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만의 내한 이와이 슌지 “韓 관객과 이어 온 인연 감사”
“BTS 등 재능있는 젊은이 등 보며 따라가”
“지금 일본에서 가장 재능 있는 젊은이들과 영화를 만들고 한국에 소개하게 돼 감격스럽다. ‘러브레터’가 나왔을 때 아직 태어나지 않았던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볼 거라 생각하니 타임머신을 타고 온 것같은 느낌도 있다. 한국 관객들이 내 영화를 봐 주면서 이어온 인연에 감사할 뿐이다.”
영화 ‘키리에의 노래’ 개봉에 맞춰 7년 만에 한국을 찾은 이와이 슌지 감독이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같은 소감을 밝혔다.
‘키리에의 노래’는 동일본 대지진의 충격으로 소리 내어 말하지 못하게 된 길거리 뮤지션 키리에(아이나 디 엔드), 자신을 지워버린 친구 잇코(히로세 스즈), 연인을 잃은 고통 속에 살던 남자 나츠히코(마츠무라 호쿠토) 세 사람의 사연이 담긴 치유의 이야기다. 지난달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최초 상영됐다. 당시 공개된 감독판은 러닝타임이 세 시간에 달했지만 국내 개봉 버전은 두 시간 가량으로 편집됐다.
센다이에서 나고 자란 이와이 슌지 감독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누구보다 깊이 느꼈다. 그리고 12년이 흐른 지금 이 비극을 소재로 한 영화를 세상에 내놨다.
이와이 슌지 감독은 “동일본 대지진으로 일본이라는 나라는 큰 상처를 입었다. 대지진 이후 많은 생각을 하며 재해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기도 하고 ‘꽃은 핀다’라는 노래를 만들면서 피해 지역 관련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면서 “재해 당시보다 그 뒤의 오랜 시간을 일본에 대해 생각하고 느끼며 오늘까지 걸어왔다”고 했다.
좋아하던 일본의 옛 영화를 오마주하며 ‘키리에의 노래’를 만들었다고 이와이 슌지 감독은 말했다. 그는 “‘떠돌이 고제 오린’이라는 영화가 있다. 주인공인 맹인 여성이 일본 전통 악기를 연주하며 전국을 떠돌아다니는 이야기”라며 “일본에서 실제로 그런 맹인 중 유명한 사람이 노래했을 때 집집마다 창문이 흔들릴 정도의 전율을 느꼈다는 전설이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번 영화의 주연을 맡은 아이나 디 엔드의 노래를 처음 듣고 그 이야기를 떠올렸다. 머릿속에서 그 전설의 가수와 아이나 디 엔드의 모습이 겹쳐졌다”고 부연했다.
결말이 그다지 극적이지 않은 것은 이번 영화의 특징 중 하나다. 영화 속에서 많이 드러나지 않았던 키리에의 일상을 보여주며 끝난다. 이와이 슌지 감독은 “키리에가 어떻게 살아가고 여행하는지 보여주면서 영화의 엔딩과 함께 관객들을 천천히 본인의 현실로 돌아가게 해주고 싶었다. 어떤 훌륭한 곳으로 가거나 인정받고 성공하는 게 아니라 ‘내가 지금 여기를 걷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영화 안에 성공하는 이야기는 하나도 그려져 있지 않다. 키리에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현실을 보여주는 게 어떤 의미에선 클라이맥스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와이 슌지 감독이 걷고 있는 현실은 어떨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가 영화계에 가져온 새로운 분위기는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그는 “이 업계는 항상 급격하게 변화하는 곳이다. 인공지능(AI)까지 등장하면서 이 업계는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시대로 접어들 것”이라며 “작은 배에 몸을 싣고 빠르게 내려오는 급류를 열심히 헤쳐나가는 심정이다. 고되기도 하지만 내 나름의 방식으로 작업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 한다”고 털어놨다.
한국 관객들은 그의 대표작 ‘러브레터’를 오랫동안 사랑해왔다. 그에게도 이 영화는 각별하다. 이와이 슌지 감독은 “‘러브레터’는 내가 서른살 무렵에 만든 작품이다. 30여년이 지난 영화를 지금도 기억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굉장히 감사할 일”이라며 “‘러브레터’는 나와 한국 팬들을 이어준 첫 작품이고 인생을 되돌아봤을 때도 기적같은 영화”라고 말했다.
긴 세월 꾸준히 창작할 수 있는 힘은 어디서 오는지 물었다. 이와이 슌지 감독은 “내게 자극을 주는 건 이 영화의 주연 배우들처럼 재능을 가진 젊은이들이다. 한국에선 방탄소년단(BTS)이 그렇다”면서 “젊은이들이 제대로 된 형태로 자신을 드러내는 법을 알고 스스로를 잘 표현하는 모습에 엄청난 자극을 받는다. 내가 젊은 아티스트들의 등을 보고 따라가고 있다고 생각하며, 그들의 등을 보고 나도 더 열심히 해야겠구나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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