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옆에서 함께 달 보고 있던 가족이 사라진다면

유영숙 2023. 11. 3.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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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소설 <달의 아이> 를 읽고... 무엇보다 크게 다가온 건 '가족애'

[유영숙 기자]

 <달의 아이> 표지. (출판사 포레스트북스).
ⓒ 포레스트북스
 
지난 8월 말, 매스컴을 떠들썩하게 했던 슈퍼 블루문이 떴다. 우리 집 다섯 살 쌍둥이 손자도 아빠와 함께 핸드폰을 들고 놀이터로 나갔다. 엄청 큰 달을 핸드폰으로 찍으며 신나 했던 기억이 난다. 그날 보지 못하면 14년 후에야 볼 수 있다는 말에 많은 사람이 달구경을 했다. 달구경을 하다가 옆에 있던 아이가 몸이 들려 하늘로 사라졌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는가? 사실 상상만 해도 무섭다.

달을 보던 아이들이 사라졌다

<달의 아이>는 표지부터가 달랐다. 표지의 파란색은 보자마자 환상의 세계에 빠지는 듯, 신비 그 자체였다. 제목도 호기심을 채워주기에 충분했다. 제목에서 동화인 듯 상상력이 샘솟아 얼른 책을 펼쳐보고 싶었다. 첫 장을 읽는 순간 눈을 뗄 수 없었다. 판타지 소설이지만, 가까운 미래에 꼭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은 현실감도 느껴졌다.  

<달의 아이>는 평범한 일상에 갑자기 불어닥친 재난으로 한순간에 자신들의 가장 소중한 '무언가'를 잃고 만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판타지 소설이다. 출판사 측에서 제공하는 책 소개글은 이렇다.

'가까운 미래인 2035년, 어린 딸의 생일 밤이다. 모처럼 뜬 슈퍼문을 보기 위해 집 앞 공원으로 산책을 나간 주인공 정아와 상혁(부부). 그날따라 유난히 더 크게 보이는 달 주변으로 초록빛 오로라가 보이더니 사람들을 달로 끌어당기기 시작한다. 신기한 힘에 둘러싸여 몸이 뜨는 느낌이 들 때쯤 상대적으로 가벼운 아이들이 먼저 하늘로 떠오른다. 기분 좋은 신기함도 잠시, 정아는 두둥실 떠 있는 딸을 잡기 위해 손을 뻗는데 아이의 손이 좀처럼 닿지 않는다.

다급히 딸의 이름 '수진아'를 외쳐 부르는 정아와 상혁. 하지만 아이는 계속해서 떠오르며 검푸른 밤하늘 너머로 사라져버린다. 정아와 상혁을 비롯한 지상에 남은 부모들은 발을 동동 굴렀지만,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망연자실한 눈빛으로 하늘만 바라볼 뿐이었다. 그리고 한발 늦게 긴급 재난 문자가 울린다.'

"이제 곧 달이 뜰 예정입니다. 다들 안전한 곳으로 대피해 주시기 바랍니다."

만약 당신이 실제로 이런 재난 문자를 받는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소설에서는, 매일 밤 달이 커지면서 들려 올라가는 무게도 점점 커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사람들은 이 힘에 끌려가지 않으려, 몸을 무겁게 하려고 쇳가루가 섞인 이불을 덮고 자고, 아이들을 무거운 침대에 묶어 두기도 한다. 전 세계에 위기가 닥쳤다.

이 책에는 몇 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여덟 살 딸을 잃어버린 정아와 상혁을 비롯해 미국 항공우주국(NASA) 출신 국무총리 운택과 그의 아들인 해준, 아들을 잃어버린 주원 등이다. 책에선 달의 인력 때문에 아이들이 사라지는 현상을 '에비에이션(Aviation)'이라고 부르는데, 에비에이션 피해 부모들의 모임인 '에피모' 회원들까지 나온다. 다채로운 인물들의 서사가 마치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이어진다.

책을 읽는데도 왠지 넷플릭스에서 한 편의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실감이 났다. 독서를 하면서 나는 때론 딸을 잃은 정아가 되었다가 다시 아들인 해준 역할이 되기도 한다. 장면 전환도 빠르고 사건이 속도감 있게 그려져서 매 장마다 긴장하게 된다. 읽는 내내 숨을 죽이게 되고, 결론을 보고 싶어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다.

단지 사건뿐만 아니라 그 속에 담겨 있는 가족애를 통해 가족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나는 정치에 크게 관심 있지 않지만, 책을 통해 나오는 대통령과 국무총리 등 정치가의 양면성도 본다. 먼 미래 가상 이야기지만, 지금처럼 돈이면 위기도 극복할 수 있다는 씁쓸함도 느낀다.

책 속에서는 '솔라리스'라는 인공중력 장치, 즉 3억 원이라는 비싼 물건이지만, 돈 있는 사람은 비싼 물건을 구입하여 위기 속에서도 편히 자고 살아남는다는 대목이 나온다. 여기선 약간 서글픔도 느껴졌다. 300억 원을 내고 안전한 지하 벙커로 들어가는 많은 부자, 심지어 세계적인 과학자로 나오는 교수를 보며 인간의 이기심에 화가 나기도 했다.

8장까지 읽고 책장을 덮었다. 다음 마지막 장을 예측해 보았다. 마지막 장이 어떻게 결말로 이어질까 궁금했지만, 상상이 되지 않았다. 촌스럽게 꿈이었다고 하면 정말 허무할 것 같았다. 새드엔딩이 아니기를 마음속으로 응원했다.

이 책을 읽고 내게는 특히 가족애가 크게 다가왔다. 책 속 주인공 정아는 딸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끝까지 희망을 잃지 않았다. 대통령을 꿈꾸는 운택이었지만, 욕심을 버리고 아들 해준과 화해하는 모습이 나온다. 한 편에서는 아이를 버리고 간 엄마가 아들의 목숨값을 챙겨가는 씁쓸함도 있다. 미래의 가상 이야기지만, 현실의 이야기가 담겨있어서 더 공감이 되었다.

나라면 어땠을까

이 책은 독자들에게 '<스즈메의 문단속>을 뛰어넘는 한국형 감동 판타지'란 평가를 받으며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스메즈의 문단속>은 아직 읽어보진 못했지만, 지난번 서점에 갔을 때 베스트셀러에 많이 전시되어 있는 것을 보았다.

이 소설의 특히 마지막 두 페이지의 여운은 이 책을 읽는 모든 이들의 마음을 한동안 먹먹하게 만든다. 읽는 내내 '만약 나라면 어땠을까'를 끊임없이 생각하게 만드는 <달의 아이>를 통해 평범한 일상이, 항상 곁에 있는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길 바란다.

이제 달이 뜨면 달이 커질까 봐 두려울 것 같다. 판타지 소설이지만, 동화 같은 상상력을 주는 책이라 지루한 줄도 모르고 단숨에 읽었다. 작가님은 소설을 쓰면서 캐릭터를 떠올리며 썼다고 한다. 이 책이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된다면 누구보다 먼저 달려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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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작가의 브런치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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