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혁신위 "당 지도부-친윤, 총선 불출마 혹은 험지 출마 요구"

곽우신 2023. 11. 3.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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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 지도부 및 중진, 대통령과 가까이 지내는 의원들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거나 아니면 수도권 어려운 곳에 출마하는 걸 요구한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회 위원장은 3일 오후 당 혁신위원회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당 지도부 및 중진, 대통령과 가까이 지내는 의원들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거나 아니면 수도권 지역에 어려운 곳에 와서 출마하는 걸로 결단을 내려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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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위, 2호 안건으로 당 주류 '희생' 띄우기, 후폭풍 예상... 김기현 "종합적 검토하겠다"

[곽우신, 남소연 기자]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3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혁신위 제3차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남소연
 
[기사 보강 : 3일 오후 5시 31분]

"당 지도부 및 중진, 대통령과 가까이 지내는 의원들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거나 아니면 수도권 어려운 곳에 출마하는 걸 요구한다."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2호 안건'으로 당 지도부와 중진, 윤석열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들의 차기 국회의원 총선거 불출마 혹은 수도권 험지 출마를 요청했다. 어디까지나 강제력이 없는 '권고'에 불과하지만, 당내 기득권을 가진 주류 인사들의 희생을 공식적으로 요구한 것이라 당내 후폭풍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회 위원장은 3일 오후 당 혁신위원회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당 지도부 및 중진, 대통령과 가까이 지내는 의원들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거나 아니면 수도권 지역에 어려운 곳에 와서 출마하는 걸로 결단을 내려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기현 지도부와 다선 의원들뿐만 아니라 소위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친윤'으로 불리는 이들까지 호명한 셈이다.

인요한 "우리 당은 위기... 바로잡기 위해서 희생과 결단 요구"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 당은 위기"라며 "더 나아가 나라가 위기인데 그걸 바로잡기 위해서는 희생의 틀 아래에서 결단이 요구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과거에는 국민이 희생하고 정치하는 분들은 많은 이득을 받았는데, 이제는 국민에게 모든 걸 돌려주고 정치인이 결단을 내려서 희생하는 새로운 길을 요구한다"라는 지적이었다.

마이크를 이어받아 기자들과 질의응답에 나선 김경진 혁신위원은 "이 내용은 혁신위가 공식 의결을 한 건 아니지만"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지도부의 정치적 결단을 촉구하는 의미에서 인 위원장이 먼저 말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권고 차원의 내용이니 '의결'과 같은 절차를 거친 것은 아니지만, 혁신위 내에서 "심도 있는 토론"이 있었다고도 강조했다.

앞서 혁신위 '1호 안건'의 열쇳말이 통합이었다면, '2호 안건'은 '희생'이었다. 혁신위는 이날 ▲국회의원 숫자 10% 감축 ▲불체포특권 전면 포기 및 당헌·당규 명문화 ▲국회의원 세비 삭감 및 국회의원 구속 시 세비 전면 박탈, 본회의·상임위원회 불출석 시 세비 삭감 ▲현역의원 평가 후 하위 20% 공천 원천 배제 등 4개 안건을 제시했다.

'하위 20% 공천 배제'나 '불체포 특권 포기 당헌·당규 적시' 정도를 제외하면 당이 아니라 국회 차원에서 입법 등 제도 정비가 필요한 내용이다. 당 지도부가 혁신위의 제안을 받아들일 경우, 당론으로 채택해 야당과 협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미 야당과 큰 갈등을 빚었던 '의원 정수 축소'를 재차 들고 나오는 모양새라 여야 협상에 난항이 예상된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3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혁신위 제3차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남소연
 
김기현 "혁신위가 제안한 내용을 보고 말씀드리겠다"

당장 영남권 주류 의원들의 반발이 클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는 일단 명확한 거부 의사를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혁신위의 공개 브리핑에도 불구하고 '정식 제안이 오지 않았다'며 구체적인 답도 하지 않았다.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김 대표는 혁신안과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아직 정식적으로 보고받은 바 없다"라며 "제안한 내용을 보고 말씀드리겠다"라고 즉답을 피했다. 다만 "논의 결과를 종합해 제안해 오면, 당의 정식적인 논의 기구와 절차를 통해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라고 여지를 남겼다.

김기현 대표가 과거 언급한 바 있는 '의원 정수 축소'에 대해서도 "종합적으로 (혁신위에서) 제안이 와야 절차에 집행할 수 있다"라며 "당의 정식 논의 기구와 절차를 통해 종합적 판단을 하겠다"라는 원론적인 답을 되풀이했다. 다만, 혁신위와 사전에 해당 안건들을 조율했는지를 묻자 "사전에 의논한 바는 없다"라고 이야기했다.

친윤계 중에서는 긍정적인 화답도 나왔다. 채널A 보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 시절 비서실장을 맡았던 이용 국회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면 나라도 먼저 뭐든지 할 생각"이라며 "당에서 불출마 선언을 하라고 하면 불출마 할 것이고 험지 출마를 하라고 하면 이 역시 수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 주류와 각을 세워 온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은 이번 혁신위의 발표를 환영하며 당 지도부를 비판했다. 홍준표 시장은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큰일났네"라며 "부산에 장제원과 아이들, 강원도에 이철규와 아이들, 경남에 친윤이라고 거들먹 대던 아이들, 울산에 김기현과 아이들, 지도부의 듣보잡과 아이들, 용산 대통령실 출마 대기 아이들, 모두모두 집에 가게 생겼네"라고 꼬집었다. 그는 "혁신위원장 시원하게 한번 지른다"라며 "혁신이란 바로 그런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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