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터뷰] '포항의 왕의 되겠다'던 김종우, FA컵 MVP 타고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풋볼리스트=포항] 김희준 기자= 김종우는 자신이 포항의 왕이 되려면 아직 멀었다고 생각했다.

4일 포항스틸야드에서 2023 하나원큐 대한축구협회(FA)컵 결승전을 치른 포항스틸러스가 전북현대를 4-2로 꺾고 10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한찬희, 제카, 김종우, 홍윤상이 골을 넣어 송민규와 구스타보가 득점하는 데 그친 전북을 제압했다.

포항이 홈에서 11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마지막 우승은 2013년이지만, 당시에는 전북 홈에서 결승 2차전이 진행됐었다.

김종우의 수훈도 빼놓을 수 없다. 김종우는 이날 중원에서 공수 양면에서 활약하며 포항이 쉽사리 무너지지 않도록 버텨줬고, 후반 33분에는 승부를 결정짓는 완벽한 중거리 골까지 기록했다. 경기 후에는 FA컵 최우수 선수로 수상되는 영예도 안았다.

그렇다보니 올 시즌 입단 당시 말했던 "포항의 왕이 되겠다"는 발언이 자연스럽게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김종우는 포항으로 이적한 뒤 해당 발언을 했고, 부침을 겪기는 했지만 어느 정도 그 말을 실현시켰다.

김종우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해당 발언을 떠올리고 고개를 저었다. "사람이 말을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김기동 감독님도 언제 왕 될 거냐고 계속 말했다"며 웃은 뒤 "아직 한참 멀었다. 시즌은 끝나가지만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더 하려 한다"고 말했다. 김 감독도 "이번에 골을 넣어 왕이 돼봐라 했는데 진짜 골을 넣었다"며 힘을 실어줬다.

김종우에게도 이번 우승은 뜻깊었다. 수원삼성에서 2019년 FA컵 우승을 함께한 바 있지만 당시에는 주축 선수가 아니었다. 주전으로 뛰면서 우승컵을 들어올린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김종우는 "리그 우승은 못했지만 FA컵만은 가져오자고 하며 선수들이 하나됐었다. 선수들이 끝까지 하나로 뭉쳤던 게 승리를 가져온 요인인 것 같다"고 말했다.

부상으로 세 달 정도 팀에 보탬이 되지 못한 짐도 털 수 있었다. 김종우는 기자회견 내내 부상을 언급하며 "감독님, 팬, 구단 모두에 미안한 마음이었는데 조금이나마 씻어낸 것 같다"며 "부상에서 돌아와서 감독님과 동료들이 자신감을 불어넣어줬다. 그게 간절함과 더해져 오늘 발휘된 것 같다. MVP를 받았지만 내가 받을 상은 아닌 것 같다. 동료들과 감독님에게 감사한 마음"이라며 모든 공을 동료들과 김 감독에게 돌렸다.

김종우는 앞으로도 포항을 위해 헌신할 생각이다. 올 시즌에도 공격형 미드필더에서 중앙 미드필더 내지 수비형 미드필더에 가까운 포지션에서 궂은 일을 도맡았다.

김종우는 "아직도 익숙하지만은 않지만 감독님이 원하는 스타일대로 바꾸고자 한다. 수비적으로 공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포항을 위해 모든 역할을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한국프로축구연맹 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