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찬스' 절대 없는 '신의 직장'이 있다? [전민정의 출근 중]
[한국경제TV 전민정 기자]
일할 의지도, 일을 하지도 않는 이른바 '니트족(NEET)'이 늘고 있습니다.
지난달 기준 3년 이상 취업하지 않는 청년은 21만 8천명인데, 니트족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8만명이나 됩니다.
10명 중 4명 가량이 직업 훈련이나 취업시험 준비, 구직활동 등을 하지 않고 집에서 그냥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는 건데요.
이렇듯 극심한 청년 취업난 속 원하는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취업 의지가 꺾여버린 거죠.
여기에 이유도 모른 채 반복되는 취업 실패, 또 '아빠 찬스'가 통하는 불공정한 채용 비리 문제도 자칫 취업 자체를 포기하고 싶게 만드는 요소입니다.
이른바 '공정 채용'이 더 중요해진 이유인데요. 고용노동부는 매년 공정채용을 실천하는 우수 민간기업과 공공기관을 뽑아 포상하고 있습니다.
공정채용 우수 사례를 통해 '투명 채용', '능력 중심 채용', '공감 채용'이 우리 사회에 어떻게 확산되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 "면접 질문, 미리 알고 간다"…일정도 내 맘대로
해외 쇼핑몰 플랫폼 크로켓을 운영하는 와이오엘오는 독특한 블라인드 채용방식으로 직원을 뽑습니다.
채용 공지를 띄우고 지원 서류를 살펴본 다음 면접 후 채용하는 기존 기업의 틀에 박힌 방식과는 철저히 차별화했는데요.
일단 서류 전형 단계부터 입사지원서에 학교 혹은 나이 등의 개인 정보가 기재돼 있지 않더라도, 자기소개서 상 직무에 대한 열정과 역량이 잘 담겨 있다면 면접 기회를 줍니다.
서류 심사를 하기 전부터 지원자에게 어떤 직무를 맡는지부터 조직 문화까지 전담자가 상세하게 설명도 해주고요.
또 취업준비생들은 보통 면접에서 무엇을 물어볼 지 몰라 걱정이 많아지기 마련인데요. 미리 예상치 못한 질문이 나올 경우 겪게될 당황스러움은 덤이고요.
와이오엘오는 1차 서류 전형 이후 면접 전형을 진행하기 전에 예상 면접 질문 리스트를 미리 줍니다.
전화 통화로 회사에 대한 이해도, 지원 동기와 목적, 포부 등과 관련한 구체적인 질문 개요를 안내해 지원자가 회사나 직무에 대해 미리 꼼꼼히 고민해볼 수 있도록 돕는 겁니다.
지원한 두 회사의 면접 일정이 겹쳤다면? 이곳에 지원할 때는 고민하지 않아도 됩니다.
채용 과정 중 지원자의 개인 일정을 적극 반영해주기 때문입니다. 지원자가 최대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는 것이죠.
최종 면접 관문까지 무사히 토과했더라도 합격 통보를 애타게 기다리는 지원자에게 합격과 불합격을 알리는 문자 한 통 없다면, 불합격 통보를 받는 것보다 더 큰 상심을 겪을 수 있는데요.
이 회사는 합격, 불합격 여부와 상관없이 채용 결과를 3~7일 내 지원자에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지원자가 다음 전형을 앞두고 있는 경우에, 해당 전형에 대한 설명과 지원자가 역량을 잘 보여줄 수 있도록 코칭까지 진행하고요.
실무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과제 전형에 참여할 경우, 과제에 대한 피드백도 줍니다. 면접을 통해 지원자가 한층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고 있는 셈이죠.
면접은 임원들만 본다고 생각한다는 것도 '고정관념'일 뿐.
모집 직무의 소속팀원이 면접관으로 투입돼 실무적인 관점에서 지원들을 평가하며, 모든 평가자료는 조직원 누구나 열람할 수 있도록 투명하게 공개됩니다.
