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DA, 中 항암제에 이례적인 첫 승인 내준 이유

쥔스 바이오사이언스 '로크토르지' 일부 승인
"美 의약품 부족 사태로 해외에 눈 돌려"

중국 제약사가 개발한 면역항암제가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첫 승인을 받았다.

4일 블룸버그 통신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 쥔스 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달 27일 자사가 개발한 면역항암제 '로크토르지'(Loqtorzi)가 미국 FDA의 승인을 받았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중국 제약사가 개발한 항암 치료제 로크토르지[사진=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로크토르지는 글로벌 제약사 머크사의 '키트루다'나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MS)의 '옵디보'와 유사한 암 치료제로 면역체계에 제동을 거는 인간 세포 예정사 단백질-1(PD-1: human programmed cell death protein 1)을 억제하는 면역관문 억제제에 속한다. 성분명은 토리팔리맙(Toripalimab)이다.

중국에서는 2018년 말 승인돼 키트루다나 옵디보의 저렴한 대체 약으로 쓰이고 있다. 중국에서는 흔한 암의 치료제로 승인됐으나, 미국에서는 코와 입의 뒤쪽 조직에 영향을 끼치는 비인두암 등 희귀 종양의 치료에 제한적 허가를 받았다.

블룸버그는 "세계에서 가장 수익성이 좋은 미국 시장 진출을 모색해 온 중국 제약사 중 이례적인 성공"이라며 "오랜 기간 임상시험의 품질 등을 둘러싼 의문에 직면해온 중국 제약사들에 획기적인 사건"이라고 평했다.

또 "지난해 FDA는 다른 중국 두 제약사의 암 치료제에 대한 승인을 거부했다"며 "해당 약은 이미 중국에서 사용 허가가 났지만, FDA는 그들의 임상 데이터가 비중국인 환자를 충분히 대표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고 밝혔다.

SCMP는 로크토르지의 FDA 승인에 대해 "미국은 글로벌 제약업계를 선도해왔지만 최근 의약품 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며 "지난 9월 백악관은 제조와 공급망 문제로 15종의 항암 치료제 부족 사태에 직면했다고 밝혔다"고 짚었다.

이어 "많은 이들은 미국이 자체 약 생산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반대로) 중국을 눈여겨볼 것이라는 점을 예상하지 못했다"며 "미국의 의약품 위기 속 중국의 혁신적인 항암제가 미국 시장에 역사적인 진출을 했다"고 평가했다.

미국은 지난해 2월 중국 최대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업체인 우시바이오를 수출 통제 대상인 '미검증 리스트'(unverified list)에 올렸다. 이에 미국의 대중국 수출 통제가 의약업계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같은 해 10월 우시바이오는 미 상무부 관리들이 장쑤성에 있는 자회사를 현장 실사한 후 자사가 '미검증 명단'에서 해제됐다고 밝혔다.

이소진 기자 adsurdis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