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티스트] 희진 "아이돌 하길 참 잘했다" ②
수많은 아이돌, 그 안에는 자신만의 예술을 창작하거나 표현하는 아티스트들이 존재합니다. 나아가 홀로서기에 성공한 아티스트들은 자신만의 예술을 더욱 확장시켜 나갑니다. 멤버 '개인'을 아티스트로 집중 조명하는 엑스포츠뉴스만의 기획 인터뷰 '아이돌티스트'. 엑스포츠뉴스가 만난 '아이돌티스트' 열네 번째 주인공은 첫 솔로 앨범을 들고 돌아온 희진입니다. <편집자주>
(엑스포츠뉴스 조혜진 기자) ([아이돌티스트]①에 이어) 시간이 갈수록, 또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서도 "아이돌 하길 잘했다" 생각이 든다는 희진은 지난달 31일 첫 미니앨범 'K(케이)'를 발매, '아이돌'로서 활동을 이어간다.
2016년 이달의 소녀로 데뷔한 지 약 7년 만에 정식으로 솔로 활동을 펼치게 된 것. 희진도 그만큼 애정을 갖고 앨범 작업에 깊게 관여했다. 이달의 소녀 초기 기획부터 참여했던 프로듀서인 현 소속사 모드하우스 정병기 대표가 희진에게 '솔로를 내게 되면 이런 콘셉트를 무조건 시키고 싶다'던 결과물이 바로 'K'다.
앨범명은 '코리아(Korea)'를 뜻한다. K팝 시장이 넓어지는 만큼, 앨범 구성품에도 한국적인 요소들을 넣었고 티저와 뮤직비디오에서도 한복을 입고 한국의 미를 뽐내는 희진을 만날 수 있다. 앨범은 7년 전 낸 솔로 데뷔 싱글 '비비드(ViViD)'의 연장선이라고도 했다. "많이 성장했을 것"이라는 희진은 "(그때의) 제가 부족했던 점을 제가 알고 있기 때문에 자신 있다. (그때와 비교해) 딱히 걱정이 되지는 않는다. 그때는 1부터 10까지 어렵게 느껴졌다면, 이번엔 편안하게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부족했던 점들을 보완했음을 확신했다.
적극적으로 의견을 낼만큼 성장하기도 했다. "'희진'이라는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노력을 했던 것 같다"는 그는 자신의 '밝은 이미지' 자체를 보여주고자 했다. 때문에 앨범 곳곳에도 흔적을 남겼다. 앨범 디자인에 참여하고, 구성품 문구도 쓰고, 이미지 셀렉도 직접 했다. 의상에도 참여했는데, "흔한 스타일을 원치 않는" 대표의 의견에 맞춰 유행하는 크롭티에 조거팬츠를 입는 대신, 반대로 상의를 크게 입는 스타일의 사진을 모아 건넸다고. 이 모든 것들을 설명하면서 희진은 "앨범 자체가 희진 자체"라고 표현했다.
녹음과 퍼포먼스까지, 곡을 만드는 과정에도 희진의 생각이 반영됐다. 그는 "(타이틀곡이) 이지리스닝 곡이라 '지루해지면 안 된다'하는 부분을 신경 써서 리드미컬한 부분을 살렸다"고 녹음 포인트를 밝혔다. 곡과 함께 보여줄 무대를 위해서는 "퍼포먼스도 챙기면서, 비주얼 적인 부분을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을 신경 썼다"며 "둘 다 가져가겠다"는 자신감도 보였다.
