에는 아세트알데하이드 함량이 적다.

한편, 술을 마셨을 때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이라면 취기와 무관하게 술을 자제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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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클립아트코리아
취기는 도수와 비례한다고 여기기 쉽다. 그런데 도수가 센 소주보다 맥주, 와인 등 도수가 낮은 술에 취약한 사람들이 있다. 왜 그런 걸까?

취기의 원인은 ‘아세트알데하이드’라는 물질이다. 알코올보다 10~30배 독성이 강해, 체내에 남아있으면 얼굴을 붉히고 속을 메스껍게 하는 등 숙취를 유발한다. 게다가 알코올 분해 효소(ADH)와 결합해 알코올이 분해되는 것을 막는다. 다시 말해 체내에 아세트알데하이드가 많으면 ‘혈중알코올농도’가 떨어지지 않아 취기가 발생한다.

아세트알데하이드는 보통 알코올이 분해되면서 만들어진다. 체내로 들어온 알코올은 간에 도달하면 ADH에 의해 아세트알데하이드로 분해된다. 숙취는 아세트알데하이드가 다시 아세트알데하이드 분해 효소(ALDH)에 의해 아세트산과 물로 분해되고 나서야 해소된다.

그런데 아세트알데하이드는 술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발생한다. 맥주, 와인, 막걸리 등의 발효주는 알코올을 생성하기 위해 쌀, 과실 등을 발효시키는데 이때 여러 미생물이 화학작용을 일으킨다. 좋은 성분도 만들어지지만 아세트알데하이드와 같은 불순물도 만들어진다. 즉, 맥주나 와인을 마시면 술 자체에 들어 있는 아세트알데하이드가 먼저 체내로 들어오는 셈이기 때문에 알코올 분해 효소가 빠르게 약화할 가능성이 있다.

소주처럼 도수가 높은 술에는 아세트알데하이드 함량이 적다. 특히 위스키, 보드카 등은 여과와 증류 과정을 거쳐 불순물이 제거되기 때문에 발효주와 비교했을 때 취기와 숙취가 적을 수 있다. 따라서 술에 덜 취하기 위해 도수가 약한 술부터 마시라는 건 근거 없는 속설이다. 다만 사람마다 알코올을 분해하는 능력이 다르기 때문에 모두에게 같다고 하기엔 어렵다. 

주종별 알코올 도수와 아세트알데하이드 농도./사진=책 '학교도 병원도 알려주지 않는 술 한 잔의 의학'

한편, 술을 마셨을 때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이라면 취기와 무관하게 술을 자제하는 게 좋다. 아세트알데하이드를 분해하는 ALDH가 부족하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분해 효소가 부족해 혈관이 확장되면서 얼굴 등 피부가 붉어지는 것이다. 미국 국립알코올연구소(NIAAA)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음주 후 얼굴이 붉어지는 증상이 있는 사람들은 식도암 발병률이 붉어지지 않는 사람들보다 6~10배 정도, 대장암 발병률이 6배 정도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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