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사랑의 콩깍지가 벗겨지는 그때부터

데스크 2023. 11. 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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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가 사랑할 때는 한시라도 보지 않으면 답답하고 불안한 것이 인지상정이다.

영화 '30'일은 결혼생활에 지친 부부가 뜻밖의 사고로 기억을 잃고 다시 사랑한다는 이야기의 로맨틱 코미디다.

비싸진 극장요금에 OTT의 등장으로 스크린과 브라운관의 차이가 있어야 관객이 극장을 찾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 '30'의 흥행은 그것과 다르다.

영화가 만들어진 이래 끊임없이 제작되고 사랑받는 장르는 로맨틱 코미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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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30일’

남녀가 사랑할 때는 한시라도 보지 않으면 답답하고 불안한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사랑의 유효기간이 3년이라고 했던가.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사랑의 콩깍지는 벗겨지고 그때부터는 서로를 객관적으로 보게 된다. 연애 초반에는 보이지 않았던 상대의 결점, 단점, 약점은 갈등의 씨앗이 되어 결국 위기에 빠진다. 만약 과거의 기억을 잃게 되어 다시 만난다면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영화 ‘30’일은 결혼생활에 지친 부부가 뜻밖의 사고로 기억을 잃고 다시 사랑한다는 이야기의 로맨틱 코미디다.

부잣집에서 태어난 홍나라(전소민 분)는 변호사 시험을 준비하는 가난한 노정열(강하늘 분)과 6년째 연애 중이다. 처음에는 운명 같은 사랑을 나눴지만 서로 다른 환경으로 인해 헤어지기를 여러 차례, 결국 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둘은 결혼에 골인한다. 그러나 꽃길만 가득할 줄 알았던 신혼생활은 녹록치 않다. 서로 다른 환경에 고부갈등까지 이어지면서 둘은 마침내 헤어지기로 결심한다. 법정에서 만난 두 사람은 30일이라는 이혼 숙려기간 판결을 받고 나오는 길에 교통사고를 당한다. 동반 기억상실증에 빠진 두 사람, 나라와 정렬은 또다시 서로를 사랑하게 된다.

영화는 스펙터클한 영상 없이도 시나리오만으로 승부를 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극장을 찾는 관객들이 화려한 볼거리의 스펙터클한 영화들을 선호할 것으로 판단한다. 비싸진 극장요금에 OTT의 등장으로 스크린과 브라운관의 차이가 있어야 관객이 극장을 찾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 ‘30’의 흥행은 그것과 다르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데 있어 새로운 접근, 주인공과 그를 둘러싼 조연들의 캐미,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을 따르면서도 중간 중간 비틀어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영화는 잘 짜여진 스토리로 관객들을 공략했고 적중했다. 결국 관객들을 극장으로 불러들이는 조건은 블록버스터급의 영상보다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가벼운 사랑 이야기로 현대인의 지친 마음을 위로한다. 영화가 만들어진 이래 끊임없이 제작되고 사랑받는 장르는 로맨틱 코미디다. 팍팍한 현실 속에서 로맨스가 가미된, 적당히 밝고 훈훈한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힐링을 주기 때문이다. 근래 국내에서 개봉된 작품 중에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찾아보기 힘들다. 대부분이 사회비판적 소재의 작품들이고 무거운 주제나 이야기로 관객들을 만났다. 삶이 힘든 현실이다. 극장에서까지 피곤한 이야기를 듣고 싶은 사람은 많지 않다. 대규모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들이 고전을 면치 못할 때, 로맨틱 코미디 영화 ‘30’일은 상대적으로 적은 제작비로 관객들의 마음을 따뜻하고 재미있게 만들어 준다.

배우들도 한몫을 한다. 지성과 외모를 겸비했지만 찌질하기까지한 정열의 캐릭터를 배우 강하늘이 잘 살려냈다. 그의 천연덕스러운 연기는 사랑스럽고 중요한 장면에서는 웃음 포인트로 작용한다. 또한 능력과 커리어, 똘끼까지 장착한 나라의 캐릭터를 정소민이 잘 표현해 냈다. 주연들의 연기와 함께 조연으로 출연한 김선영, 조민수, 송해나까지 연기의 조화를 잘 이뤘다.

경기침체에 고금리로 늘어나는 이자부담까지 오늘을 사는 현대인의 삶은 팍팍하다. 국민보다 당파이익을 위해 싸우기만 하는 정치 현실도 스트레스만 준다. 지금은 웃음과 치유가 필요한 시대다. 영화 ‘30일’은 그동안 어두운 사회고발 작품이 흥행했던 관행을 깨고 밝고 즐거운 이야기로 우리에게 다가와 웃음과 힐링을 선사하며 따뜻한 위로를 받을 수 있다.

양경미 / 전) 연세대 겸임교수,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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