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커 기대' 3분기도 박스권…면세점, 연말 시즌 변수
1·2분기 유사, '유커 효과' 기대 이하
연말부터 내년 中 단체관광객 추이 살펴야
박스권에 갇힌 면세점 매출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커(중국인 관광객) 방문이 올 연말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올해 말부터 내년까지 이어지는 흐름이 침체된 국내 면세점 실적에 변수가 될 것으로 분석했다.
3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마지막 달인 지난 9월 국내 면세점 매출은 1조3274억원을 기록했다. 올들어 가장 높은 수준이었으나 여전히 1조원 전후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9월 실적을 포함한 올해 3분기 면세점 매출은 3조4549억원으로, 1분기 3조1094억원, 2분기 3조4024억원과 유사한 수준에 머물렀다.
지난 8월 중국 정부가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한국행을 허용하면서 면세업계의 기대감이 커졌으나, 상품 가격 조율과 여행사 인력 충원 등으로 이들이 실제 국내에 입국까지는 시간이 소요됐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중국의 황금연휴인 국경절(9월29일~10월6일) 효과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 기간 중국인 입국자 수 추이가 시장기대치 대비 다소 밋밋한 흐름을 보이면서다. 지난 9월 중국인 관광객은 26만4000명 수준이었다.
실제로 9월 국내 면세점 외국인 방문객은 63만8030명으로 올들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으나 같은 기간 외국인 매출은 1조805억원으로, 외국인 방문객 수가 절반 수준이었던 지난 3월(31만4699명)과 유사한 수준(1조257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변화가 더욱 뚜렷하다. 올해 9월 외국인 방문객은 전년 동기(16만4700명) 대비 3.9배 많으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1조6527억원)보다 34.6% 줄었다. 올들어 업계가 과도한 중국인 보따리상(따이궁) 송객 수수료를 정상화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국내 면세점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따이궁 비율이 줄었고, 이를 일정 부분 상쇄해줄 것으로 기대했던 유커 효과는 아직 본격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올해 3분기 실적을 발표한 신라면세점은 시장 기대를 크게 밑도는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신라면세점은 올 3분기 영업손실 163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매출은 845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 줄었다. 따이궁 중심 영업 구조를 소매고객 중심으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체화재고 처분 관련 일회성 원가 상승 이슈가 발생한 데 따른 결과다. 연초부터 중국인 보따리상 시장이 크게 위축된 점을 고려할 때 재고 평가손실은 올 4분기까지 일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다. 신라면세점은 이달부터 중국인 단체 관광객 수요가 본격적으로 회복할 것으로 보고, 상품 구성을 기존 중국 도매상이 선호하던 고가 화장품 위주에서 일반 관광객 선호 상품 중심으로 개편, 올해 중 중저가 한국 화장품 브랜드 50개 입점을 추진하고 있다.
따이궁이 빠져나가면서 주요 면세점은 모두 전체 매출 볼륨이 줄어들었다. 다만 대신 체질 개선이 일어나 현대백화점면세점 등 일부는 영업이익 플러스 전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현대백화점면세점 역시 매출은 25% 전후 하락이 예상되나, 2018년 면세 사업을 시작한 이후 첫 분기 흑자전환을 기대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면세점의 소매 고객 중심 사업 포트폴리오 개편, 한중 여객 수요 회복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올 연말부터 내년으로 이어지는 시기 실적 개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중국인 단체관광객을 이끄는 항공편 확대와 중국 내 비자 발급센터 확대로 병목 현상이 해소되면서 내년엔 코로나19 이전이었던 2019년 수준의 중국인 관광객 입국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4분기가 업계 전반의 체화 재고 소진이 두드러지는 시기인 만큼, 따이궁 매출 흐름과 중국인 단체관광 여행객 수 회복 추이를 지켜보면서 기대감 수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승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중국인 여행객은 다른 국가 여행객 대비 1인당 구매액이 높아 구매력 향상에 따른 긍정적 영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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