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명히 들려오는 ‘키리에의 노래’ [주말뭐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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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것은 많고 시간은 짧은 주말입니다.
그리고 키리에는 꿋꿋이 자신만의 노래를 해나간다.
'키리에의 노래'는 과거의 아픔을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주는 작품이다.
키리에가 길거리에서 노숙하며 혼자 노래하다 잇코와 만나 인맥을 넓히고, 밴드로 몸집을 키워가는 과정이 가벼운 분위기로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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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것은 많고 시간은 짧은 주말입니다. OTT를 볼지 영화관으로 향할지 고민인 당신, 어서 오세요. 무얼 볼지 고민할 시간을 쿠키뉴스가 아껴드릴 테니까요. 격주 주말 찾아오는 [주말뭐봄] 코너에서 당신의 주말을 함께 할 콘텐츠를 소개해드립니다. <편집자주>
길거리를 전전하는 뮤지션 키리에(아이나 디 엔드)는 어느 날 우연히 고등학교 동창 잇코(히로세 스즈)와 마주친다. 잇코는 키리에의 매니저를 자처하며 본격적으로 홍보 활동을 펼친다. 하지만 키리에가 가수로서 점차 성장하던 중 잇코는 갑자기 모습을 감춘다. 다시 노숙 생활을 시작한 키리에는 우여곡절 끝에 과거 언니의 연인이던 나츠히코(마츠무라 호쿠토)와 재회해 불안하던 과거를 돌아본다. 그리고 키리에는 꿋꿋이 자신만의 노래를 해나간다.
‘키리에의 노래’ 어땠어?
상실은 대체로 마음을 텅 비게 하지만 어떤 상실은 성장의 계기가 되기도 한다. ‘키리에의 노래’는 과거의 아픔을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주는 작품이다. 이야기는 전반적으로 섬세하고 부드럽다. 키리에가 길거리에서 노숙하며 혼자 노래하다 잇코와 만나 인맥을 넓히고, 밴드로 몸집을 키워가는 과정이 가벼운 분위기로 그려진다. 이 뮤지션의 성장 드라마 사이사이에는 아픈 과거가 담겨 있다. 대지진으로 인해 가족을 잃은 키리에와 머뭇대는 사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나츠히코, 자유로워 보이지만 비밀을 안고 살아가는 잇코. 영화는 세 사람의 모습을 통해 아픈 청춘들의 면면을 되짚는다. 키리에는 사고 이후 말하는 목소리를 잃었지만, 찢어질 듯 내지르는 노래로 스스로의 감정을 이야기한다. 잔뜩 쉰 목소리로 비명에 가깝게 노래하다 극 말미 “사랑했던 건 오직 너뿐, 있는 그대로의 너뿐”이라고 읊조리는 키리에의 모습이 관객 마음을 울리는 가장 큰 무기다.
작품 전반을 지배하는 서정적인 분위기가 매력적이다. 감정의 결을 한 겹씩 쌓아가며 가슴속 깊은 곳까지 울림을 이끌어내면서도, 대체로 표현은 절제해 절절함을 배가하는 솜씨가 일품이다. 뮤직비디오 연출을 겸했던 이와이 슌지 감독이 빚어낸 영상미와 감각적인 화면 배치도 인상적이다. 다만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개했던 3시간 분량의 감독판과 달리 극장에 걸린 영화는 1시간 가까이를 덜어낸 119분짜리다. 때문에 이야기가 어쩔 수 없이 뚝뚝 끊기는 인상을 준다. 그럼에도 영화를 보다 보면 극이 이끄는 대로 감정이 고조돼 벅찬 감동을 느낄 수 있다. 감독 전작인 ‘러브레터’와 ‘하나와 앨리스’를 좋아한 관객이라면 향수를 느낄 장면 역시 있다.
주목! 이 배우
키리에 자매를 연기한 아이나 디 엔드가 단연코 돋보이는 작품이다. 밴드 비쉬(BISH) 출신 싱어송라이터 아이나 디 엔드는 ‘키리에의 노래’로 연기에 첫 도전했다. 1인 2역을 소화했지만 어설프지 않다. 작품에 들어간 노래 6곡을 작사·작곡하는 등 실력 또한 출중하다. 그는 극에서 음악으로 대화하는 키리에 캐릭터를 또렷하게 표현한다. 특유의 독특한 음색은 ‘키리에의 노래’에 개성을 더해준다. 나 홀로 기타를 메고 노래하는 모습을 보면 소녀가수로 명성을 쌓던 아이유의 데뷔 초 모습이 언뜻 스치기도 한다. 뮤지션을 주인공으로 삼은 영화인만큼 보는 내내 귀가 즐겁다. 영화를 본 뒤 이와이 슌지 감독이 작사하고 아이나 디 엔드가 작곡·가창한 ‘혼자가 좋아’를 들으면 극의 여운과 배우의 매력을 함께 즐길 수 있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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