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속 용어]"새들의 충돌 막아라" '라이츠 아웃 운동'

김종화 2023. 11. 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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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츠 아웃(Lights Out) 운동'은 미국 조류관찰자 학회에서 1999년부터 전개한 운동이다. 철새 이동 시기에 빌딩 조명을 끄거나 어둡게 해 철새들이 건물과 충돌하는 것을 막는 활동이다. 이 운동은 뉴욕·보스턴·샌디에이고·댈러스·마이애미·토론토 등 미국과 캐나다의 50개 도시에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조류가 항공기에 부딪히거나 엔진 속에 빨려 들어가 항공사고를 일으키는 것을 '버드 스트라이크(Bird Strike)'라고 하는데, 이런 버드 스트라이크는 항공기뿐 아니라 도심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철탑 위의 새들. [사진=픽사베이]

조류보호단체인 미국의 ABC(American Bird Conservancy)와 캐나다의 FLAP(Fatal Light Awareness Program), 한국의 (사)조류충돌방지협회(BCPA) 등에 따르면, 도심에서도 하루에 2만 마리의 새들이 건물의 유리창과 투명 방음벽에 부딪히는 버드 스트라이크로 희생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해마다 최대 10억 마리, 캐나다에서는 2500만 마리가 희생되고, 국내에서도 연간 800만 마리 정도가 도시에서의 버드 스트라이크로 죽는다.

새들은 유리창을 개방된 공간으로 인식하는데, 유리의 투명성과 반사성 때문에 막혀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비행하던 속도 그대로 날아와 부딪힌다. 새들의 평균 비행속도는 시속 36~72㎞ 정도다. 새의 골격은 비행에 최적화돼 겉은 얇고 속이 비어있어 충격에 매우 취약하다고 한다. 투명방음벽도 위험하다. 도로변에 설치된 이 방음벽은 조류의 서식지를 가로지르는 경우가 많아 건물의 유리창보다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

새들의 죽음을 막기 위해 유리창에 '버드 세이버'로 알려진 맹금스티커를 부착하기도 하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새들은 고정된 그림을 천적으로 인식하지 않기 때문이다.

새들은 유리창을 개방된 공간으로 인식하는데, 유리의 투명성과 반사성 때문에 막혀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비행하던 속도 그대로 날아와 부딪힌다. 새들의 평균 비행속도는 시속 36~72㎞ 정도다. [사진=픽사베이]

그러나 새들도 비행할 수 없는 틈으로는 무리하게 비행을 시도하지 않는데, 그 틈이 높이 5㎝, 10㎝의 틈(공간)이라고 한다. 이런 조류의 특성을 이용해 전문가들이 새들을 살리기 위해 고안한 방법이 바로 '5x10 규칙'이다. 건물 유리창 외부에 5x10 간격으로 물감과 스티커 등을 이용해 지름 8㎜ 이하의 점을 찍거나 선을 표시하면, 새들이 자신이 지나갈 수 없다고 인지하고 유리창을 회피해 비행한다고 한다.

투명방음벽의 경우 6㎜ 이상 굵기의 줄을 10㎝ 간격으로 늘어뜨리거나, 유리창과 적당한 간격을 두고 그물망을 설치해 충격을 줄여주는 방법도 있다.

새와 유리창의 충돌을 막기 위해 이런 방법 외에도 건물 주변에 그물을 설치하거나, 새를 쫓아내는 기구를 사용하는 등 다양한 방법들이 동원된다. 야간에 새와 건물의 충돌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건물 주변의 불을 꺼주거나 어둡게 만드는 것이다. 라이츠 아웃 운동이 바로 이 방법을 널리 전개하자는 것이다.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 현지 언론들은 최대 규모의 컨벤션센터인 시카고 맥코믹플레이스가 하룻밤 철새 1000마리 떼죽음 사고를 겪은 지 한 달 만에 보호 대책을 내놓았다고 보도했다.

맥코믹플레이스를 소유한 기관 MPEA(Metropolitan Pier and Exposition Authority)는 전날 월례 이사회를 통해 사고가 발생한 전면 유리 건물 '레이크사이드 센터(Lakeside Center)'의 창에 매일 밤 빛이 차단되도록 커튼과 블라인드를 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안에 불이 켜져 있더라도 밖으로 불빛이 새 나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레이크사이드 센터는 맥코믹플레이스를 구성하는 4개 동 가운데 가장 동쪽, 미시간호변에 놓인 연면적 5만4000㎡ 규모의 4층짜리 건물이다. 이 빌딩의 외벽 인근에서는 지난달 5일 새벽 1000마리에 달하는 명금류(songbirds) 사체가 발견돼 충격을 준 바 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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