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과 ‘장르 문법’ 사이…웹툰·웹소설 ‘고질병’ 해소 위해 필요한 노력

장수정 2023. 11. 3.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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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개인 인식은 물론, 플랫폼 철저한 대처도 필요

소재, 또는 키워드가 작품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 되는 웹툰, 웹소설 시장에서는 표절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작품을 베꼈다”는 주장과 “장르 클리셰”라는 반박 사이, 플랫폼과 작가들도 난감한 상황에 놓이고 있다.

최근 웹소설 ‘언니, 이번 생엔 내가 왕비야’의 레팔진프 작가가 ‘뺏긴 자리에 미련없습니다’의 최아리 작가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금지 등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레팔진프 작가의 매니지먼트 브라이트NS가 블로그를 통해 이 소식을 전하면서 주요 캐릭터 간 관계, 구체적 사건과 연출 등을 비교하며 유사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최아리 작가 또한 블로그를 통해 표절을 하지 않았으며, 그런 의도를 품은 바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레팔진프 님의 매니지먼트사에서 올린 비교문에서 별개의 장면과 표현을 편집해 마치 하나의 장면에 사용된 것처럼 읽히는 부분을 다수 찾을 수 있었다”면서 “‘뺏긴 자리에 미련없습니다’의 실제 묘사와 표현은 ‘언니, 이번 생엔 내가 왕비야’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당사자들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어 결론을 전망할 수는 없다. 다만 이것이 두 작품만의 문제는 아니다. 최근 웹툰, 웹소설 시장에서는 표절 논란이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고질적 문제로 꼽히고 있다. 웹툰 ‘여자를 사귀고 싶다’가 일본 만화 ‘카구야 님은 고백받고 싶어’와 유사하다는 논란이 불거진 바 있으며, ‘고백 취소도 되나?’가 일본 만화 ‘네 곁의 나’를 표절했다는 의혹에 휩싸이는 등 “타 작품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불거지고 있는 것.

그러나 법적으로 표절을 인정받는 사례는 많지 않다. 팬, 또는 독자들의 의혹 제기로 논란이 불거질 경우 사과로 해당 논란이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으며, 소재 또는 설정이나 전개상의 일부 유사함은 장르적 특성으로 여겨지는 경우도 많다.

특히 웹툰, 웹소설의 경우 특정 장르 또는 키워드를 기반으로 팬덤이 형성되고 있어 저작권 침해와 장르적 클리셰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이 더욱 힘들다. 한 웹툰 작가는 “웹소설/웹툰은 클리셰를 중요하게 이용하며 트렌드에 예민한 장르다. 이는 속칭 ‘서브컬처’라 불리는 문화의 특성”이라며 “예를 들어 회빙환(회귀 빙의 환생)물이 히트를 치면 누구나 회빙환 설정을 차용하는 것이 일반적이게 된다. 클리셰와 트렌드를 중요하게 가져가는 분야에서 작품들은 서로 유사성을 많이 지닐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작가와 독자가 가깝게 소통을 하는 웹툰, 웹소설 특성상 팬덤들의 과잉된 동일시가 빈번한 문제제기를 이끌기도 한다고 말했다.

물론 플랫폼에서도 모니터링 등을 통해 표절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플랫폼에서 표절 논란에 대처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작품 표절에 대해서 엄중한 입장을 가지고 작가들에게 소통을 하고 있으며 예방과 모니터링을 위한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쏟아지는 작품들의 표절에 대해, 사전에 모든 작품을 꼼꼼하게 검수하며 표절을 걸러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표절은 기계적으로 걸러낼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사전에 이를 예방한다거나, 하는 것은 사실 어렵다고 본다. 작가 교육 등을 통해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최선이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다만 앞서 웹툰, 웹소설이 유독 표절 논란에 자주 휩싸이는 이유에 대해 설명한 웹툰 작가는 플랫폼들이 좀 더 엄격한 대처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법적인 기준은 이미 마련이 돼 있다. 구체적인 표현의 유사성이 있어야 표절로 인정된다”면서 플랫폼 또는 작품을 시장에 내보내는 웹툰 PD들의 역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플랫폼에서 가이드라인을 자체적으로 마련해 게이트 관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표절은 물론, 다른 논란들에 대해서도 무책임한 처신을 보이기도 했는데, 각 문제 유형별로 대처할 수 있는 프로토콜이 마련돼 있지 않은 것 같다. 객관적으로 입증된 사실이 아닌 이상 계약해지나 강제 연재 중지를 시킬 수 없다는 등의 원칙을 확고하게 명시하고 독자들의 이해를 구해 원칙을 지켜나갈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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