인트로를 제외하고 총 4곡의 작사에도 참여했다. 유일하게 작사하지 않은 곡도 "가사가 너무 빨리 나와서" 참여하지 못했다고. 희진은 작가로서 한 곡씩 비하인드를 밝혔다. 타이틀곡 '알고리즘(Algorithm)'은 제목이 정해진 상태에서 가사를 붙였다. 희진은 "인터넷이 발달돼 어딜 가든 알고리즘으로 연결돼있다 보니, 널 잊고 싶은데 계속 연관된 게 뜬다는 내용"이라며 "대표님이 알고리즘에 대한 내용을 써주면 좋겠다 하셨다. 너무 현대적인 단어이다 보니 어떻게 풀어야 할까 고민을 했고, (쓰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비디오 게임(Video Game)'이라는 곡을 처음 받았을 땐 '주먹왕 랄프'라는 애니메이션을 떠올렸다. 덕분에 "빨리 작업을 했다"는 희진은 "7월쯤에 받은 곡이다. 새벽에 갑자기 생각이 나서 빠르게 하루 만에 썼다. 가사를 보면 '왜 주먹왕 랄프가 떠올랐는지 알겠다'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딕션(Addiction)'은 같은 소속사 후배 그룹인 트리플에스의 타이틀곡이 될 뻔한 곡으로, 희진은 "이 곡을 들려달라고 요청을 해서 받아온 곡이라 (트리플에스에게) 미안하다"고 밝히기도. 가사는 의외로 야식을 먹다가 떠올랐다. 희진은 "새벽 세 시쯤에 먹는 야식이 너무 습관이 됐나 보다. '야식에 중독이 된 건가?' 하면서 쓴 가사다. (당시) 제로 콜라를 마시고 있었는데, 그걸 사랑에 연관시켜서 쓴 곡"이라고 밝혀 흥미를 안겼다.
'노키아(Nokia)'는 트리플에스 박소현과 정 대표가 함께 작업했다. 덕분에 '노키아'가 "세계적으로 많이 썼던 핸드폰 중에 하나"라는 걸 알았고, 가사에는 "이제는 단종되고 없는 폰처럼, 너는 내 곁에 없다"는 이별 노래의 내용을 담을 수 있었다.
직접 참여했기에 만족도도 높다. 지난해 발매한 솔로곡 '어니스트리(Honestly)'의 소개글에는 '그룹 활동을 하다 보면 음색을 곡의 방향성에 맞춰야 할 때가 많다'는 솔직한 이야기가 담긴 바. 이번엔 희진의 음색에 꼭 맞췄다. 만족도가 높은 또 다른 이유는 "3분 내내 제 목소리만 나온다"는 것. 같은 이유로 더 어렵기도 했다. 희진은 "옛날엔 제 파트에만 집중하면 됐는데 이번엔 3분 내내 모든 걸 다 신경 쓰고 녹음해야 했다. 그래서 (작업이) 더 오래 걸린 부분도 있다"며 타이틀곡은 무려 6번의 수정 녹음을 거쳤다고 했다.
희진은 여러 인터뷰에서 '저음의 목소리'를 자신의 매력 포인트로 꼽기도. 이에 대해 그는 "어렸을 때는 콤플렉스였는데, 시간이 지나면서는 매력인 것 같다. 흔한 스타일은 아니니 저한테 더 플러스가 된 부분도 있다"며 "노래할 땐 저음이 아니긴 하지만 음역대가 낮은 곡들에서 편안한 저음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저음 대신 꼽을 수 있는 '솔로 희진'의 매력으로는 자신 있게 "한 번 보면 잊히지 않는 얼굴"이라 말했다. 그는 "한 번에 각인될 수 있는 이미지"라고도 부연했다.
이달의 소녀로 데뷔 후에도 희진은 '믹스나인', '퀸덤2' 등 계속해서 실력을 증명해야 하는 서바이벌에 던져졌다. '믹스나인' 때를 떠올리던 희진은 "그땐 (스스로 봐도) '무대를 즐길 생각이 없군' 싶었다. 이겨야겠구나라는 생각만 했다"고 했다. 스스로를 몰아붙이면서도 자신을 지켜낼 수 있던 희진의 동력은 '무대'였다.
"준비하는 과정은 너무 복잡하고 힘든 게 늘 항상 있다"면서도, "무대를 하고 나면 그게 큰 에너지가 된다. 타이트한 스케줄에도 무대에 서면 체력적으로는 기가 빨리지만 정신적으로는 맑아지더라"고 무대에 애정을 보였다. 그 순간만큼은 '최상'의 컨디션이 된다는 희진은 "(활동이) 기름 같은 역할을 한다. 일로 받은 스트레스를 일로 푸는 느낌"이라고도 했다.
