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소파의 변신, 집에서 직접 만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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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섭 기자]
'거실에는 두 개의 소파가 각자의 자리를 잡고 있다. 가죽으로 된 4인용과 천으로 된 2인용 소형 소파이다. 가죽 소파는 15년 정도 되었다. 사용 연한 치고는 사용감을 별로 느끼지 못하는 반면 , 2인용 소파는 천으로 된 소재이다 보니 색이 바래 새로운 소파로 교체를 해야 할 시기가 왔다.
소파를 바꿀 계획을 가지고 며칠 전에 가구점 몇 군데를 방문해 보았다. 생각했던 과는 달리 소파가격이 예전에 비해 많이 비싸졌다. 고민 끝에 커버를 사서 교체하는 쪽으로 아내와 의견을 모았다. 인근 IKEA 매장에서 소파커버를 175불에 샀다. 커버 가격 역시 만족할 만한 착한 가격대는 아니었다. 사가지고 온 커버를 기존 소파에 씌워보니 2센티가량의 길이가 짧았다. 커버를 곧바로 반품에 나섰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매장을 다시 찾아 사이즈를 확인해 보았지만 결국엔 희망하는 사이즈를 찾아내지 못했다. 모든 소파 규격이 규격화되어 있는 듯싶어도 회사마다 다소의 차이를 가지고 있었다.
2층 매장에는 재고 상품인 듯한 천을 50% 가격에 세일을 하고 있었다. 사실, 천 전문 매장을 방문해 본 적이 있었다. 천 가격이 생각보다 너무 비싸서 천 사는 것을 미루고 다시 돌아왔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천을 사서 커버를 만든다는 일이 쉬운 작업은 결코 아니다. 일단. 재봉에 관한 기술적인 면도 있어야 하고 완성할 때까지 많은 시간 수고스러움도 함께 따라주어야 한다. 아내는 커버를 만들 자신감이 있는 눈치 었다. 때마침, 매장에서는 파이널 세일을 (Final Sale)하고 있었다. 일단, 천을 사기로 했다. 쓰다가 부족한 부분이 생겨나면 같은 모양을 더 이상 살 수 없을 것 같아 넉넉하게 10yd(야드)를 샀다. 물론, 소파용 천으로 나온 용도는 아니지만 아내는 소파커버로도 가능할 것 같다고 한다. 70불 정도의 가격이면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산 것 같다.
집에 도착해서 우선 기존의 소파 프레임에서 천을 분리하는 작업을 했다. 물론 분리 작업은 내 몫이다. 아내는 분리한 천을 가지고 새로운 천을 재단해 갔다. 시간 날 때마다 작업을 진행하다 보니 천을 재단하는데만 1주일 정도의 긴 시간이 걸린 것 같다. 재단이 끝나고 재봉질에 속도가 붙었다. 아내는 하루반나절 만에 커버를 완성시켜 놓았다. 커버 작업이 단순하지 않았다. 프레임 커버뿐 아니라 별도로 분리된 등받이용 쿠션과 방석까지 별도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내는 소파커버를 만들어 본 경험이 있는 것도 아니다. 집에서 간단한 옷정도 수선해서 입는 것이 전부이다. 물론 어느 정도 기본적인 손재주는 있다.
▲ 새로운 소파의 모습으로 탄생되었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소파를 완성했다 |
ⓒ 김종섭 |
드디어 소파가 완성되었다. 제법 폼이 났다. 완성된 소파에 가족 모두 대만족이다.
"Before의 사진을 찍어 두었어야 하는데 아쉽네."
아내는 소파커버를 바꾸기 전에 사진을 찍어두지 못한 것을 이내 아쉬워한다. 기존 사진이 있었다면 새로 만든 커버와의 느낌을 비교해 보고 싶은 생각인 듯하다. 아내의 작업과정이라도 사진으로 남겨 놓을 것을 또한 내 나름대로도 아쉬운 부분으로 남는다. 새롭게 변신한 소파가 이렇게 까지 만족할 것이라는 것을 사실 생각도 못했기 때문에 작업공정을 사진으로 남기지 않은 이유도 있다.
완성된 소파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유일한 핸드메이드 소파가 되었다. 아내는 재단에 썼던 천갈이 샘플을 나중에 천갈이할 때 또 쓰겠다고 모아 두었다가 다시 쓰레기통에 버렸다. 또다시 천갈이를 할 때쯤이면 천갈이보다는 새로운 소파로 바꾸어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생각에서이다.
소파를 새로 사는 것을 포기하고 천갈이를 선택하기를 잘한 것 같다. 정성이 들어간 소파이다 보니 애착도 생겨난다. 또한 매 순간 소파에 앉을 때마다 뿌듯함까지 함께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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