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트렌드’ 읽고 교회 미래를 밝히자
“Ok…그럼 Next time(다음)에 놀러 갈게요.…I am OO에요.”
최근 온라인에서 유행 중인 ‘전청조 밈’ 일부다. 언론 보도로 공개된 이 기묘한 어투는 금방 입소문을 탔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선 일명 ‘휴먼청조체’로 불리는 이 어투를 활용한 게시물이 대거 쏟아졌다.
‘인터넷 유행어’를 뜻하는 밈(Meme)은 MZ세대의 소통 도구로 확고히 자리잡았다. 온라인 환경에 익숙한 이들 세대는 밈을 패러디하며 자기만의 문화를 구축한다. 이른바 ‘밈 제너레이션’(밈 세대) 현상이다. 이는 목회데이터연구소(목데연·소장 지용근)가 지난 9월 출간한 ‘한국교회 트렌드 2024’(규장)에 언급된 내년 주요 트렌드 중 하나이기도 하다.
지난해부터 기독 트렌드·미래전망서가 여럿 발간되면서 기독 서점가에서도 이들 책 열풍이 거세다. 이 중 ‘한국교회 트렌드 2024’는 온라인 서점 알라딘에서 5주 연속 종교/역학 분야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 ‘2050 한국교회 다시 일어선다’(생명의말씀사)와 ‘목회트렌드 2024’(글과길)도 각각 3주와 2주간 해당 분야 베스트셀러 10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책에는 표현은 다르지만 개념이 유사한 전망이 여럿 등장한다. 설문조사 결과와 언론 보도, 주요 통계를 인용해 트렌드와 전망을 추출하는 만큼 당연한 결과다. ‘외로운 크리스천’ ‘디지털 노마드 성도’ ‘수평적 조직’이 이들 책에 등장한 핵심 트렌드다.
‘한국교회 트렌드 2024’가 제시한 외로운 크리스천 현상은 1인 가구 증가세와 맞닿아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현재 1인 가구는 전체의 33.4%인 716만6000가구에 달한다. 3집 중 한 집이 ‘나 홀로 가구’인 셈이다. 통계청은 1인 가구 비율이 2030년에 35.6%, 2050년엔 39.6%까지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1인 가구 증가는 한국교회 성도 구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지난해 발표한 통계청 장래가구추계에 따르면 올해 1인과 2인 가구를 합산한 수는 1368만4893가구다. 전체 가구의 62.68%에 달하는 수치다. ‘2050 한국교회 다시 일어선다’ 저자 최윤식 아시아미래인재연구소장은 책에서 “이는 현 한국교회 성도 절반 이상이 1~2인 가구임을 뜻한다. 이들은 대체로 외로움이나 경제적 어려움, 건강과 안전 위협 등을 고민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 형태의 가구가 넘쳐나는 한국 사회는 외로움과 상처가 가득할 것”이라며 “최근 CNN이 ‘godoksa’(고독사)란 한국어 표현을 쓰며 수천명이 외로이 죽음을 맞는 우리의 현상을 조명할 정도”라고 전했다.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영상 콘텐츠의 주요 소비처로 부상하면서 신앙 행태를 이에 빗대는 용어도 등장했다. ‘한국교회 트렌드 2024’의 ‘OTT 크리스천’이 그렇다. OTT 크리스천의 정의는 ‘성경공부와 기도, 공동체 활동 등 신앙생활의 전반을 온라인 환경에서 실현하는 사람’이다. 이 현상은 평균이 사라진 ‘초개인화’(hyper-personalization) 시대를 맞아 신앙 콘텐츠도 개인 취향에 맞게 소비하는 기독교인이 늘고 있음을 시사한다.
