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조 삭감한 R&D 예산…추경호 "필요한 부분 대거 증액하겠다"
3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에 출석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일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논란과 관련해 “계속 줄이는 게 아니고 전문가들과 학계 의견을 들어 필요한 부분은 대거 증액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정부는 R&D 예산을 올해보다 16.6%(5조2000억원) 삭감한 25조9000억원으로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고, 이날 회의에서 이 문제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진 데 대한 대응차원이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에선 “R&D 투자를 통한 혁신은 우리나라같이 기초연구 투자에 인색한 상황에서 지속 가능한 경제의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창조적 축적의 디딤돌이다. 필요필급한 예산이 카르텔이라는 명목으로 삭감된 것 아닌가”(서삼석 예결위원장), “구조적 개혁은 점진적으로 해야 하는데, (윤석열 대통령) 본인이 승인했던 예산을 갑자기 3개월 만에 16.6%나 줄인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 R&D 예산은 IMF 외환위기 때도 줄이지 않았다”(신동근 의원)라며 정부를 몰아세웠다.
이에 추 부총리는 “R&D가 중요하다고 해서 구조조정 대상의 성역이 될 수 없다”면서도 “여러 문제제기가 있기 때문에 젊은 신진 연구자들의 도전적 사업과 연구 환경, 인력에 부정적 영향이나 축소가 없도록 다시 한 번 국회 심사 과정에서 의원님들 의견을 경청하며 심사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증액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뜻이었다. 추 부총리는 “틀이 잡히고 나면 내년 이후에는 필요한 부분에 집중적으로 예산을 투입하겠다”고도 했다.
야당은 이날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해외 출장을 이유로 예결위에 불참한 것에 대해서도 공세를 폈다. 강훈식 민주당 예결위 간사는 “(R&D 예산 관련 내용을)물어볼 수 있는 장관은 국회 허락도 받지 않고 자리를 이석했다”며 “국민 지적이 두려워서라면 장관을 그만두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최근 여권이 불을 붙인 ‘김포 서울 편입 논란’에 대한 공방도 벌어졌다. 양경숙 민주당 의원은 “국가균형발전에 대한 거대 담론은 어디다 뒀나. 총선에 이용하려는 게리맨더링”이라고 여당을 비판했다. 3선인 유기홍 민주당 의원도 국무위원들을 향해 “지역균형발전과 지역소멸을 막아야 한다는 시대적 과제에 역행해서 ‘억지 춘향’격으로 국민의힘의 이런 주장에 동조하거나 부역하면 나중에 역사적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상대적으로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원 장관은 “만약 실현됐을 때 김포 주민의 생활, 또 서울시와 경기도 행정에 미치는 영향이 많기 때문에 보다 면밀한 검토와 주민들의 차분한 토론이 필요하다”며 “국토 전체 이용과 삶의 질의 균등한 발전을 추구해야 되는 입장에서 차분하게 보겠다”고 말했다.
다만 원 장관은 민주당 서울시당 위원장인 김영호 의원이 ‘김포시의 서울 편입은 바람직 하지 않다’고 하자 “지방자치와 민주주의 차원에서 주민들의 자발적인 움직이라면 저희들은 그 뜻을 잘 파악하고 존중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답했다. “여당 발표 전에 인지했느냐”는 김 의원의 질의에 “전혀 사전 협의는 없었다”고 답했다.
이날 전체회의에서 민주당은 올해 국세 수입이 예상보다 59조 원 부족할 것으로 전망되는 것에 대해서도 “59조원 펑크에서 그친다는 보장이 있나. 만약 또 틀리면 국민 이름으로 고발하겠다”(양경숙)고 정부를 몰아붙였다. 이에 추 부총리는 “결산해보니 지난해에는 신기에 가깝게 (국세 수입 규모를)정확히 맞췄다”며 “큰 틀에서 보면 1승 1패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추 부총리는 또 전날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정부의 확장재정을 요구한 데 대해 “지출을 늘리는 전제는 대규모 빚을 내는 것인데, 이것은 굉장히 조심스럽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방만하게 재정을 운용하면 국가 부채가 너무 커지고 대외 신인도, 물가 안정에 문제가 된다. 미래 세대, 청년들에게 빚을 대거 물려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한편 민주당에서 최근 탄핵소추 대상으로 거론되는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은 관련한 전주혜 의원의 질의에 “지금까지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일을 한 일이 없다”며 “정치적 책임을 묻는 것이라면 모르겠지만 탄핵이라는 건 얼토당토않다. 부당하다”고 말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n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천적 바퀴벌레' 집에 풀어라?…빈대 '셀프 방역' 위험한 진실 | 중앙일보
- 중졸 두 아들 서울대 보냈다, 중졸 막노동꾼 아빠의 전략 | 중앙일보
- 유재석도 "유모차" 말했는데 '유아차'…웹예능 자막 논란 왜 | 중앙일보
- 내복 차림으로 30분 달렸다, 늙음 마주한 ‘악몽의 그날’ | 중앙일보
- 모발 100개 뽑은 이선균, 마약 음성…경찰 "10개월 안 한듯" | 중앙일보
- 날마다 수천마리 버린다…'1마리 수십만원' 참치 풍년에 울상 왜 [극과 극 한반도 바다] | 중앙일
- '전청조 사기극'에 거론된 오은영…"사칭 피해 조심해달라" | 중앙일보
- "더 취하는 술 줘"…'기안84 소주' 한달만에 7만병 팔린 비결 | 중앙일보
- "손님에 벤츠? 헬기 띄워"…세계 1위 억만장자의 투자 비밀 | 중앙일보
- 마포경찰서 건물서 20대女 추락사…사기 피해 조사 중이었다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