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묵적으로 성폭력 조장"…말 많던 조혼 폐지한 페루

김현정 2023. 11. 4.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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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페루에서 14세 이상 청소년에게 적용되던 조혼이 폐지된다.

그동안 이 제도는 성폭력 피해를 본 미성년자에게 혼인을 강요하기 위해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페루에서는 14세 이상 청소년이 자녀를 두고 있거나 임신한 상태라면 부모의 동의와 법원 판단을 통해 혼인할 수 있다.

지난달 유엔인구기금은 페루 미성년자 성폭력 수준이 심각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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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 강간 불처벌 통로로 악용돼

남미 페루에서 14세 이상 청소년에게 적용되던 조혼이 폐지된다. 그동안 이 제도는 성폭력 피해를 본 미성년자에게 혼인을 강요하기 위해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3일(현지시간) 페루 국회 홈페이지 및 여성·취약인구부(여성부)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따르면 페루 국회는 전날 저녁 본회의를 열어 미성년자와의 결혼을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페루 원주민의 모습.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이미지출처=픽사베이]

루이스 아라곤 카레뇨 의원(민중행동당)과 플로르 파블로 메디나 의원(보라당)이 지난 3월과 9월에 각각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은 결혼 가능 연령을 민법상 성년 나이인 18세부터로 정했다. 또 이미 결혼한 미성년자라도 본인이 원한다면 제삼자의 개입 없이 혼인 취소 청구를 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았다.

페루 국회는 2007년 서로 동의만 하면 성관계할 수 있는 나이를 17세에서 14세로 낮춘 바 있다. 이 때문에 결혼 가능 연령도 14세 이상으로 해석됐다. 페루에서는 14세 이상 청소년이 자녀를 두고 있거나 임신한 상태라면 부모의 동의와 법원 판단을 통해 혼인할 수 있다.

이 조항은 원주민 조혼 관습을 반영한 것이기는 하나 다른 한편으로는 미성년 여성에 대한 성인 남성의 성폭력 불처벌 통로로도 악용돼 왔다. 또 성적 학대를 당해 임신한 미성년 여성이 결혼을 강요당하는 사례도 적지 않게 발생해 인권 단체를 중심으로 법안 개정을 요구하는 사회적 목소리가 커졌다.

루이스 아라곤 카레뇨 의원은 "조혼은 암묵적으로 성폭력을 조장하는 악화로 작용한다"며 "이를 금지하는 것은 우리 소녀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하네트 리바스 차카라 의원(자유페루당)도 "미성년자의 결혼은 성 중립적이지 않다"면서 "학교 중퇴, 가족 내 폭력이나 따돌림, 건강 악화 등 그 영향이 여성에게 더 크기 때문"이라고 했다.

페루 여성부는 개정안 통과에 대해 "청소년 권리 수호를 위한 이정표를 세운 역사적인 날"이라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난시 톨렌티노 여성부 장관은 RPP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튼튼한 국가를 만들기 위해선 우리 소녀들이 학업을 마치고 기술직이나 대학에서 경력을 쌓고 폭력 없는 미래를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정안은 입법 절차를 사실상 마무리했으며 디나 볼루아르테 대통령 서명만 남겨둔 상태다.

지난달 유엔인구기금은 페루 미성년자 성폭력 수준이 심각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유엔인구기금은 이 보고서에서 "페루에서는 매일 최대 11명의 10~14세 소녀가 임신하고 그중 4명이 엄마가 된다"며 "다수는 성적 학대에 따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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