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원 12명만 콕 찍어 해고했는데... 법원마저 문제없다니

김화빈 2023. 11. 3.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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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세종호텔 부당해고 행정소송 1심 '기각'... 노동자들 "노조활동 했다고 쫓겨난것" 주장

[김화빈 기자]

 세종호텔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3일 오후 2시께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종호텔 부당해고 행정1심 선고 결과에 대해 항소의 뜻을 밝히고 있다.
ⓒ 김화빈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악화를 이유로 해고된 세종호텔 노동자들이 부당해고 구제 행정소송 1심에서 패소했다. 노동자들은 강하게 반발하며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 재판부(재판장 유환우 부장판사)는 3일 오후 세종호텔 해고 노동자들이 낸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구제 재심판정취소소송 선고기일에서 원고의 소를 기각했다. 이날 재판부가 별다른 설명 없이 "원고의 소를 기각한다"고만 하자 당사자들은 "이유라도 밝혀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재판정에서 항의하기도 했다. 그제야 재판부는 "정리해고 요건이 충족됐다"고 했다. 

앞서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도 노동자들의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기각한 바 있다. 그러자 해고 노동자들은 법원의 판단을 받겠다며 재심판정취소소송을 냈다. 

세종호텔은 2021년 12월 코로나19 경영악화를 이유로 20년 경력의 호텔리어 12명을 정리해고했다. 이들은 모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서비스연맹 관광레저산업노조 세종호텔지부 소속 직원들이었다. 때문에 노동자들은 노조를 무력화하려는 정리해고였다고 보고 있다.

노조는 사측의 근로자대표 선정 과정에 문제가 있고, 코로나19라는 일시적 현상에 따른 매출 감소는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아니라고 봤다. 또 '노동자들이 임금을 받지 않으며 비용 일부를 부담할 테니 구조조정을 하지 말자'고 제안했지만 사측이 거부한 것도 정리해고의 법적요건에 위배된다고 봤다.

법률상 정리해고의 요건으로는 ▲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 해고 회피 노력 ▲ 대상자의 공정한 선정 ▲ 노조 또는 근로자 대표와의 협의 등(근로기준법 제24조)이 있다.

'1심 패소' 해고 노동자들 "노조했다고 내쫓겨... 우리가 옳다"

선고 직후 법정 밖을 나온 해고 노동자들과 세종호텔정리해고철회를위한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은 참담한 표정으로 서울행정법원 앞에 섰다. 감정이 격해진 한 활동가는 눈물을 터뜨리기도 했다. 구체적인 사유를 밝히지 않은 재판부에 대한 성토도 쏟아졌다. "이 판결을 듣기 위해 온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기각한 이유라도 재판부가 설명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항의였다. 

지난 2년여간 길거리와 세종호텔 앞에서 싸워온 고진수 민주노총 세종호텔지부 지부장은 "50년 넘게 운영된 세종호텔 (경영진이) 쌓아놓은 자산은 2천억이 훨씬 넘는다. 또 호텔 측이 정부에 고용유지지원금을 추가로 신청할 수도 있었지만 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해고 노동자들을 복직시켜 식음사업장을 재개하는 것이 호텔을 정상화하는 길인데도 세종호텔은 호텔등급이 4성에서 3성으로 하락하는 것까지 감수하면서 복직을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고 지부장은 "세종호텔의 영업실정은 코로나 19 이전보다 좋아지고 있는데 '우리는 노조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내쫓겨야 하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러면서 "사측은 뿌리 깊은 노조혐오와 코로나를 핑계로 끝내 정규직 노조 조합원에게만 해고통보를 했다"며 "동지들과 함께 내 일자리로 돌아가는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차헌호 금속노조 아사히비정규직지회장은 "판사님들도 회사가 주는 서류만 놓고 판단하지 말고, 현장에 나가 실제 정리해고 과정에 고의성이 있었는지 판단해야 한다"며 "기업들이 노동자 한 명을 해고하더라도 해고 회피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했는지, 자산매각 등의 노력이 적극적이었는지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도 두 번의 정리해고 경험이 있다고 밝힌 차 지회장은 "아사히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2015년 6월에 해고돼 4년 만인 2019년 8월 첫 재판에서 패소했다. 하지만 우린 포기하지 않고 싸워 법원으로부터 승소 판결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이 말에 노동자들은 눈물이 흐르는 눈을 질끈 감고, 주먹을 꽉 쥐어올리며 "투쟁"이라고 외쳤다.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는 "지금 세종호텔에 가보면 사람이 넘쳐난다. 노동자들은 경영상 이유로 해고됐는데 지금은 그 해고 사유가 사라졌다"며 "그들(사측)은 절망을 원하지만 우리는 옳기 때문에 절망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명숙 활동가는 "(우리는) 세종호텔뿐 아니라 다른 수많은 노동자가 삶과 일터에서 물러나도록 할 수 없으므로 반드시 이겨야 한다"며 "다른 노동자들이 더 이상 어떤 재난이 오더라도 다시 현장에 돌아갈 수 있도록 힘을 보여주는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종호텔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3일 오후 2시께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종호텔 부당해고 행정1심 선고 결과에 대해 항소의 뜻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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