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비용 절약할 수 있는 DTx, 정밀·예측의료까지 나아갈 수 있을까

이춘희 2023. 11. 4. 16:5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2호 국산 디지털 치료기기(DTx)'가 올해 들어 승인되면서 DTx가 의료 발전에 어떠한 효과를 가져올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1호 승인으로부터 9달이 돼가고 있지만 아직도 국내 첫 처방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DTx가 실제 도입되면 환자가 그동안 부담해야 했던 시간·비용 부담을 줄이는 한편 치료 효과를 높이는 예측·정밀 의료로까지 나아갈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왔다.

독일, 급여 등재 DTx 통해 '무료로 빠른 치료' 가능해

크리스티안 필립 앙게른(Chritian Philipp Angern) 심패티언트(Sympatinet) 대표는 3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서 삼성서울병원 스마트헬스케어연구소·디지털치료연구센터 주최로 열린 '미래 의학에서의 혁신적인 디지털 및 전자 치료법(Innovative Digital&Electronic Therapeutics in Future Medicine DTx)' 심포지엄에서 DTx의 가장 큰 장점으로 '(급여를 통해) 무료로 빠르게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그는 "독일에서는 코로나19 이전에도 정신과 치료에 대한 엄청난 수요가 있었고, 4~6개월을 대기해야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며 "아직도 유럽에서 정신질환 환자 중 1억여명은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DTx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수많은 환자의 증상이 악화하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는 점도 짚었다. 앙게른 대표는 "사회공포증이 있다면 빈맥, 떨림 등의 증상을 피하기 위해 자신들을 고립시키고, 일을 나가지 못하게 된다"며 "그러면 더 많은 증상을 불러일으키는 '악질적 불안 순환'이 생길 수 있는 만큼 이를 깨트려야 한다"고 말했다.

크리스티안 필립 앙게른 독일 심패티언트 대표가 3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서 삼성서울병원 스마트헬스케어연구소·디지털치료연구센터 주최로 열린 '미래 의학에서의 혁신적인 디지털 및 전자 치료법' 심포지엄에서 강연하고 있다. [사진=이춘희 기자]

심패티언트의 불안·우울증 DTx '인비르토(Invirto)'는 이 같은 악순환을 깨트리기 위한 '노출 치료(exposure therapy)'를 위해 개발됐다. 사용자가 스마트폰에 애플리케이션(앱)을 다운받고, 스마트폰을 활용해 가상현실(VR)을 볼 수 있는 스마트폰 VR기기를 통해 슈퍼마켓, 엘리베이터, 지하철 등 환자들이 노출되기 꺼리는 상황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게 한다. 실제 현실 세계에서 진행한다면 수많은 자원이 투입되고, 환자가 치료를 받기 위해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하지만 인비르토를 활용하면 집에서 이 모든 것을 할 수 있게 된다. 앙게른 대표는 "이렇게 함으로써 이들의 두려움이 소변을 보거나 방귀를 뀌는 것 같은 사소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며 "대부분에게는 평범한 일이지만 이들에게는 견딜 수 없는 일이었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를 견딜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고 전했다.

인비트로는 불안 척도에서 뚜렷한 개선 효과를 보이며 독일의 DTx 진흥책인 '디지털헬스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램(DiGA)'을 통해 영구 급여 등재에 성공한 상태다. 앙게른 대표는 "수년간의 임상 연구를 통해 인비르토가 고전적 치료만큼 효과적일 수 있다는 걸 봤다"며 "궁극적으로 환자가 집에서 완전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많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DiGA는 허가 후 1년간 제조사가 제시한 가격으로 급여를 통해 DTx 처방을 받도록 하는 혁신적인 급여 지원책을 운영하고 있다. 이 기간 확보한 실세계 데이터(RWD)가 좋다면 영구 급여 등재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RWD가 좋지 않다면 바로 퇴출당하기도 한다. 앙게른 대표는 "5000명 이상의 환자를 치료했고, 10명 중 9명은 치료에 만족했다"며 "VR 구성요소 등이 있음에도 98%는 DTx가 쓰기 쉽다고 평가했다"고 환자의 만족도도 높았다고 강조했다.

아날로그에서는 불가능한 실시간 자료 수집…'예측의료' 단초될까

올해 들어 1·2호 국산 DTx가 잇따라 승인을 받기는 했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이처럼 상용화된 DTx는 전무한 상태다. 이에 국내에서 개발·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는 DTx 업체들은 '정밀한 예측 의료'를 DTx의 이점으로 내세웠다. 기존의 아날로그 방식으로는 알기 어려웠던 실시간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DTx의 특징을 살려 이를 토대로 환자의 상황을 예측하고, 이에 맞춘 조치가 가능해지도록 한다는 구상을 이들은 앞세웠다.