특히 직급과 연차에 관계없이 면접관 전원이 모두 최종적인 합격의사를 밝혀야 면접전형을 통과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공정채용 노력에 힘쓴 결과, 지난해와 올해 정규직으로 전환된 신입사원 재직률은 100%를 기록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 채용비리로 억울하게 떨어졌다면…"신고하세요~" 대기업 못지 않게 공기업은 안정적인 직장 생활을 할 수 있고 정년을 보장할 수 있어 취업 준비생들의 선호도가 매우 높은데요.
그 중에서도 청년 구직자들에게 금융 공기업은 각종 학자금 혜택이나 급여가 대기업 수준을 능가해 이른바 '신의 직장', '선망의 직장'으로 꼽힙니다.
하지만 올해 8월 금융당국의 전수 조사 결과, 주요 금융공기업들이 모호한 채용공고로 지원자들을 헷갈리게 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었는데요.
지역인재의 적용기준 안내가 명확하지 않거나, 서류 심사 때 전형위원과 감사부서 담당자가 참여하지 않아 '깜깜이 채용' '짬짬이 찬스'가 횡행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기술보증기금은 이러한 금융공기업의 채용비리 소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열린 채용 시스템'을 도입해 눈길을 끕니다.
채용비리 신고센터를 운영하는 것이 대표적인데요. 바로 채용비리로 인한 불합격자의 '이의신청 창구' 역할을 하는 셈인데요.
채용과정의 오류나, 채용 비위 지적, 채용비리 신고민원 모두 없는 '3-Zero(제로)'를 목표로 채용비리 상시점검단까지 운영한 결과 신고 민원은 6년째 '0건'을 기록하고 있다고 합니다.
공정채용의 기본인 투명한 정보공개는 기본입니다.
직무설명자료, 전형단계별 일정, 선발인원, 근무조건(임금·근로시간 등)은 물론이고요. 전형별 본인·상대점수 안내 등
전형별로 평가항목과 배점을 상세공개하고 본인의 점수와 부문별 합격 최저 점수, 응시자 평균점수까지 공개해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채용을 진행합니다.
특히 최종 합격자 선정을 할 때도 이름 쓰는 란을 없애 내부 결제 과정에서 부패의 소지를 원천 차단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열린 채용 결과, 35세 채용 비율은 2020년 1.3%에서 지난해 3.4%로, 같은 기간 여성 채용 비율은 37.3%에서 52.5%, 수도권 이외 거주자 비율은 40%에서 61%로 늘어나는 등 연령과 성비, 거주지역의 다양성을 높이는 성과를 올렸습니다.
● 입사하면 웰컴 키트까지…"친절한 채용이 대세"
올해 공정채용 우수사례로 선정된 기업의 공통된 특징은 구직자의 입장을 배려하는 '친절한 채용' 실천이었습니다.
배달의민족 물류 서비스를 전담하는 우아한 청년들과 제약회사인 제뉴파마는 일하게 될 장소를 직접 방문해 이야기를 듣는 '기업 투어 프로그램' 운영 중이고요.
한국환경공단,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등 공공기관은 채용에 관해 궁금한 사항을 직접 문의할 수 있도록 오픈채팅방도 열었습니다.
공유오피스 업계 2위 업체인 스파크플러스는 와이오엘오와 마찬가지로 면접일정을 지원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했고, 채용결과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해 지원자들의 궁금증을 즉각 해소해주고 있습니다.
면접 전형도 철저하게 지원자를 배려하고 있는데요. 면접관에게 에티켓 사전교육을 해주고 면접 후 익명설문과 리얼타임 피드백까지 제공합니다.
주로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신규직원들의 적응을 돕는 창의적인 온보딩(On-Boarding) 프로그램을 운영한 곳도 많았는데요.
우아한청년들과 게임업체 컴투스는 게임 방식의 온보딩으로 신규입사자가 기업문화에 빠르게 적응하도록 돕고 IT 보안 전문기업인 마크애니는 메타버스를 활용한 사전 온보딩 프로그램으로 신입 직원들의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또 많은 기업에서 입사를 축하한다는 의미에서 회사에서 자체제작한 굿즈나 회사생활에 필요한 사무용품 등으로 구성한 이른바 '웰컴키트'를 제공해 소속감과 자부심을 높여주고 있습니다.
전민정기자 jmj@wowtv.co.kr
Copyright © 한국경제TV.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