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이준석 반발 산 혁신위 1호안…2호안, 어디로 갈까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1호 혁신안으로 제시한 '징계 취소(대사면)'이 의결된 데 대해 당사자인 이준석 전 대표, 홍준표 대구시장 등이 반발하고 나서면서 '1호 혁신안'의 실효성에 의구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혁신위는 "이해가 간다"는 반응을 보이며 중진들의 희생을 전제로 하는 '2호 혁신안' 추진에 나서고 있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3일 SBS '김태현의 정치쇼'서 이 전 대표와 홍 시장의 반발에 대해 "그거는 그렇게 대단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홍 시장께는 참 죄송하지만, 좀 안 맞는 말씀도 많이 하지만 또 정확한 말씀도 한다. 법적기관이 아닌데 왜 사면하느냐. 그건 맞다"며 이들의 반발을 이해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으로 임명된 인요한 연세대 의대 교수가 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주요 당직자들과 만난 뒤 나오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전날 국민의힘 최고위는 당 혁신위원회 제안에 따라 이 전 대표, 홍 시장에 대한 당원권 정지 징계 취소를 의결했지만 홍 시장은 "과하지욕(跨下之辱·가랑이 밑을 기는 치욕)"이라며 격분했고 이 전 대표도 "‘안녕 얘들아, 고생이 참 많다. 지지율이나 올려라"는 냉랭한 반응만 보였다.

하지만 인 위원장은 이들의 반발을 이해한다는 입장이다. 이 전 대표에 대한 '러브콜'도 계속 보냈다. 그는 "이 전 대표는 나이로는 제 한참 동생이지만 정치는 내 선배님"이라며 "저를 좀 도와달라. 저를 도와주고, 저도 만나주고,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만나서 한 수 좀 가르쳐달라"고 했다.

오신환 혁신위원 역시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그분들이 그동안 본인들의 징계와 관련해서 수용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저는 반발하는 부분들에 대해서 일부 이해가 되는 측면은 있다"며 "당이 아량을 베풀거나 또 시혜를 베푸는 듯한 그런 어감에서 주는 불쾌함들은 인요한 위원장께서 얘기했지만 그건 그럴 수 있다, 다 수용한다라고 말씀을 드렸다"고 했다.

이들의 개별적 반발에 대응하면 당의 갈등이 더 깊어질 수 있다며 굳이 대응할 필요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BBS '전영신의 아침저널'서 "개별적인 반응 하나하나에 대응하기 시작하면 사실 당내에 갈등의 진폭만 더 깊어지지 않을까"라며 "이 전 대표 메시지에 하나하나 대응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1호 혁신안의 실효성을 두고 정치권이 왈가왈부하고 있는 가운데 혁신위는 2호 혁신안을 준비 중이다. 인 위원장이 '희생'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3선 이상 동일 지역 출마 금지' 등이 2호 혁신안으로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인 위원장은 일률적으로 3선 이상 금지 등을 정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아주 조심해야 한다. 3선 이상하면 안 된다, 공무원처럼 하자(는 의견이 있다)"며 "제가 정말 멘토로 생각하는 분이 경북도지사인데 그런 훌륭한 사람이 몇 선을 했든 당의 보물이다. 그런데 무슨 재갈을 채우는 룰을 만들어서 그래서 쉽게 몇 선만 하면 끝내야 된다 이건 잘 생각을 해야 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면서도 "진정으로 대통령 사랑하면 너부터 희생해라. 너 왜 그러노. 경상도 말을 쓰면 '와 그러노'"라며 윤석열 대통령 측근들의 서울 출마 분위기를 만들어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