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디만 잡으면 캐디에게 팁 준다고? [정현권의 감성골프]
짧은 기간에 톱 반열에 오른 고교 친구가 고민을 털어놨다. 거침없이 나아가던 그의 골프 행보에 눈이 제약 요인으로 등장했다.
완벽한 싱글 핸디 캐퍼인 또 다른 친구는 그린에만 올라오면 라인을 놓고 캐디와 상의한다. 플레이어가 캐디 도움 없이 마크하고 라인도 읽어야 하는데 왜 저러지 늘 의구심을 가졌다.
버디만 하면 캐디에게 팁을 주는 것도 처음에는 의아했다. 알고 보니 난시에다 시력이 워낙 나빠 라인 읽는 게 버겁기 때문이란다. 고마워서 팁을 주는 거니까 동반자들은 따라 할 필요가 없다며 양해를 구했다.
이래서 무조건 공을 핀에 붙여 컨시드를 받거나 최대 2퍼트로 마무리한다는 생존 전략이 몸에 뱄다. 퍼터 사용을 최소화하겠다는 뜻이다. 아예 퍼터를 백에서 빼버리는 게 자신의 최종 목표란다.
녹색 잔디와 파란 하늘을 접하기에 골프 고수들은 으레 시력이 좋은 것으로 필자는 여겼다. 골프장이 일터인 캐디만 하더라도 안경을 거의 끼지 않는다.
박영민 한국체대 교수는 “요즘은 측정기로 아마추어 골퍼들이 편하게 거리를 가늠하지만 프로 선수들로선 거리 측정에서 시력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물론 거리 목이나 캐디 도움을 받지만 짧은 거리는 눈으로도 읽어내야 한다고 설명한다.
공을 찾는 데도 시력은 매우 중요하다. 얼마 전 동반자 공이 160m 파3홀 핀 뒤쪽에 올라갔다고 옆에서 말하자 정말이냐며 깜짝 놀랐다. 햇빛에 그린이 약간 반사되기는 했지만 자기 눈에는 전혀 공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알고 보니 평소에도 드라이버로 티샷한 공이 어느 방향으로 갔는지도 잘 모른다고 했다. 멋진 스윙에다 방향도 정확해 시력이 굉장히 좋은 줄로 알았다.
날아간 방향을 잘 모르니 러프나 풀숲에 들어간 공을 찾는 데도 어려움을 겪는다. 자기 공은 못 찾고 로스트 볼을 두 주머니 불룩하게 넣고 나온다.
간혹 누가 봐도 이상하게 에이밍하는 동반자가 있다. 캐디가 몇 번이나 타깃 방향을 알려주지만 정작 스탠스는 틀어진다. 처음에는 왜 저리 말을 듣지 않나 싶어 물어보니 난시에다 한쪽 시력이 워낙 좋지 않단다. 구질과 스윙 형태 때문에 타깃을 알면서도 스탠스를 트는 케이스가 있지만 이런 사례는 시력에 기인한다.
당연히 두 눈 가운데 자신의 주시를 알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스탠스를 취한 두 발 사이 적당한 곳에 공을 놓는다.
골프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안경이 불편하다고 한다. 안경 도수가 올라갈수록 물체는 작게 느껴진다. 시력 좋은 골퍼가 공을 있는 그대로 본다면 눈이 나쁜 골퍼들은 상대적으로 작은 공을 치는 셈이다.
안경알 도수가 1디옵터(안경 굴절도) 올라가면 물체 크기는 1% 작게 보인다고 한다. 또 안경알이 두꺼우면 핀과 퍼트 라인이 왜곡돼 정확성이 떨어지고 무거워서 스탠스 취하고 좌우를 둘러보기도 성가시다.
김중훈 강남아이디안과 원장은 “퍼트 1㎝ 차이로 승패가 갈릴 정도로 골프는 예민하고 디테일한 운동이라서 시력은 굉장이 중요한 요소”라고 말한다.
제대로 보려면 집중력을 더욱 끌어올려야 하고 눈에 힘을 주다 보면 찡그리면서 표정이 변하고 특히 피로감도 더해진다. 난시가 심해 시야가 왜곡되면 퍼트 실수가 잦아진다.
우즈는 일찌감치 1999년 라식 수술을 받았다. 콘택트렌즈를 끼던 우즈는 롱퍼팅 때 거리감이 떨어지고 알러지로 고생했다. 라식 수술 이후 우즈는 롱퍼팅에서 탁월한 효과를 보았다. 우즈는 당시 “라식 수술은 내가 날린 가장 멋진 샷이었다. 골프공과 홀이 더 크게 보인다”고 말했다.
“노안이 와서 그런지 뒤에서 볼 때는 슬라이스 라인인데 막상 어드레스를 취하면 훅 라인처럼 보였다.”
최경주가 얼마 전 인터뷰에서 나이가 들어 눈이 예전같지 않다면서 시력과 골프를 언급했다. 의사들은 정말 골프를 잘 치고 싶고 사랑한다면 노안 콘택트렌즈를 끼거나 시력교정술, 라식 등을 추천한다. 백내장까지 겹치면 의사와 상의해 적합한 방법을 찾으면 된다.
나이 들어 골프 점수를 잘 내려면 눈 수술이라도 해야 할지 고민된다. 일단 점수를 끌어올리려면 병원보다는 연습장을 찾는 게 빠를 듯하다.
정현권 골프칼럼니스트/전 매일경제 스포츠레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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