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파탐, 발암가능물질 지정에도 '제로 열풍' 계속… 이대로 괜찮나

이금숙 기자 2023. 11. 3.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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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제공
지난 7월 세계보건기구 국제암연구소(IARC)가 아스파탐을 '발암 가능 물질(2B군)'로 분류하면서 아스파탐의 위해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아스파탐이 든 '제로 슈가 열풍’이 식는 것 아닌가 했지만 걱정도 잠시, 제로 칼로리 식품 인기는 계속되고 있다. 일례로 칠성사이다 제로는 출시 당시인 2021년 매출이 890억원이었지만, 2023년 3000억 원으로 전망, 이대로 라면 3배 이상 매출이 급증한다. 아스파탐, 이렇게 계속 먹어도 될까? 1일 국민생활과학기술포럼에서 '인공감미료, 아스파탐의 안전성'을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업계 전문가들이 과학적 사실에 근거해 아스파탐 안전성 문제를 짚어보는 자리였다.

포럼에서는 ‘현재 국민들의 아스파탐 섭취량으로 봤을 때 안전하다’고 결론지었다. 다만 칼로리가 걱정된다고 설탕 대신 아스파탐 같은 인공감미료가 선호하기 보다는 ‘단맛’에 중독된 식생활을 변화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단맛에 중독되면 비만으로 이어질 수 있고 비만은 만병의 근원이라는 점에서 국민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

◇‘2B군’ 무슨 의미인가
아스파탐은 2B군 발암물질로 분류됐다. 무슨 의미일까? 먼저 아스파탐을 비롯, 특정 물질이 인체에 위해하다는 것은 물질 자체의 ‘독성’과 함께 ‘인체 노출 정도’가 고려돼야 한다. 한양대 약대 배옥남 교수는 "특정물질의 위해 정도는 '노출X독성'으로 결정된다"며 "국제암연구소의 발암물질 분류는 물질 노출량(섭취량)과 상관 없이 인체, 동물, 기전적으로 발암에 대한 연구가 있으면 그 신뢰도에 따라 분류를 한다"고 했다.

2023년 10월 말 기준으로 총 1045 물질이 분류됐다. 1군은 '인체 발암 물질'로 인체발암성과 관련한 충분한 근거자료가 있는 경우를 말한다. 담배, 술, 햄·소시지 등 가공육,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등이 여기에 속한다. 2A군은 '인체 발암 추정물질'이다. 인체자료는 제한적이지만 동물실험 근거자료는 충분한 경우에 해당한다. 65℃ 이상 뜨거운 음료 섭취, 고온의 튀김, 적색육 등이 해당된다. 2B군은 '인체 발암 가능물질'로 인체자료가 제한적이고 동물실험 자료도 충분하지 않은 경우를 말한다. 야채절임, 전자파 등이 있다. 아스파탐은 이번에 2B군으로 분류됐다. 3군은 '인체발암성으로 분류할 수 없는 물질'로 인체와 동물실험 자료 모두 불충분한 경우다.

배옥남 교수는 “2019년에는 인체와 동물 자료 뿐만 아니라 '발암기전' 관련 연구도 참조해 발암물질을 분류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 아스파탐의 경우 25명 전문가 그룹이 인체, 실험동물, 발암기전적인 연구들의 근거가 ‘제한적’이라고 판단, 2B군 발암물질로 분류했고 2페이지짜리 짧은 논문을 란셋온콜로지에 발표했다. 내년에 수백 페이지짜리 정식 보고서가 나올 계획이다. 국제암연구소의 이런 분류 이후 국제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에서는 “현재로서는 아스파탐 일일 섭취 허용량을 변경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없다”며 “기존 일일 섭취 허용량 0~40mg/kg을 유지하라”고 했다. 발암 가능성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인체 역학연구와 동물실험에서 더 확실한 근거가 필요하다고 했다. 미국, EU, 캐나다에서도 비슷한 의견을 냈으며, 헬스 캐나다의 경우 국제암연구소 전체 보고서가 발표되면 재검토를 통해 필요시 일일 섭취 허용량을 수정하고 대상 식품군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한국인 일일 섭취 허용량의 0.12% 섭취
한국인은 아스파탐을 얼마나 먹고 있는 것일까? 제로 칼로리 열풍이 불기 전인 2019년에 조사한 결과가 있다. 케이앤에이 최시내 대표가 2019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한국인의 아스파탐 섭취 노출량을 산출한 결과, 우리 국민 전체의 하루 아스파탐 섭취량은 0.0484mg/kg(체중)이며, 이는 일일 섭취 허용량(ADI) 대비 0.12%에 불과했다. 지난 10년 간 아스파탐 섭취량을 조사한 다른 연구를 살펴본 결과에서도 최대 치가 일일 섭취 허용량(ADI) 대비 0.8%에 불과했다. 특히 2019년 조사에선 최극단 섭취자, 즉 아스파탐 섭취 상위 5%의 사람들만 따로 모아 조사를 했는데, 1~2세가 체중 대비 섭취량이 가장 많았고, 1~2세 최극단 섭취자의 아스파탐 섭취량은 일일 섭취 허용량의 8.1% 였다. 3~6세는 6.4%, 7~12세는 7.2%로 성인보다 비교적 어린 아이들에서 아스파탐 섭취가 많은 편이었다.

어떤 식품을 통해 아스파탐을 많이 섭취 할까? 과자가 34.91%로 가장 높은 아스파탐 섭취 기여도를 보였고, 다음으로 절임식품, 캔디류, 김치, 추잉껌으로 나타났다. 최시내 대표는 "제로 칼로리 열풍 불기 전에 조사한 결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스파탐 섭취량이 아주 미미한 것으로 나타나 아스파탐으로 인한 '위해성'은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다만 독성 연구 등 모니터링은 지속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식품과학연구원 연구사업팀 신재욱 팀장은 계층별 식품첨가물 안전성 연구를 진행한 결과를 발표했다. 어린이·청소년이 많이 먹는 36개 유형 식품을 조사한 결과, 탄산음료, 가공우유에서 아스파탐 검출이  많았다. 65세 이상 노인이 많이 먹는 식품 60개 유형 중에서는 과자류에 아스파탐이 가장 많았고 1인가구가 주로 섭취하는 식품 중에는 발효 음료에 아스파탐이 가장 많이 들었다.

한편, 아스파탐 외에도 국내에서 사용되는 인공감미료는 5종이 있다. 아스파탐, 사카린나트륨, 아세설팜K, 수크랄로스, 네오탐이다.

아스파탐 표시 기준은 ‘아스파탐(감미료, 페닐알라닌함유)’라고 반드시 식품 포장에 표시해야 한다. 아스파탐은 빵·과자·시리얼·건강기능식품 등 8개 식품(0.8~5g/kg)만 사용기준이 정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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