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뉴타운돌이'에 속을 셈인가

임병도 2023. 11. 3.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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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총선용 김포 서울 편입... 앞으로 벌어지는 일은 유권자가 책임져야 한다

[임병도 기자]

 
  제주 서귀포시 강정동 해안에서 바라본 서귀포시와 한라산의 모습
ⓒ 연합뉴스
 
한라산을 서울로 옮기는 데 얼마나 걸릴까? 정답은 하루다. 제주도의 행정구역 명칭을 서울로 바꾸면 된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 공유되는 이야기다. 말이 안 된다고 할 수도 있다. 물리적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자 한 누리꾼은 "마곡 사는데 강북구보다 제주도 가는 게 빠르다. 제주도도 서울이다"라는 댓글을 달았다. 

그냥 웃자고 하는 소리 같지만 요새 정치판에 나오는 얘기도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처음에는 김포를 서울로 편입하자고 하더니 이제는 하남, 고양, 광명, 안양 등 경기도 주요 도시를 모두 합쳐 '메가 서울'로 만들자는 말까지 나온다.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광명시가 서울특별시에 들어갑니다"라며 서명을 받는 국민의힘 소속 광명시의원도 있다고 한다(관련기사: "김포가 서울? 우리가 먼저!"... 고삐풀린 '서울시민' 향한 욕망)

김병수 김포시장은 권한도 없으면서 서울시가 김포 매립장을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가 "서울시와 쓰레기 매립장이나 소각장 얘기를 한 적은 없다"고 한발 물러서기도 했다. 

행정구역을 개편하는 일은 지역은 물론이고 국가 정책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그래서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JTBC 보도에 따르면 김포시장이 서울 편입안 관련 문건을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에게 전달한 게 불과 한 달 전이라고 한다. 제대로 검토하고 말하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김포가 서울시로 편입되면 지옥철 해소할 수 있나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2023년 10월 30일 김포골드라인을 관리하는 김포한강차량기지를 방문, 열차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김포의 서울시 편입을 적극 추진게 된 계기는 지옥철로 불리는 김포 골드라인이다. 김기현 대표는 지난달 30일 오후 김포한강차량기지에서 열린 수도권 신도시 교통 대책 마련 간담회에서 "서울과 출퇴근이 공유되는 곳은 서울시로 편입하는 것을 원칙으로 잡고 진행하려고 한다"며 김포의 서울 편입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로 출·퇴근하는 김포 시민들이 많아 서울시로 편입하겠다고 주장하지만 KBS 뉴스 보도를 보면 서울 통근·통학 인원이 가장 많은 곳은 고양시로 16만 3298명이었다. 뒤를 이어 성남시 12만 8천여 명, 부천시 10만 5천여 명, 남양주시 10만 2천여 명, 용인시 9만 1천여 명 순이었다. 김포시의 출퇴근 인구는 6만여 명으로 경기도 31개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11번째였다. 

김 대표의 주장대로라면 경기도 31개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11개 지자체가 서울시로 편입돼야 한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지도와 행정 체제가 완전히 바뀌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지옥철 해소를 위해 김포를 서울시에 편입한다고 하지만 정작 중요한 교통난 해소를 위한 정책은 없다는 점이다. 김포의 교통난은 서울시로 편입된다고 해결될 수 없다. 국책 사업으로 다뤄야 할 중요한 과제인데, 세수 부족으로 허덕이는 윤석열 정부 임기 내에 추진될지는 미지수이다. 정권이 바뀌면 어떻게 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피해를 보는 사람은 유권자
 
 2002년 이명박 서울시장의 공약 사업으로 시작된 뉴타운 사업은 강남·북의 불균형 해소가 주된 이유였다. 서울시가 발행한 '뉴타운 재개발 실태조사 백서'에 나온 뉴타운 지정현황 지도
ⓒ 서울특별시
 
2008년 18대 총선에서 당시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은 서울 48개 선거구 중 40석을 차지했다. 보수정당이 서울에서 80% 넘게 의석을 차지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당시 국회에 입성한 이들을 가리켜 '뉴타운돌이'라고 불렀다. '뉴타운돌이'라고 불린 이유는 이들이 18대 총선에서 뉴타운 공약을 내걸어 당선됐기 때문이다. 당시 한나라당 후보들은 입만 열면 뉴타운'을 외쳤다.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도 선거 운동 기간 중에 "뉴타운 10곳을 추가하겠다"고 인터뷰했다. 

뉴타운 광풍 속에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르는 현상이 벌어졌다. 지역 유권자들은 한나라당 후보를 만나면 손뼉을 치고 환호했고, 선거 결과는 한나라당의 압승이었다. 

선거가 끝나자 오세훈 서울시장은 "부동산 시장이 과열됐다"면서 "집값 안정을 위해 뉴타운 계획을 유보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2008년 금융위기까지 겹치면서 '뉴타운'은 없던 일이 됐다. 

국민의힘이 김포를 포함한 경기도 주요 도시의 서울시 편입을 추진하는 목적은 '총선'이다. 한국 유권자들의 욕망을 자극하면서 표를 가져올 수 있는 제일 쉬운 방법이 '집값'임을 이미 2008년 뉴타운 공약으로 경험했기 때문이다. 

한 번 당했으니 속지 말아야 하는데 일부 지역은 벌써 부동산 시장이 요동친다고 한다. 어처구니가 없지만 이게 한국의 현실이다.

앞으로 벌어지는 모든 일은 유권자가 책임져야 한다. 정치인들의 공약(空約 헛된 약속)으로 피해를 보는 사람은 늘 유권자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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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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