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신통기획, 현장에선 ‘진통기획’

차완용 2023. 11. 3.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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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통기획이 아니라 진통기획이다."

지난달 19일 여의도 한양아파트 시공사 선정 연기가 발표된 후, 단지에서 만난 한 주민(소유주)이 한 말이다.

이로 인해 신통기획 추진 단지는 사업 추진 기간 지연이 발생하고, 참여하는 사업자는 금전적 비용 손실을, 서울시는 신통기획에 대한 신뢰도에 타격을 입는 사태가 발생했다.

신통기획이 진통기획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선 명확한 지침을 세우는 등 추가적인 정책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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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통기획이 아니라 진통기획이다.”

지난달 19일 여의도 한양아파트 시공사 선정 연기가 발표된 후, 단지에서 만난 한 주민(소유주)이 한 말이다. 재건축정비사업 운영위원회 및 사업시행자인 KB부동산신탁 관계자로 추정되는 이들 모두 비슷하게 말했다.

단지를 벗어나 인근에 위치한 한 건물로 이동했다. 이곳은 여의도 한양아파트 시공사업자 입찰에 나선 건설사(현대건설, 포스코이앤씨)들이 캠프(현장사무소)를 차린 곳이다. 10여분가량을 서성이다 낯익은 건설사 관계자를 만났다. 만나자마자 한숨부터 내쉬는 그 역시 사업 진행 과정이 너무 모호하다며, ‘진통기획’이라는 말을 꺼냈다.

신통기획을 비꼬아 진통기획으로 부르는 말은 이곳에서만 들린 것이 아니다. 설계업체 선정 과정에서 서울시와 갈등에 휩싸인 강남구 압구정3구역에서도 나왔다.

이들 사업장에서 진통기획이란 말이 나온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신통기획이 민간사업이냐, 공공사업이냐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사업 주체에 대한 권한을 누가 어디까지 가지냐는 것이다.

애초 신통기획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주택공급 활성화’를 목적으로 만든 정비사업 방안 중 하나다. 기본적으로 민간이 주도하는 정비사업(재건축·재개발)으로, 공공 지원을 통해 속도를 높이는 게 골자다. 실제로 2021년 9월 신통기획 공모 당시 사업 시행, 건축계획 수립(설계자 선정), 시공사 선정 등은 주민 주체라고 발표했다. 또 정비계획수립은 주민과 자치구가, 서울시는 계획 가이드를 제공 및 사업절차를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막상 사업이 진행되자 모호하게 나뉜 절차상 사업 주체에 대한 문제가 현장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주민 주체로 구분됐던 시공사 선정(여의도 한양아파트)과 설계사 선정(압구정 3구역)에 대한 절차상 위법 사항을 서울시가 지적하며 제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주민들은 당초 발표와는 다르게 주민 주체 절차에 서울시가 개입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반면 서울시는 계획 가이드 제공 및 사업절차 관리를 하는 만큼 정당한 조처를 했다고 항변한다. 정비계획 내용을 따르지 않고 입찰 공고에 나서는 등의 위법 사항을 묵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문제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지 않은 채 사업이 추진됐다는 데 있다. 공공이 사업 초기부터 지원하고 심의 과정을 통합·진행해 빠르게 착공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지만, 정작 이 공공의 개입 부분에서 사업자와의 입장차가 발생했다. 애초에 ‘정비계획을 벗어난 행위가 있을 시 사업 추진 불가’ 등의 세부적인 실행안이 만들어졌더라면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로 인해 신통기획 추진 단지는 사업 추진 기간 지연이 발생하고, 참여하는 사업자는 금전적 비용 손실을, 서울시는 신통기획에 대한 신뢰도에 타격을 입는 사태가 발생했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신통기획이 순항 중이라며 자화자찬에 여념이 없다. 9월 말 기준 신통기획 대상지 89개 구역(재개발 65, 재건축 24) 중 58%에 해당하는 52개 구역(재개발 35, 재건축 17)이 기획을 완료했다고 홍보 중이다. 수치상으로 보면 신통기획은 순항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막상 현장은 곳곳이 불협화음이다. 신통기획이 진통기획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선 명확한 지침을 세우는 등 추가적인 정책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차완용 건설부동산부 차장 yongch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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