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동전에 한국계 여성 새겨진다…장애인 인권운동가 밀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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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025년 미국에서 발행되는 25센트 기념주화에 한국계 인물의 얼굴이 새겨질 예정이다.
미국 화폐에 한국계 인물이 선정된 첫 사례인데, 그 주인공은 여성 장애인 인권운동가로 지난 2020년 사망한 고(故) 스테이시 박 밀번(Stacey Park Milburn)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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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생…암 투병 중 요절해
오는 2025년 미국에서 발행되는 25센트 기념주화에 한국계 인물의 얼굴이 새겨질 예정이다. 미국 화폐에 한국계 인물이 선정된 첫 사례인데, 그 주인공은 여성 장애인 인권운동가로 지난 2020년 사망한 고(故) 스테이시 박 밀번(Stacey Park Milburn)이다.
3일 미주중앙일보와 미국 연방조폐국(USM) 등에 따르면, 미국 근현대사에서 남다른 성취를 이뤄낸 여성의 얼굴을 동전에 새기는 '미국 여성 주화 프로그램' 2025년 인물에 스테이시 박 밀번이 선정됐다.
이 프로그램은 '성별에 따른 차별을 금지한 수정헌법 제19조' 발효 100주년을 기념해 시작된 프로젝트로, 지난 2022년부터 2025년까지 4년 동안 매년 뛰어난 업적과 공헌을 남긴 여성 5명을 선정해 25센트 주화 뒷면에 얼굴을 새겨왔다. 동전의 앞면에는 기존의 미국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의 얼굴이 유지된다.
밀번은 1987년 서울에서 주한 미군이던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후, 미국으로 건너가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성장했다. 태어날 때부터 근육 퇴행성 질환인 선천성 근이영양증을 앓았고, 이러한 경험이 이후 장애인 인권 운동에 뛰어드는 계기가 됐다.
말번은 청소년 시절부터 장애인과 소외 계층의 권익 향상을 위해 활동하며, 개인 블로그에 장애인이 겪는 부당함을 적은 글을 올려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후 그는 노스캐롤라이나 주 정부 산하 장애인협회 위원으로 임명되어 장애공립학교에서 장애인 역사 교육을 의무화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고, 10월을 장애인 역사 인식의 달로 지정하는 데 이바지했다.
샌프란시스코로 이주한 뒤에는, 자신보다 더 형편이 좋지 않은 유색 인종·저소득층·노숙자 등을 위한 권리 증진 운동에 뛰어들었다. 지난 2014년에는 오바마 행정부 직속 기관인 지적장애인위원회에서 장애인 정책 자문 위원으로도 활동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는 장애인과 저소득층, 노숙자 등 사회적 약자들에게 마스크와 긴급 의약품·위생용품을 전달하는 데 앞장섰다. 이미 신장암 진단을 받은 그는 투병중에도 열정적으로 활동했으나, 수술 후유증으로 2020년 5월 19일 세상을 떠났다. 이날은 그의 33번째 생일이었다.
미국 조폐국은 밀번에 대해 "선견지명이 있는 지도자이자 장애인을 위한 강력한 활동가였다"며 "다양한 활동을 통해 장애인들이 기관에 의존하지 않고 주체적인 삶을 누리는데 직접적인 공헌을 했다"고 소개했다.
밀번의 얼굴이 새겨진 주화는 내후년에야 볼 수 있지만, 미 조폐국은 그가 휠체어에 앉아서 밝은 표정으로 말하거나 당차게 이야기하는 모습 등을 담은 도안을 공개했다. USM은 검토 과정을 거쳐 주화의 최종 디자인을 결정할 방침이다.
한편 밀번과 함께 2025년 기념주화에 얼굴이 새겨질 여성으로는 흑인 언론인 아이다 웰스, 걸스카우트 창립자 줄리엣 고든, 천문학자 베라 루빈, 흑인 테니스 선수 앨시어 깁슨 등이 선정됐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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