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갑질" 작심비판 이틀 만에…하나은행부터 1000억 내놨다
하나은행이 소상공인에 대한 1000억원 상당의 금융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에 대해 “종노릇”, “갑질” 등 작심 비판을 쏟아낸지 이틀 만이다. 다른 주요 시중 은행들도 비슷한 지원책 검토에 나섰다. 금융당국은 은행의 자발적 사회 환원과 별개로, 초과 이익을 환수하는 방안을 찾겠다는 방침이다.
에너지비 20만원 등…지원책 쏟아낸 하나銀
금융 지원안에는 ▶이자 캐시백 ▶서민금융 공급 확대 ▶에너지 생활비·통신비 지원 ▶경영 컨설팅 지원 등이 담겼다. 6개월 치 이자를 전부 돌려주거나, 에너지 생활비·통신비 명목으로 현금을 입금해주는 등 그간 발표했던 상생 금융 방식보다 더 직접적인 지원책이 담겼다는 게 하나은행 설명이다.
우선 다음 달부터 하나은행은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 약 11만명에게 6개월간 전월 납부한 이자를 매달 돌려주는 ‘이자 캐시백’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원금 및 이자 상환을 유예했었던, 고객 2500명(40억원)과 제조업 소상공인 2만1000명(210억원), 소상공인 정책금융 대출 상품을 이용하는 고객 3만2000명(115억원), 지역신용보증재단 보증서로 대출받는 고객 약 6만명(300억원)에게 총 665억 규모로 지원한다. 1인당 평균 약 57만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자와 관계없이 직접 현금을 주는 방안도 포함했다. 하나은행은 우선 서민금융상품 이용자와 고금리 취약 차주 중에서 15만명을 선정해 약 300억원의 에너지 생활비를 지원한다. 지원 대상으로 선정되면 1인당 최대 20만원을 현금으로 받는다. 또 신규 가맹점 소상공인 고객 4만명에게는 1인당 5만원(약 20억원)을 통신비로 줄 계획이다. 개인사업자대출 이용 소상공인 중 일부에게는 컨설팅 비용으로 1인당 50만원(약 15억원)을 지급한다.
이날 광장시장을 방문한 이승열 은행장은 “고금리와 고물가가 장기화하는 시대에 자영업자 손님들에게 실질적 보탬이 되는 금융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며 “하나은행은 내실 있고 촘촘한 지원으로 자영업자·소상공인 손님들의 곁을 끝까지 지키겠다”고 했다.
신한·우리銀 “지원책 마련 중”
이 같은 은행의 취약계층 금융 지원은 다른 시중은행으로도 확산하는 분위기다. 3일 신한은행 관계자는 “그룹 회장 주도로 은행이 중심이 된 진정성 있는 지원책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우리금융그룹 관계자도 “회장이 그룹사 대표를 긴급 소집해 각 계열사별로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대규모 상생 금융 방안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KB국민도 비슷한 상생 지원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업계 관계자는 “그간 은행들이 상생 금융 등 취약계층 지원을 안 했던 것은 아니다”면서 “다만 대통령까지 나서 비판을 하는 상황이다 보니 지원책을 더 내놔야 할 분위기”라고 전했다.
“은행 과점·담합 명백…시스템적으로 걷겠다”
금융당국 한 고위관계자는 “은행이 사상 최대 이익을 거두는 배경에는 과점과 담합이 있다는 게 거의 명백하다”면서 “스스로 자정 노력을 해야 하는데 전혀 되지 않고 있다. (은행 초과 이익을) 시스템적으로 걷어서 어려운 데 쓰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 금융당국 관계자는 오는 16일 주요 금융지주 회장을 만날 예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대통령 발언과 상관없이 원래 계획했던 간담회였지만, 최근 이슈가 된 은행의 사회공헌 문제도 논의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했다.
횡재세·서민 금융 출연 등 논의
은행 이익을 환수하는 방안으로는 ‘횡재세’ 부과와 서민 금융 지원에 은행 자금을 출연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횡재세는 세금의 형태로 은행 이익을 환수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 입장에서는 재원을 다양한 곳에 쓸 수 있다는 점이 유리하다. 부족한 세수를 메우는 효과도 있다. 다만 이중과세 논란과 외국인 투자자 이탈 등의 문제가 있고, 법을 개정해야 한다.
반면, 서민 금융 지원은 시행령 개정만으로도 가능하다. 서민금융법 상 서민 금융 관련해 총 4개의 계정이 있는데, 이 중 서민금융보완계정에는 금융사가 대출금의 0.03%와 신용보증금액 0.5~1.5%를 출연하게 돼 있다. 해당 요율을 올리거나 출연금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은행 이익을 환수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거둬들인 출연금은 서민 금융 지원에만 쓸 수 있어 사용이 제한된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은행의 과도한 이익 추구를 통제할 필요는 있지만, 정부가 이익을 직접 환수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예대마진이 늘어나는 것을 금융당국이 감독하는 방식으로 이익이 소비자에게 직접 돌아가게 해야 한다”고 했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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