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지원' 찬반 갈렸다…국방장관 "돈 줘야" 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에 지원금을 줄지 말지를 놓고 이스라엘 전시 내각이 내분에 휩싸였다. 하마스의 자금줄이 되니 PA에 대한 지원을 원천 봉쇄하자는 의견과 서안지구 등의 안정화를 꾀하기 위해 PA 지원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일단 지원금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2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전시내각은 성명을 통해 "PA에 지원하는 자금 중 가자지구에 배정된 예산은 제하고 주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PA는 팔레스타인 서안 지구에서 제한된 자치권을 가진 별도의 정부 기관이다. 1993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 사이 오슬로 평화협정이 체결됐고, PLO를 승계한 PA가 자치 정부를 이끌고 있다. PA는 2007년부터 하마스가 득세한 가자지구에선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이스라엘 재무부는 평화협정에 따라 PA를 대신해 서안지구에서 세금을 거둬 월 평균 1억8300만 달러(약2416억원)를 매달 말 PA 자치 정부에 이체하고 있다. PA는 이 돈의 30%를 가자지구 내 공무원 임금 및 의료 공공 부분 지출, 전기세 납부 등에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달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에 대한 기습 이후 이스라엘 내각에서 10월 말 PA 세수 지원을 놓고 찬반이 엇갈렸다. 지난달 30일 극우 성향의 베잘렌 스모트히리 이스라엘 재무장관은 서안지구 일부에서 제한된 자치권을 행사하는 PA에 자금 이체를 중단하라고 관리들에게 지시했다. PA가 이스라엘에 대한 하마스의 파괴적인 공격을 지원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러자 1일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은 기자회견을 열고 이스라엘이 직접 관할하는 서안지구 일부에서 PA를 대신해 거둬들인 세수를 PA에 지체 없이 이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PA가 이 돈을 테러 방지 부처 등에 배정해 쓸 수 있도록 하고, 이것이 서안지구 안정화 등에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란 주장이었다.
갈란트 국방장관은 지난 3월 베냐민 네타냐후 정부가 추진하는 사법부 권한 축소 입법에 반대해 네타냐후 총리에 의해 해임됐다가 여론의 거센 반발로 복직된 인물이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스모트히리 재무장관과 대립하기도 했다. 지난 6월에는 네타냐후 내각이 원래 갈란트 장관 관할인 서안지구 정착촌 확장 승인권을 스모트히리 재무 장관 관할로 이관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전시에 발생한 내각의 분열은 일단 지원금 삭감으로 봉합됐다.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당장 10월분 세수 지원 규모를 1억달러(1320억원) 줄이기로 했다. PA에 대한 세수 지원 삭감으로 내분은 봉합됐지만, 이스라엘 내에서 PA의 세를 강화하고 이를 서안지구 안정화를 위해 활용하고자 하는 이들과 PA까지 완전 흡수해 하나의 이스라엘로 만들려는 극단적인 민족주의자 사이 내홍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과거에도 팔레스타인의 유엔 지위 격상과 국제형사재판소(ICC) 가입 신청 등에 대한 보복 조치로 세금 송금을 잠시 중단하 바 있다. 2018년에는 PA가 무장조직 대원들과 가족들에게 생계 지원을 할 수 없도록 지원 일부를 줄이기도 했다.
이스라엘 정부의 송금액은 팔레스타인 연간 예산의 65%를 차지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돈줄을 차단하면 사실상 PA의 자치 정부 기능도 멈추게 되는 셈이다. 서방과 아랍국가들이 서안지구 불안 요소 억제와 하마스에 대한 균형추 역할로 PA의 건재가 필요하다고 언급하는 상황에서 이스라엘 역시 PA를 강하게 압박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서안지구에 본부를 둔 팔레스타인 정치경제연구센터(MAS)의 라자 칼리디 사무총장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돈줄을 차단하면 PA의 기능은 순식간에 마비될 것"이라며 "경제 완전 붕괴가 초래할 그 다음 현상이 더 우려되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김민정 기자 kim.minjeong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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