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너, 대림동 조선족 아니?”… 영화보다 잔혹한 협박

성윤수 2023. 11. 3.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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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대림동 조선족 한 번도 못 봤지? 그놈들 보고도 헛짓 하는지 한 번 보자."고가 미술품에 투자한 돈을 회수하려고 이른바 'MZ 조폭'을 동원해 갤러리 운영자를 감금·폭행한 일당이 피해자를 겁주면서 한 말이다.

3일 국민일보가 입수한 일당의 공소장에는 이들이 피해자를 서울 강남 한복판 빌딩 지하로 끌고가 무자비하게 협박, 폭행한 범행 사실이 고스란히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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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투자 회수하려 갤러리대표 감금
검찰, 폭처법상 공동감금·강요 등 적용
이날 첫 재판…호화 변호인단 꾸려 대응
투자업체 관계자인 유모(30)씨 등이 갤러리 운영자를 협박하기 위해 동원한 MZ조폭 ‘불사파’ 일당의 모습. 서울경찰청 제공

“너 대림동 조선족 한 번도 못 봤지? 그놈들 보고도 헛짓 하는지 한 번 보자.”
고가 미술품에 투자한 돈을 회수하려고 이른바 ‘MZ 조폭’을 동원해 갤러리 운영자를 감금·폭행한 일당이 피해자를 겁주면서 한 말이다. 이들은 실제 조선족 폭력배에게 “연장 가져 오라”고 전화해 협박 현장으로 부르기도 했다.

3일 국민일보가 입수한 일당의 공소장에는 이들이 피해자를 서울 강남 한복판 빌딩 지하로 끌고가 무자비하게 협박, 폭행한 범행 사실이 고스란히 담겼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부장검사 김연실)는 지난달 13일 투자업체 대표 유모(30)씨와 전무 장모(37)씨, 이들이 동원한 조직폭력배 ‘불사파’ 조직원 3명과 중국 혼혈 2세, 조선족 3명 등 9명을 구속 기소했다.

일당은 유명 미술작품 거래에 약 28억원을 투자한 뒤 미수금과 이자 등 명목으로 87억원을 내놓으라며 40대 여성인 갤러리 운영자 A씨를 협박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에 따르면 유씨 등은 지난 8월 1일 A씨를 서울 서초구 자신들의 사무실이 있는 빌딩으로 강제로 끌고 가 7시간 넘게 감금했다. 이들은 욕설을 퍼부으면서 수첩과 손 등으로 피해자의 얼굴, 머리 등을 수차례 때린 것으로 조사됐다. 겁에 질린 A씨가 가족에게 문자 메시지로 도움을 청한 사실이 발각되면서 협박 수위는 점차 심해졌다.

유씨는 A씨에게 “너 오늘 한 번 죽어봐. 대림동 조선족 한 번도 못 봤지?”라며 겁을 줬다. “그놈들 차에 뭐 싣고 다니는지 못 봤지? 그놈들 보고도 헛짓 하는지 보자”라는 언급도 했다. 유씨는 이어 평소 알고 지내던 중국 혼혈 2세 최모씨에게 연락해 “니 도움이 필요하다. 돈 좀 받아줄 수 있는 애들 알고 있나? 연장도 가지고 와라”고 요청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씨가 조선족 동료 등을 데리고 현장에 도착하자 유씨는 “여자한테 돈을 받아야 하니 올라가서 겁을 줘라. 한국말은 사용하지 말라”고 시켰다. 실제 최씨 등은 문신을 드러낸 상태에서 알아들을 수 없는 중국말을 하면서 A씨를 공포로 몰았다고 한다.

겁에 질린 A씨가 울음을 터뜨리자 더 극단적인 상황도 연출했다. 일당은 A씨를 지하 2층으로 끌고갔는데, 그 장소는 불빛이 전혀 없고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만 나는 곳이었다고 한다. 유씨는 라이터를 켜 A씨의 얼굴에 들이밀면서 “경찰도 우리 빌딩에는 못 들어와. 여기 들어오면 다 XX 돼서 나가”라며 윽박질렀다.

그 며칠 뒤 일당은 자신들 근거지로 다시 피해자를 불러내 청부살인을 언급하며 협박하기도 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유씨는 A씨의 머리를 수차례 때리며 “너한테 뜯을 게 뭐 있어. 장기밖에 더 있어?” “손가락 하나만 먼저 놓고 갈래? 동남아 애들이 자를거야”라는 위협도 했다.

검찰은 이들에게 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감금, 공동강요, 공동폭행 및 특수강도 등 10개 안팎의 혐의를 적용했다. 피고인 9명 가운데 주범 유씨를 비롯한 4명은 폭력 행위 등으로 집행유예 기간 중이거나 재판을 받는 와중에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유씨 등은 대형 로펌과 고위 법관·검찰 출신 전관 변호사 등 호화 변호인단을 꾸려 대응에 나섰다. 이날 일당에 대한 첫 재판이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됐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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