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승훈의 음악창고] 마지막 가사 하나가 주는 울림...주윤하 ‘에필로그’
지승훈 2023. 11. 4. 09:00
창고라고 하면 물품 저장소를 뜻합니다. 드넓은 세상 밖 더 울려퍼지길 바라는 음악들을 ‘창고’에서 꺼내려 합니다. 사연과 의미 깊은 노래들을 세세하게 들여다보며 감성에 젖어보는 건 어떨까요.
훈훈한 얼굴만큼이나 목소리도 무척 따뜻하다. 시린 마음 한 구석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가수, 바로 주윤하다. 그가 부른 ‘에필로그’는 여전히 팬들의 추운 계절을 책임지고 있다.‘에필로그’는 주윤하가 지난 2016년 5월 발표한 정규 2집 ‘카인드’(Kind)의 수록곡이다. ‘에필로그’는 ‘같이 있자’와 더블 타이틀곡으로써 당시 그를 좋아했던 팬들에겐 선물같은 곡이었다. 사전적 의미로 ‘책, 연극 등 마무리 짓는 부분을’ 뜻하는 ‘에필로그’ 답게 노래 역시 헤어진 연인이 관계 마무리와 함께 마음을 전하는 내용이다.
‘에필로그’가 큰 사랑을 받았던 가장 큰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주윤하의 명불허전 중저음 보이스, 그리고 하나는 노래 말미를 장식하는 가사 때문이다. 먼저 주윤하 보컬은 일반 사람들과 비교해 굉장히 저음이다. 처음 듣는 이들에겐 신선하고 매력적인 보이스가 될 수 있다. 다소 어둡고 사연 진한 감성을 들려줄 것 같은 그의 보컬은 ‘연인’, ‘이별’ 등 사랑 관련 노래에 찰떡이라는 평이다.
‘에필로그’에는 고음을 내지른다거나 특별한 포인트가 크게 있지 않다. 주윤하가 읊는 첫 소절 “언제부터였을까, 우리 서로를 알게 됐던 건”부터 마치 하나의 책, 영화, 연극이 시작되는 프롤로그 느낌을 주며 차분히 시작한다. 그의 노래가 한 편의 스토리로 리스너들에게 다가오는 이유다.
가장 눈여겨 들어볼 가사는 노래 마지막에 담겨 있다. 4분 49초라는 긴 러닝 타임에 이 가사를 듣기 위해 달려왔나 싶을 정도로 멜로디와 가사가 리스너들의 마음을 후벼판다. 극적으로 변하는 멜로디 라인과 더불어 “시간이, 기억이 우리를 잊을 때까지, 이대로 기다리자”라는 가사는 화자가 연인을 끝내 잊으려고 애쓰는 모습을 연상케하는 대목이다.
이 가사가 나오기 직전까지 연인을 향해 잊지 못하겠다는 감정을 쏟아내던 주윤하가 마지막 단 한 줄의 가사로 이 스토리의 ‘에필로그’를 깔끔히 정리한다. 국내 가요계 수 많은 곡들이 넘치고 넘쳐나는 시대에 이 같은 극적 서사의 변주가 있을까 할 정도로 감정을 요동치게 한다.
국내 다수의 아티스트들과 협업한 경험이 있는 뮤지션 케이지는 “주윤하는 오래 전부터 아티스트 사이에서 독보적인 보컬로 인정받아왔다. 노래를 내면 기대하게 하는 목소리는 뮤지션이 가장 갖고 싶어하는 무기 중 하나다. 목소리로 음악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힘, 주윤하는 단연 최고의 보컬리스트”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주윤하 특유의 감성과 레트로적인 작, 편곡 기법이 빛을 발하는 곡, ‘에필로그’다. 연말로 향하는 차가운 계절, 주윤하의 목소리로 녹여가보면 어떨까.
지승훈 기자 hunb@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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