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자의 V토크] 돌아온 정대영, GS에 견고함을 더했다

김효경 2023. 11. 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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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현대건설전에서 엄지를 치켜세우며 기뻐하는 GS칼텍스 정대영. 사진 한국배구연맹

돌아온 '왕언니' 정대영(43)이 여자배구 GS칼텍스에 견고함을 보탰다.

GS칼텍스는 3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 V리그 여자부 1라운드 현대건설과의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0(25-16, 25-20, 25-14)으로 이겼다. 승점 3점을 추가한 GS칼텍스(4승 1패·승점11)는 현대건설(4승 2패·승점10)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이날 경기에선 '언니 라인'이 돋보였다. 베테랑 미들블로커 정대영-한수지가 각각 7점, 8점을 올렸다. 양효진(7점)과 이다현(3점)이 버텨 국내 최강의 높이를 자랑하는 현대건설을 상대로 노련함을 뽐냈다. 주포 지젤 실바도 모마와의 득점대결에서 우위를 보였다.

3일 현대건설전에서 서브득점을 올리는 GS칼텍스 정대영. 사진 한국배구연맹


정대영은 "오늘 현대건설이 높이가 있는 팀이라 어려울 거라 생각했다. 잘 흔들어서 쉬운 경기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요근래 서브 감이 안 좋아서 집중해서 때렸다. 현대건설 선수들이 뒤로 물러나 있어서 짧게 때렸다. 겨냥이 잘 된 것 같다.

칭찬에 인색하기로 소문난 차상현 GS칼텍스 감독도 경기 뒤 "(현대건설 주득점원)양효진을 얼마만큼 마크하느냐가 첫 번째였다. 잘 따라다니면서 노련미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정대영은 "도로공사에 있을 때부터 효진이를 담당했다. 쭉 해와서 부담감은 없었다. 잘 된 것 같다"고 했다.

정대영은 GS 유니폼을 입은 뒤 풀타임으로 경기를 뛰진 않았다. 차상현 감독은 "한 경기를 소화하지 못해서 안 쓴 게 아니었다. 강함이 필요할 땐 문지윤을 투입했다. 정대영이 오늘 경기를 계기로 팀에 녹아들었으면 한다"고 했다.

3일 현대건설전에서 세터 김지원(왼쪽)을 칭찬하는 GS칼텍스 정대영. 사진 한국배구연맹

GS칼텍스는 안혜진의 부상으로 김지원이 주로 나서고, 아시아쿼터인 아이리스 톨레나다가 교체로 들어가고 있다. 정대영은 "지원이는 대표팀에 다녀와서 진짜 맞출 시간이 짧았다. 토스웍이 빠르고, 나도 빠른 걸 좋아해서 잘 맞는 편이다. 아이(톨레나다의 별명)랑도 맞춰가고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1999년 실업배구 현대건설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한 정대영은 2007년 도입된 FA제도를 통해 GS칼텍스 유니폼을 입었다. 2014년 도로공사로 이적할 때까지 6시즌 동안 챔프전 우승 2회와 챔프전 MVP 1회를 차지했다. 그리고 9년 만에 정대영은 다시 GS칼텍스로 돌아왔다. 통산 6번째 FA가 된 뒤 1년 3억원 계약을 맺었다. GS가 외부 FA 영입을 한 건 무려 12년만이었다.

정대영은 "시설은 정말 좋아졌다. 지원도 최고로 잘해주신다. 그대로인 건 감독님이 그 전에도 계셨고, 지금도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그때는 수석코치님이라서 대하기 편했다. 감독님에게 많이 의지했다. 몰래 술 한 잔 할 때도 있었다. 지금은 감독님으로 팀을 이끌어가시고, 둘 다 30대였는데 지금은 40대, 50대라 보이지 않는 거리감이 생겼다"고 웃었다.

GS칼텍스는 젊은 팀이다. 강소휘가 주장, 유서연이 부주장이다. 30대 이상 선수가 많지 않다. 정대영이 합류하면서 경험, 그리고 안정감을 더했다. 코트 밖에서도 마찬가지다. 외국인선수 실바는 개막 전 "'대영 언니'가 적응에 많은 도움을 줬다. 같은 엄마로서 고민하는 부분은 물론 배구적인 부분까지 함께 이야기했다"며 고마워했다. 실바는 남편, 그리고 세 살인 딸 시아나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프로배구 GS칼텍스 정대영(왼쪽)과 딸 보민양. 사진 정대영
여자배구 GS칼텍스 지젤 실바와 딸 시아나. 사진 한국배구연맹

정대영은 "실바도 나도 아이를 낳고 복귀했다. 나도 딸 보민이가 지금 지지(실바의 별명) 딸 나이일 때 많이 힘들었다. 엄마가 운동을 하러 가면 아이와 함께 할 시간이 적기 때문에, 이야기를 많이 했다. 나중엔 딸에게 추억이 될 거라는 이야기도 했다"고 했다. 이어 "둘 다 무릎이 아파서 이런 걸 하면 안 아프다는 이야기도 했다. 한국은 시즌이 길기 때문에 보강운동을 잘해야 한다는 말도 했다"고 전했다.

GS칼텍스는 흥국생명에게 0-3으로 졌다. 하지만 매세트 2~3점 차 접전이었고, 차상현 감독도 경기력 자체는 나쁘지 않다고 평가했다. 정대영은 "흥국전은 매세트 한 순간 잘못된 판단으로 이기지 못했다. 점점 우리 팀이 좋아지고 있다. 나도 와서 이 친구들이랑 한지 얼마 안 됐다. 당장은 아니지만 3, 4라운드에는 우리가 1위가 되어 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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