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레넌의 환생" 이 말까지…베일 벗은 비틀스의 마지막 노래
‘내가 이겨낸다면 / 모두 네 덕분이야. (If I make it through / It's all because of you)’
기타 전주가 흐르고, 익숙하면서도 아련한 목소리가 또렷이 흘러나온다. 전설적인 밴드 비틀스의 멤버, 존 레넌의 30대 후반 목소리다. 총격으로 세상을 떠나기 3년 전인 1977년, 37살의 그가 작업했던 미완성 데모곡이 46년 만에 세상에 나왔다. 비틀스의 ‘마지막 노래’라는 수식어와 함께다.
한국시간 2일 범 전 세계에 공개된 비틀스의 신곡 ‘나우 앤 덴’(Now and then)에는 멤버 네 명이 모두 참여했다. 살아 있는 두 멤버 폴 매카트니(81)와 링고 스타(83)가 존 레넌의 보컬을 받쳐줄 코러스 목소리를 녹음했다. 2001년 폐암으로 숨진 조지 해리슨이 1995년 녹음한 일렉트릭 및 어쿠스틱 기타 연주를 담았다. 그밖에 링고 스타의 드럼, 폴 매카트니의 베이스·피아노 연주와 함께 비틀스가 평소 즐겨 쓰던 현악 오케스트라 연주가 더해져 노래는 어느 때보다 풍성한 사운드를 자랑한다.
AI로 부활한 목소리…“존 레넌의 ‘기술적 환생’”
비틀스 고유의 밴드 감성이 신곡으로 재탄생하기까진 우여곡절이 있었다. 시작은 1994년 존 레넌의 아내 오노 요코가 비틀스 멤버들에게 ‘나우 앤 덴’ 등이 담긴 데모 테이프를 넘기면서였다. 이번 신곡의 제작과정을 담은 미니 다큐멘터리에서 폴 매카트니는 “존이 숨졌을 때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더 많은 음악을 함께 만들 기회가 생겨 흥분됐다”고 회상했다.
당시 멤버들은 새로운 연주와 코러스를 녹음해 작업했지만, 발매를 포기했다. 몇몇 구간에서 존 레넌의 목소리가 피아노 반주에 묻혔기 때문이다. 신곡 발표에 대한 자신감을 잃었다고 했다.
25년이 흐른 2021년이 돼서야 해결책을 찾게 된다. 피터 잭슨이 감독한 다큐멘터리 ‘비틀스: 겟 백’(The Beatles: Get Back)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인공지능(AI)을 통해 존 레넌의 목소리를 추출해 복원할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한 것이다. 기존 피아노 반주에서 깔끔하게 분리된 동료의 목소리를 들은 링고 스타는 “존이 마치 작업실에 있는 것 같았다. 우리가 모두 같은 공간에 있는 것처럼 느껴져 감동적인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폴 매카트니는 “2023년에도 여전히 비틀스 음악을 작업한다니, 와!”라며 감동을 숨기지 못했다.
AI의 힘을 빌려 곡을 만든 것에 대해 멤버들은 “존 레넌은 살아생전 새로운 기술을 실험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흥미로워했던 사람이다. 분명 환영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임진모 음악 평론가는 “1970년 비틀스 해체 이후, 음악계에선 그들을 향한 그리움이 지배했다. 5~10년 단위로 리메이크 등 비틀스 복고 열풍이 불 정도였다”며 “AI까지 동원해 그리움을 달랜다는 건 대중문화에서 의미하는 비틀스의 위상을 설명해줌과 동시에 기술의 긍정적인 활용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신곡은 죽은 멤버, 존 레넌의 기술적 환생이라고 볼 수 있다. 비틀스를 잘 모르는 세대 역시 새로운 곡을 통해 그들과 정서상으로 가까워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짚었다.
이번 신곡이 담긴 앨범엔 1962년 10월 발매된 데뷔 싱글 ‘러브 미 두’(Love Me Do)의 새 믹싱 버전도 포함됐다. 비틀스 역사의 시작과 마지막을 상징하는 두 곡이 담긴 이 앨범은 7인치와 12인치 바이닐로 발매됐다. 또 10일 비틀스 대표곡 모음 음반 ‘1962~1966(레드 앨범)’과 ‘1967~1970(블루 앨범)’이 2023년 에디션 패키지로 발매되는데, ‘나우 앤 덴’은 ‘블루 앨범’에 수록된다.
어환희 기자 eo.hwa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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