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통합' 매번 때리던 이재명…"김포 편입은 왜 안싸우나"
경기지사를 지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경기 지자체의 서울 편입’ 논란에서 비껴서 있는 모습이다.
이 대표는 국회 복귀 열흘만인 지난 2일 열린 ‘민생경제 기자회견’에서 여당이 추진하는 김포시 등 인근 도시의 서울 편입 방안에 대해 “국정운영 방식이 문제”라고만 답했다. 이 대표는 주69시간 근무제, 의사정원 확대 문제까지 거론하며 “적당히, 미안하단 말도 없이 대혼란을 야기하고 없어져 버린다”고 정부·여당을 싸잡아 비판했다. 과거 ‘수도권 행정구역 통합’ 이슈만 나오면 날세우던 모습과 대조적이다.
사실 이 대표는 과거 수도권 행정구역 통합 구상에 강하게 맞선 이력이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9년 8·15 경축사에서 행정구역 개편 필요성을 역설하며 논의에 불을 당겼는데, 통합 건의서를 제출한 18개 지역 46개 시·군 가운데 경남 창원·마산·진해, 경기 성남·광주·하남, 충북 청주·청원 등 3곳이 최종 후보지가 됐다.
그 가운데 가장 찬반 대립이 심했던 곳이 이 대표의 정치적 고향 성남이 포함된 ‘성·광·하’(성남·광주·하남)였다. 당시 모두 한나라당 소속이던 ‘성·광·하’ 시장 3명은 모두 통합시 출범에 찬성했으나, 성남시의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주민투표를 요구하며 끈질기게 반대했다. 당시 민주당 부대변인 신분이자 성남분당갑 지역위원장이던 이 대표는 각종 논평에서 “성남시와 지방의회, 찬반 주민단체가 모여 통합을 논의할 수 있는 공동기구를 구성하자”며 반대 투쟁에 앞장섰다. 당시 상황에 정통한 민주당 관계자는 “경기도 광주시에서 떨어져나와 성남시(1973년)와 하남시(1989년)가 만들어졌고, 그곳은 예전에 선거구도 하나였다”며“광주·하남이 상대적으로 보수세가 강해 합치면 시장 당선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2010년 1월 여당 의원들 단독으로 통합안이 성남시의회를 통과했지만 ‘날치기’ 논란이 일었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같은해 2월 22일 ‘성·광·하’는 빼고 창원·마산·진해만 통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같은날 이재명 당시 부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시민의 뜻을 거스르며 졸속 추진된 성·광·하 통합이 국회 법안심의 과정에서 무산된 것은 사필귀정”이라고 말했다. 같은해 6월 열린 성남시장 선거에선 성·광·하 통합 무산에 대한 책임공방이 벌어졌고, 한나라당의 졸속 추진을 비판한 이 대표가 51.16%의 득표율로 낙승을 거뒀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선 가도를 이어가던 2017년 12월말엔 남경필 당시 경기지사가 ‘경기도를 포기하겠다’라는 글을 통해 ‘광역서울도(道)’ 구상에 불을 지폈다. 이듬해 6·13 지방선거에서 잠재 후보군인 이 대표와 여론조사 격차가 두자릿수로 벌어지자 내놓은 회심의 카드였다. 당시 남 지사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우리나라의 혁신적인 발전을 위해서라면 반드시 수도권 규제가 철폐되고 초강대도시를 육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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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이 대표는 한 TV프로그램에서 “수도권 통합 주장은 허경영씨가 했다”고 일축하며 “선거 승리라는 정치적 의도로 보이고 서울, 경기도, 인천 2500만 인구를 통합한다면 전국이 양분될 위험이 있다” 고 맞받았다. 이 대표는 서울외곽순환도로 명칭을 경기순환도로(현 수도권순환도로)로 변경하는 등 경기도의 자주성을 강화하는 공약으로 역(逆)공세를 폈고, 지방선거에서 56.4%의 득표율로 경기지사에 당선됐다.
그런 이 대표의 과거 탓에 민주당 안팎에서는 “왜 김포 통합에 안 싸우는지 모르겠다”는 의문이 나온다. 일단 이 대표의 신분이 이제는 자치단체장이 아닌 전국 선거를 진두지휘해야 하는 당 대표이기 때문이란 해석이 유력하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이번 여당의 제안은 민주당 내부 분열을 야기하고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에 불리한 여론을 만회해보려는 낮은 차원의 수에 불과하다”고 ‘로우키’ 대응 이유를 전했다.
다만 이 대표의 성격상 당분간은 치고 빠지는 ‘아웃복싱(out boxing)’을 구사하다 결정적일 때 ‘인파이터(infighter)’ 기질을 보일 거란 관측도 일각에서 나온다. 수도권 초선 의원은 “차라리 민주당에서 서울·경기를 통합해서 행정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자는 식으로 논란을 더 키우는 것도 방법이고, 이 대표는 그런 싸움에 능하다”고 말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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