‘2050 한국교회 다시 일어선다’는 이들을 ‘디지털 노마드 성도’(Digital Nomad Christian)로 칭한다. 이들의 특징은 ‘현실 세계의 교회가 아닌 온라인상의 교회를 옮겨 다닌다’는 것이다. 엔데믹 선언 이후로도 자발적으로 온라인 예배를 찾는 이들이 늘면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의 성도 수를 완전히 복구한 교회는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최윤식 소장은 책에서 “2060년쯤엔 한국교회엔 디지털 노마드 성도로 가득하게 될 것”이라고도 예상했다.
‘목회트렌드 2024’도 ‘OTT 전성시대’에 맞는 개인별 맞춤 신앙 콘텐츠의 필요성을 짚었다. 저자들은 코로나19란 악재 가운데서도 일반 서적의 판매량은 팬데믹 이전보다 늘었으나 기독 서적은 그렇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며 “세상 콘텐츠만큼 교회도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 것”을 주문한다. 이어 “고리타분한 교회 콘텐츠가 교회의 쇠퇴 요인임을 부인할 수 없다. 한국교회는 2024년을 인공지능 시대에 맞는 양질의 콘텐츠를 만드는 원년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 책이 미래 전망만 내놓는 건 아니다. 한국교회가 당면한 현재의 문제를 기회로 바꿀 방안도 제시한다. ‘한국교회 트렌드 2024’는 교회 내 만연한 권위주의적 문화를 지적하며 ‘교회 거버넌스’를 대안으로 내놓았다. 국민일보와 ‘사귐과섬김’이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 중 ‘교회 문화가 수직적이고 비민주적이라 교회를 떠났다’고 응답한 이들이 25.4%에 달한다는 데 착안했다. 교회 거버넌스의 실천 방안으로는 ‘당회의 민주적 운영’ ‘당회와 제직회 역할 구분’ ‘의사결정의 투명성 확보’ ‘여성과 청년의 의사결정 참여’ 등을 제안했다.
‘지방 및 지방 교회 소멸’ 문제에 관한 해법은 ‘2050 한국교회 다시 일어선다’에 담겼다. 현재 지방 교회 60~70%가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보다 더 많아 발생하는 ‘인구 데드 크로스’ 현상을 겪는다. 책은 인구 소멸 지역의 목회 대안으로 ‘은퇴 목회자 파송’ 등을 제시한다. 성도 90%가 70세 이상인 교회는 사실상 목회자를 구하기 힘드니 은퇴 목회자를 담임으로 세우자는 것이다.
올 한해 전 세계를 달군 기후 변화 문제에 대한 대안도 나왔다. ‘목회트렌드 2024’는 “하나님이 직접 말씀으로 창조한 자연계를 지키고 다스리는 것은 인류에게 주어진 첫 번째 의무”라며 대안으로 ‘환경보호 소그룹 모임’ ‘지역사회와 환경 개선 운동 참여’ 등을 꼽았다.
한국 기독교인이 기독 트렌드·미래전망서를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들은 “위기 가운데 길을 찾고자 고민하는 교회가 적잖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용근 목데연 소장은 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팬데믹 이후 우리 사회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한국교회 역시 미래 예측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다”며 “트렌드서는 데이터로 현재를 설명하고 미래를 예측해 주므로 이를 바탕으로 위기의 돌파구를 찾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사회의 빠른 변화 속도도 이들 책의 인기 요인이다. 지 소장은 “한국교회에 매년 큰 변화가 없을 것 같지만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하다보면 변화 추이가 눈에 띄게 나타난다”며 “세계에서 손꼽힐 정도로 변화가 빠른 한국 사회인지라 교계도 그 영향을 분명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사회 문제에 적극 응답하는 교회가 되기 위해선 시대의 트렌드를 필히 살펴야 한다는 게 저자들의 의견이다. ‘목회트렌드 2024’ 공동저자 이정일 목사는 “기독 트렌드서는 교회가 시대의 문제를 고민할 수 있는 지점을 제공한다”며 “이들 책이 목회자의 위기 대응 역량을 기르고 나아가 한국교회의 변화를 이끌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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