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챙이'를 열받게 하지 말라, '난임 원인 50%' 남편의 속앓이
탄생의 동행 ② 간과하기 쉬운 남성 난임
난임은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제적 안정 등을 이유로 초혼 시기가 늦어지면서 남성의 생식세포인 정자의 질도 떨어진다. 운동성이 떨어지고, 모양이 기형인 정자가 늘어난다. 난임 원인의 50%는 남성 쪽 요인이다. 남성은 대개 인공수정·시험관아기 시술 등 난임 치료를 여러 차례 시도했다 실패한 다음에 이차적으로 가임력을 점검한다. 난임에 대한 인식 개선 캠페인 탄생의 동행의 두 번째 주제는 간과하기 쉬운 남성 난임이다.
남성도 나이가 들수록 혈중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떨어지고, 음주·흡연·미세먼지 등 독성 물질에 노출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가임력이 줄어든다. 사정량이 줄고 정자의 운동성이 떨어지는 데다, 모양이 나쁜 정자의 비율이 증가한다. 성생활에 문제가 없더라도 무정자증 등으로 가임력이 떨어진 상태일 수 있다. 부끄럽다고 남성 난임 검사를 미루면 최적의 난임 치료 방향을 결정하기 어렵다. 난임 치료 기간도 길어질 수 있다.
전반적인 정액 지표가 불량하면 자연 임신이 점차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인공수정·시험관아기 시술을 시도해도 임신 성공률이 떨어진다. 일산 마리아병원 이재호 원장은 “양쪽의 생식세포가 모두 건강해야 수정·착상이 순조롭게 이어져 임신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자의 질을 개선하는 남성 난임 치료로 빠른 난임 극복이 가능할 수 있다. 남성의 난임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남성 가임력과 성생활은 관련 없어
남성 난임의 가장 큰 원인은 건강한 정자가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는 정자 형성장애다. 올챙이 모양의 정자는 고환에서 만들어져 지름 0.5~1㎜, 길이 50㎝ 정도의 좁고 기다란 정관을 지나 배출된다. 정자는 열에 취약하다. 정자세포를 보관하는 고환도 심부 체온보다 약 2~3도 낮다. 그런데 정계정맥류로 고환의 정맥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난 상태면 고환 주변 온도가 높아지고, 고환 내 모세혈관 내압이 증가해 혈류 정체가 심해진다. 미즈메디병원 비뇨의학과 김기영 원장은 “정계정맥류가 있으면 고환 환경의 변화로 정자 생산 기능에 장애를 초래해 정자의 운동성·형태·밀도 등 전반적인 질이 나쁜 편”이라고 말했다.
난임 남성 환자 3명 중 1명은 정자정맥류일 정도로 흔하다. 가만히 서 있을 때 울퉁불퉁한 정맥이 고환·부고환 등 생식기에서 만져지거나 보인다. 수술로 늘어난 고환의 정맥을 제거하면 4~12개월 후에 70% 이상에서 정자의 질이 좋아진다. 정계정맥류를 제거하는 수술로 정자의 DNA 손상이 줄면서 직접적으로 임신율을 높였다는 보고도 있다.
신체 내적인 이유로 정자의 상태가 나빠진 경우도 있다. 농정액증으로 정액에 염증 수준이 높을 때다. 요로 감염, 전립샘염, 부고환염 등 생식기 주변 조직에 염증이 퍼져 정자가 통과하는 동안 스트레스를 받거나 건강한 정자가 잘 만들어지지 않는다. 정자를 만드는 뇌하수체 호르몬이 부족한 때도 마찬가지로 전반적인 정자의 질이 나쁘다. 모두 약물치료로 정자를 만드는 환경을 개선해 가임력을 회복할 수 있다. 정자는 고환이라는 공장에서 70일 동안 만들어지고 생산에서 배출까지 약 90일까지 걸린다. 남성 난임의 약물치료는 역시 최소한 3~6개월 이상 지속해야 한다. 이 기간에 주기적 정액 검사 등 추적관찰도 필요하다.
정액 검사는 2번 이상 시도해야
정액에서 정자가 하나도 발견되지 않는 무정자증도 치료 가능하다. 보조생식술 등 생식의학이 발전하면서 무정자증도 고배율 특수 현미경으로 정상 정자를 선별한다. 성숙 정자를 찾기 어렵다면 정자가 만들어지는 고환을 절제해 추출한다.
정자의 이동 통로가 막혀 생긴 무정자증은 막힌 부위를 제거하고 정상적인 통로를 이어주는 수술로 정상 임신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막힌 부위가 여러 곳이거나 부고환 입구부터 막혔다면 수술적 교정이 불가능하다. 정자를 추출해 보조생식술로 임신을 시도한다.
남성 난임은 정액을 만드는 생식기의 상태를 살펴보는 신체검사와 정액의 질을 수치로 확인하는 정액 검사로 진단한다. 신체검사에서는 정계정맥류, 잠복고환 등 정자의 질을 떨어뜨리는 신체적 요인이 있는지 살펴본다. 정계정맥류는 신체 구조상 왼쪽 고환에 흔하다. 가만히 서 있을 때 울퉁불퉁한 정맥이 만져지거나 보이면 정계정맥류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로 본다. 정액 검사는 일정량의 정액을 추출해 정액의 양은 물론 정자의 수·운동성·모양·생존성 등을 측정한다. 다만 당일의 몸 상태나 채취 방법 등에 따라 정액 검사 결과가 달라질 수 있어 2회 이상 실시한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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