연속혈당측정(CGM) 기반의 자동화된 인슐린 치료 DTx를 개발하고 있는 진상만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CGM을 통해 새로운 당뇨병 의료 서비스 시장이 열리고 있다"면서도 "이는 CGM 데이터를 개인의 의료 상황에 맞춰 자동으로 분석·해석할 수 있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고 운을 띄웠다. 혈당이 급속히 치솟는 '혈당 스파이크' 등의 혈당 패턴을 일반인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쉽사리 알기는 어려운 만큼 관련해 전문적인 조언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진 교수는 "현재 41개의 혈당 이상 징후를 자동 탐지할 수 있다"며 "스마트인슐린 펜(SIP) 회사와 협업해 혈당 정보를 받아 구동하는 소프트웨어 연동하고, 앱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사용 건수별로 과금하는 사업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를 통해 사용자의 혈당 수치를 자동으로 분석해 그때그때 정확히 필요한 만큼의 인슐린만을 주입해주는 '5단계 SIP'를 단기적으로는 개발해내고, 장기적으로는 식사 분석 알고리즘을 통해 당뇨병 환자의 개인화된 식사 가이드까지 개발한다는 게 진 교수의 구상이다.

안강모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3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서 삼성서울병원 스마트헬스케어연구소·디지털치료연구센터 주최로 열린 '미래 의학에서의 혁신적인 디지털 및 전자 치료법' 심포지엄에서 강연하고 있다. [사진=이춘희 기자]

소아알레르기질환 관련 DTx를 개발하고 있는 안강모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역시 DTx를 통해 아토피 피부질환과 관련한 다양한 요인들을 선별하고 이에 맞춘 치료가 가능하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는 "아토피는 환경 영향을 많이 받는데 온도, 습도, 먼지, 오존 등의 기상요건이나 대기오염이 원인"이라며 "아토피의 원인이 복합적인 만큼 치료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DTx를 활용하면 다양한 요인 중 이 환자에게는 어떤 요인이 중심 요인인지 등을 분석할 수 있는 만큼 더 적절한 치료와 환자의 증상이 심해질 수 있다는 경고까지 할 수 있다는 게 안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실내외 환경을 사물 인터넷(IoT) 센서와 공공 대기 센서 등을 통해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만약 미세먼지 수치와 증상 점수가 같이 움직인다면 이는 미세먼지 노출에 민감한 환자라는 것인 만큼 미세먼지 수준에 따라 환자가 어떻게 될지 예측하고 이를 알려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강성지 "아무도 따라올 수 없는 제품 만들어야"…연결 통한 진화로 '미래 의학' 꿈꿔

불면증 DTx '웰트(WELT)-I'를 개발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2호 DTx로 승인을 받은 웰트의 강성지 대표는 DTx의 경쟁력은 '진화'에 있다며 이를 통해 정밀 의료와 예측 의료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을 짚었다. 그는 현재 쓰이는 스마트폰 외에도 스마트워치, 스마트반지 등 다양한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도움이 될만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측정기기로 활용하는 웰트-I '버전 2.0'을 위한 웨어러블 연동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24시간 동안, 병원 밖에서도 치료를 위한 연결이 끊어지는 걸 최소화하는 게 '미래 의학'을 만들어가는 해법"이라고 전했다.

강성지 웰트 대표가 3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서 삼성서울병원 스마트헬스케어연구소·디지털치료연구센터 주최로 열린 '미래 의학에서의 혁신적인 디지털 및 전자 치료법' 심포지엄에서 강연하고 있다. [사진=이춘희 기자]

또한 현재 떠오르고 있는 거대 언어 모델(LLM) 등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방식의 진화도 상정했다. 기존의 DTx에 탑재됐던 단순한 챗봇 수준의 AI를 넘어 실질적으로 환자가 그날 밤 잠을 잘 잘 수 있을지 같은 내용을 알려주는 등 다음 단계의 활용을 꿈꾸는 것이다. 강 대표는 LLM의 수준이 올라가 마치 진짜 의사와 대화하는 수준까지 가게 된다면 모든 치료의 가장 큰 고민 점인 복약순응도 면에서도 상당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그는 AI의 오작동 등으로 인해 제기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또 다른 AI로 통제·검증할 수 있으리라고 봤다. 그는 "AI를 인간처럼 통제하려고 하면 안 된다고 본다"며 "새로운 혁신적인 것을 구현할 때마다 AI로 통제하고 검증하는 시도를 해보려 한다"고 전했다.

유럽에는 마치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같은 '디지털 시밀러' 전략을 활용하고, 미국에서는 약과 결합하는 'DD(약+DTx) 콤보' 전략을 해외 진출 전략으로 제시한 강 대표는 결국 최고의 힘은 경쟁력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최고의 시장접근 전략은 아무도 따라올 수 없는 제품"이라며 "환자들이 필요로 하는 지점을 기술로써 만들어내고 우위를 지켜내는 게 최고의 전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