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 '데자뷰인가' 쿠에바스 투혼·박경수 다이빙캐치, 2021년 1위결정전의 낭만 재현
윤승재 2023. 11. 4. 06:00
KT 위즈가 벼랑 끝에서 탈출했다. 수원 홈 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플레이오프 1·2차전에서 내리 패하며 탈락 위기에 몰렸던 KT는 창원 원정 3·4차전에서 연승을 거두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KT는 이제 다시 수원으로 돌아가 한국시리즈행 티켓이 걸린 마지막 승부를 펼친다.
1·2차전의 모습과는 완전히 달랐다. 베테랑들의 실책은 없었고, 호수비가 연달아 나왔다. 타선도 완전히 살아났다. 두 경기에서 홈런을 5방 때려내고 14점을 몰아쳤다. 매번 선취점을 내주며 끌려다녔던 마운드도 확 달라졌다. 6이닝은 기본, 무실점·무결점 투구로 상대 타선을 압도했다. 정규시즌 최하위에서 2위까지 올랐던 ‘강철 야구’의 위용을 되찾은 모습이다.
“위기에 몰릴 때 우린 더 강해진다”라는 주장 박경수의 말처럼 KT는 벼랑 끝에서 살아났다. 결정적인 순간 특유의 집중력을 발휘하며 승리했다. 특히 3차전 박경수의 호수비와 4차전 윌리엄 쿠에바스의 투혼은 지난 2021년 삼성 라이온즈와 펼쳤던 1위 결정전에서의 감동을 그대로 재현하는 듯했다.
불혹 베테랑의 다이빙캐치, 2년 전 세리머니까지 똑같네
3차전에선 KT 선수들의 집중력이 돋보였다. 1·2차전에서 연달아 실책을 범하며 체면을 구긴 베테랑 내야수들은 이날 탄탄한 호수비를 펼치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39세 박경수도 7회 몸을 날리는 다이빙캐치로 철벽수비를 선보였다. 선두타자를 잡아내며 바뀐 투수의 어깨를 가볍게 하는 호수비였다. 박경수는 이후 글러브를 힘차게 치며 포효했다.
2년 전 1위 결정전 당시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 당시 KT는 삼성과 같은 승률을 기록하며 시즌 종료 후 ‘1위 결정전’을 추가로 치렀다. 정규시즌 우승과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이 걸린 중요한 경기, 이날 양상도 1점 차로 치열하게 흘러갔다. 이때도 박경수의 호수비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1-0으로 앞선 9회 말, 선두타자 구자욱의 안타성 타구를 박경수가 다이빙캐치로 잡아내며 상대의 흐름을 끊은 것. 당시에도 박경수는 글러브를 치며 팀 분위기를 띄웠다.
3차전 호수비 후 박경수는 “멋있어 보였는지 다들 칭찬을 많이 해줬는데, 이런 플레이가 나오면 팀 사기가 올라간다. 팀의 맏형이 조금이나마 보탬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좋다”라고 말했다. 2년 전 1위 결정전 호수비가 생각났다는 기자의 말에 그는 멋쩍게 웃으면서 “글러브를 친 건 순간 짜릿한 기분이 들어서 나도 모르게 그랬다. 부끄럽지만 좋았다”라고 말했다.
박경수는 “현재 나는 팀에서 수비 강화를 위해 경기에 투입되고 있다. 실수가 나오면 안된다고 생각하고 경기에 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그는 불혹의 나이에도 철벽 수비를 선보이면서 팀에 3점 차 귀중한 승리를 안겼다.
사흘 휴식 후 무실점 완벽투, 2년 전 '108구·이틀 휴식·우승투' 재현
4차전에도 1위 결정전의 낭만이 재현됐다. 선발 쿠에바스에게서 그 향기가 다시 풍겼다. 3차전이 끝난 뒤, 이강철 감독은 1차전 선발이었던 쿠에바스를 4차전 선발로 낙점했다. 1차전서 3이닝 동안 7실점(4자책)으로 부진했던 그를 이강철 감독이 재신임해 그를 투입한 것. 다만 그는 1차전에서 비교적 적지 않은 공(75구)을 던졌다. 이틀 휴식 후 출전이 우려가 됐다.
하지만 쿠에바스는 2년 전 1위 결정전에서 ‘무리수’를 ‘승부수’로 바꾼 경험이 있다. 당시 쿠에바스는 사흘 전 경기서 108개의 공을 던지고 이틀 휴식 뒤 1위 결정전 선발 마운드에 오른 바 있다. 많은 투구수에 적은 휴식. 모두가 ‘무리수’라 생각했지만, 쿠에바스는 이날 7이닝 99구 무실점의 ‘투혼’을 발휘하며 팀의 창단 첫 ‘정규시즌 우승’을 이끌었다.
그로부터 2년 뒤, 쿠에바스는 2년 전의 마법을 재현했다. 1차전 후 사흘의 짧은 휴식을 취한 쿠에바스는 다시 오른 마운드에서 6이닝 73구 1피안타 무실점 완벽투를 펼쳤다. 1차전 부진을 씻는 설욕투이자, 팀을 벼랑 끝에서 구해낸 ‘투혼의 피칭’이었다. 2년 전의 모습과 똑 닮았다. 경기 후 이강철 감독도 “쿠에바스의 책임감이 빛났다”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2년 전 ‘우승의 마법’을 재현한 KT는 이제 수원으로 넘어가 한국시리즈행을 향한 마지막 승부를 펼친다. 플레이오프에서 1·2차전 패배한 팀이 한국시리즈로 진출한 역대 사례는 확률로 따졌을 때 11.8%에 불과했다. 분위기를 되찾은 KT가 11%의 역전 드라마를 쓸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윤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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