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성 같은 한방 없다" 고민하던 尹, '따뜻한 정부' 꽂혔다
“소주성이나 창조경제, 녹색성장과 같이 국민 귀에 팍팍 꽂히는 한방이 없는 것 같다.”
지난해 7월 열린 윤석열 정부의 첫 장·차관 워크숍에선 장관들을 중심으로 이같은 문제 제기가 이뤄졌었다. 정책의 성공 여부를 떠나 문재인 정부의 ‘소주성(소득주도성장)’이나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과 같이 정부를 대표하는 ‘캐치프레이즈’가 필요하다는 논의였다. 당시 워크숍에 참석했던 한 국무위원은 3일 통화에서 “우리에게도 한 방은 필요하다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도 슬로건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실 홈페이지엔 ‘다시 대한민국 새로운 국민의 나라’라는 문구가 국정비전으로 걸려있다. 하지만 의미가 잘 와 닿지 않고, 축약이 어려워 이를 기억하는 국민이 드물다는 평가가 많았다. 윤 대통령 역시 인위적인 홍보에는 부정적이라 큰 신경을 쓰지 않아 왔다.
그랬던 윤석열 정부가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아직 공식화되진 않았지만, 윤 대통령의 외부 일정마다 대통령실이 내세우는 새 캐치프레이즈가 있다. 바로 ‘따뜻한 정부’다. 1기 슬로건보다 훨씬 더 간결해졌다. 윤 대통령이 직접 정한 문구로, 윤 대통령은 최근 참모들에게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따뜻한 정부”라며 “관련 행보와 메시지를 집중하라”는 지시도 내렸다고 한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서민과 청년, 사회적 약자를 보듬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을 한 마디로 축약한 것이 ‘따뜻한 정부’‘따뜻한 경제’”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도 공개 석상에서 “따뜻하다”는 표현을 종종 언급하고 있다. 지난 1일 타운홀 미팅에서 윤 대통령은 “우리 정치와 국정이라는 것은 선거, 또는 정치보다는 일단 국민을 먼저 위해야 한다”며 “나라가 많은 돈을 못 주고, 많은 힘이 안 되더라도 그야말로 따뜻한 손길을 내미는 게 국가의 본질적 기능”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이같은 움직임을 두고 이념에서 민생으로 국정 기조를 전환 중인 윤석열 정부의 변화가 드러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역대 정부도 여론 악화와 지지율 하락으로 국정 쇄신이 필요할 때면 이에 맞춘 새 슬로건을 내세워왔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2년 차인 2018년 상반기의 소득 통계가 급격히 악화하자 소주성에서 혁신성장으로 방향을 돌렸고, 이명박(MB) 정부도 광우병 파동 이후 ‘비지니스 프렌들리’에서 ‘친서민 중도실용’으로 국정 기조를 전환했다.
다만 대통령실은 ‘따뜻한 정부’가 정책 방향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충분히 강조되지 않았을 순 있다”면서도 “약자를 따뜻이 보듬겠다는 정부의 정책 기조는 출범 직후부터 일관돼왔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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