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원 하나마나”…간호사들, 간호대 정원 확대 반대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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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의대에 이어 간호대 정원도 늘리겠다고 발표하자, 간호계에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는 3일 성명서를 내고 "최근 10년 간 간호인력은 무려 65% 증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년 이내에 신규 간호사 절반이 병원을 떠나는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며 "간호인력 문제를 공급의 문제로 보고 간호대 정원 증원 정책만 내놓는 것은 밑빠진 독에 물 붓기일뿐"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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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면허 소지자, 73%만 활동
간호계 “신규 들어와도 견디지 못하고 퇴사…업무환경 개선해야”
정부가 의대에 이어 간호대 정원도 늘리겠다고 발표하자, 간호계에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신규 간호사가 늘어난다고 해도 높은 업무강도로 인해 의료현장을 떠나는 간호사들이 많기 때문이다.
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5학년도 간호대 정원을 확대할 방침이다. 그 규모와 대학별 정원 배정방식은 연내 확정해 발표할 계획이다.
이미 매년 확대하고 있지만, 늘어나는 의료수요를 고려하면 더 증원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시각이다. 매년 1000명씩 확대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2006년 이후 17년째 3058명으로 동결된 의대 정원과 달리, 간호대 정원은 2008년 이후 꾸준히 확대돼 16년 사이 약 2배 증가했다. 특히 2019년부턴 매년 700명씩 늘려 현재 간호대 입학 정원은 2만3183명이다. 특별전형 등 입학 외 정원까지 합치면 매년 배출되는 신규 간호사는 약 3만명에 달한다.
그럼에도 임상 간호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인구 1000명당 임상 간호사 수는 4.94명으로 OECD 평균 8.0명(2020년 기준)에 한참 못 미친다. 이에 지방 중소병원 등은 간호사 수급난을 호소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간호인력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 대책이 간호대 증원은 아니라는 비판이 나온다. 간호대를 나와 면허를 힘들여 따고도, 의료현장에서 떠나는 간호사가 많기 때문이다. 2022년 간호사 면허 소지자는 약 48만1000명인데, 이 중 73%만이 간호업무를 맡고 있다.
특히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임상 간호사 비율은 훨씬 적다. 대한간호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간호사의 연평균 증가율이 OECD 평균보다 4배 이상 높지만 면허 간호사 대비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임상 간호사 비율은 52.8%로 최하위권 수준이다.
과중한 업무량, 열악한 근무환경 탓이다. 대한간호협회에 따르면 간호사 사직율은 2020년 기준 19.7%으로, 매년 높아지고 있다. 사직자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5.2%는 간호사 본래 업무범위 이상의 과도한 일에 지쳐 사직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간호사 배치 기준과 근무 환경 개선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인력난은 그대로일 것이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는 3일 성명서를 내고 “최근 10년 간 간호인력은 무려 65% 증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년 이내에 신규 간호사 절반이 병원을 떠나는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며 “간호인력 문제를 공급의 문제로 보고 간호대 정원 증원 정책만 내놓는 것은 밑빠진 독에 물 붓기일뿐”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경력직 간호사들이 줄줄이 퇴사를 해도 신규 간호사들이 끊임없이 들어온다. 그렇게 병동 간호사의 70~80%를 차지하는 신규 간호사들은 결국 노동 강도를 견디지 못하고 퇴사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간호사들을 병원 밖으로 밀어내는 열악한 간호현장이 지금 당장 개선되지 않고는 희망을 가질 수 없다”고 토로했다.
김원일 대한간호협회 정책자문위원은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지금도 매년 3만여명의 신규 간호사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간호대 정원을 왜 늘리려 하는지 모르겠다”며 “간호간병통합서비스 같이 간호사가 필요한 정책을 시행하기 위해서 간호사를 늘린다면 이해될지 몰라도 명분이 없는 것 같다”고 짚었다.
절차상의 문제도 지적했다. 김 자문위원은 “의대 정원을 동결한 건 17년째인데, 간호대는 매년 정원을 늘려왔다. 의대 증원은 대한의사협회와 협의하면서 간호대 증원에 대해선 간호협회와 소통이 없다는 건 큰 문제”라고 일갈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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