일에 진심인 덕분인지 희진은 다재다능함으로 '육각형 아이돌' 수식어를 얻기도. 그만큼 보이지 않는 곳에서 희진은 치열했다. 그는 "옛날엔 왜 그렇게까지 했는지 모르겠는데 매일이 회사 아니면 숙소였다. 주말에도 어디 나가지 않고 항상 새벽 세 시까지 연습실에 있었다. 숙소랑 연습실이 가까웠는데 잠 안 오면 가서 연습하면서 살았던 기억이 난다"며 과거를 떠올렸다.
이어 희진은 "앨범 준비할 때도 멤버들 모두가 너무나 당연히 해 뜰 때까지 있었다. 그렇게 살았던 것 같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고 스스로 그렇게 살아왔던 것 같다"며 "당시엔 연습한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지? 회의감도 들었다"고 밝혔다. 당장 눈에 보이는 변화는 없었지만, 그 시간들이 쌓여 '육각형'의 희진을 만들었다.
이렇게나 열심히 달려온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서 첫 번째로 스친 생각은 '뿌듯함'이다. 희진은 "앨범도 점차 쌓이고, 점점 발전하는 느낌도 확실히 든다. 저한테 너무 소중한 시간들이었다"며 "하루하루 갈수록 아이돌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아이돌은) 저의 큰 꿈이기도 했고, 모든 부분에서 직업 만족도가 높은 것 같아요. 제 자신이 정신적으로 즐거우니까. 하기 싫은데 시키면 하기 싫잖아요. 그런데 제가 하고 싶은 일이다 보니 힘들더라도 감내하고, 하다 보면 큰 보답으로 온다고 느껴져서 만족도가 좋아요. 팬분들도 아셨으면 좋겠어요. 꾸며낸 말이 아니라는 걸."
최근 아이돌들은 여러 콘텐츠와 메신저 소통 등 팬들과의 교류가 깊어지고 대중에 노출되는 시간도 길어졌다. 일과 나를 분리하는 것도 중요할 터. 희진 역시 "일할 때의 희진과 평소의 전희진은 달라야겠다는 생각은 항상 있다"며 "일할 때는 많이 긍정적인 것 같다. 일상이 부정적인 건 아니지만 좀 더 심플하다. 평소에 너무 저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직장인 분들도 회사에 있을 때랑 (평소의 모습이) 다르지 않나. (일할 때) 더 좋은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려고 하는 것 같다"고도 말했다.
7주년을 맞았지만 걸어온 길보다 나아갈 길이 훨씬 길게 남았다. 어떻게 그 길을 갈고닦고 싶은지 묻자 희진은 "이번에 솔로 앨범하면서 (방향이) 잡히지 않을까 싶다"면서도 "최근 쇼츠 드라마를 찍었다. 부족하지만 아이돌로서 많은 모습 보여드리고, 연기 쪽으로도 도전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솔로 가수 희진으로는 '음악방송 1위'가 목표다. 그는 "이달의 소녀 할 때도 '엠카' 1위는 했지만, 공중파 1위를 해본 적이 없다. 이번에 솔로앨범으로 공중파 1위 하면 팬분들도 기뻐하지 않을까 싶다. 요즘 유행하는 쇼츠나 릴스에 배경음으로 (내 음악이) 깔리는 것도 좋다. 그런 데에서 많이 들렸으면 좋겠다"며 "그러면서 1위도 딱 하면 좋을 것 같다"고 강조해 웃음을 자아냈다.
인간 전희진으로서는 "앞으로도 이렇게 연예인으로 남고 싶다"는 생각이다. 그는 "많은 부분들을 참고, 많은 부분들을 버릴 수 있을지언정 앞으로 몇십 년이 지나도 연예계에 남아있는 희진이었으면 좋겠다"고 다방면에서 계속해서 일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번 앨범 진짜 진짜 진짜, 너무 열심히 준비했기 때문에 여러분들이 많이 좋아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홍보도 부탁드리고, 많이 사랑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 앨범 시작으로 앞으로 여러 부분에서 많이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이돌티스트]③에서 계속)
사진=모드하우스, 엑스포츠뉴스DB
조혜진 기자 jinhyej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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