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에 통째로 넘어간 기자들 휴대폰... 전 세계가 우려한 "법적 괴롭힘"
윤석열 정부에서 권력을 비판한 기자가 고발을 당했다는 소식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대통령실 등 권력기관이 직접 고발에 나서고, 강도 높은 수사로 이어지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권력기관의 고소고발로 인해, 고초를 겪는 언론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아울러 비판 언론을 수사로 입막음 하려는 권력은 정당한가를 묻는다. <편집자말>
[신상호 기자]
▲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모습. |
ⓒ 연합뉴스 |
지난 10월 26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대선개입 여론조작사건 특별수사팀(팀장 강백신 반부패수사1부장)은 <경향신문>과 <뉴스버스> 전현직 기자 3명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다.
현재까지 21대 대선 보도와 관련한 언론사 및 기자 강제수사(압수수색)는 도합 네 차례, 대상자만 7명에 달한다. 9월 1일 신학림 전 <뉴스타파> 전문위원을 시작으로 같은 달 14일 한상진·봉지욱 <뉴스타파> 기자, 10월 11일에는 1인 미디어인 허재현 <리포액트> 기자, 26일에는 <경향신문>-<뉴스버스> 전현직 기자 3명이 압수수색을 당했다. 이들은 모두 지난 대선 정국에서 부산저축은행 부실수사 의혹을 보도한 바 있다. 검찰은 해당 의혹 보도들을 '허위'로 보고 있다.
압수수색당한 기자들... "제보자 연락 끊겼다"
압수수색 과정에서 1순위 대상물은 기자의 '휴대전화'였다. 당시 검찰은 경향신문 A기자와 경향신문 전 B 기자(이직) 등의 자택에서 휴대전화를 압수했다. 뉴스버스 측도 "C 전 기자(퇴직) 휴대전화가 압수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앞선 <뉴스타파> 봉지욱, 한상진 기자에 대한 자택 압수수색에서도 이들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했다.
문제는 압수수색 과정에 휴대전화가 포함돼 기자는 제보자 등의 정보를 노출당하게 되며 후속 취재 보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점이다. 수사기관이 기자를 수사, 압수수색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신원 노출을 우려하는 제보자들이 위축돼, 취재와 진실 규명이 더욱 어렵게 된다.
대통령 주변인 관련 의혹을 취재하고 있는 D기자는 "올해 초 수사 기관에 고발을 당했는데, 이 소식이 알려지자 제보자와 연락이 끊긴 적이 있었다"면서 "수사가 개시되면서 취재원의 보안을 지킬 수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은 후속취재에 매우 불리한 여건이 된다"고 말했다.
지난 9월 압수수색을 당한 봉지욱 <뉴스타파> 기자는 검찰이 압수수색 범위를 넘어서 휴대전화를 훑어갔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검찰이 봉 기자의 휴대전화의 앱을 모두 열고 그 내용을 캠코더에 녹화하는 식으로 휴대전화를 훑어갔고 거기에는 수사와 관련없는 정보까지 포함됐다는 것이다.
통상 수사기관의 휴대전화 압수수색은 일단 현장에서 물품(휴대전화) 자체를 확보하고, 압수수색 당사자, 번호인 등이 입회한 상태에서 사건과 관련된 휴대전화 콘텐츠들을 포렌식(복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휴대전화 포렌식은 영장에 적시된 사건과 관련된 내용, 목록만 할 수 있다.
하지만 봉 기자는 "휴대전화 정보는 사건과 관련된 정보만 가져가야 하는데, 검찰 수사관이 휴대전화 모든 앱을 다 열어보고 캠코더로 녹화를 했고, 그 과정만 2시간이 넘게 걸렸다"면서 "항의를 했지만, 수사관은 포렌식이 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며 촬영을 계속했다"고 말했다.
조지훈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오마이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수사관이 압수수색 당사자 휴대전화 앱을 모두 열어서 일일이 촬영했다는 것은 처음 듣는 얘기다, 위법한 증거 수집의 소지가 다분하다"면서 "법원 준항고(수사관의 처분을 취소 또는 변경해달라는 불복신청방법)를 통해 수사기관에 따져 물어야 할 문제로 보인다"고 했다.
▲ 뉴스타파 압수수색 마치고 떠나는 검찰 서울중앙지검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 검사를 비롯한 관계자들이 지난 9월 14일 오후 서울 중구 뉴스타파에서 대장동 허위 보도 의혹 관련 압수수색을 마치고 현장을 떠나고 있다. |
ⓒ 연합뉴스 |
검찰이 관련 보도를 '허위'로 규정하면서, 앞으로 전개될 수사 내용도 짜맞추기식 수사가 되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뉴스타파> 압수수색이 이뤄진 뒤, 언론 취재에 응했던 제보자가 검찰 조사에서 입장을 번복했다는 보도가 나온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자택 압수수색을 당한 한상진 <뉴스타파> 기자는 "(부산저축은행 의혹 보도와 관련된) 몇몇 사람이 진술을 번복했다는 기사가 나오고 있다, 기사 진위는 확인을 해봐야겠지만, (정보가 노출된) 취재원들이 검찰에 불려다니면서 조사를 받고 그런 상황을 검찰이 활용하고자 하는 목적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봉지욱 기자는 "(허위 보도를 입증할 증거는) 아무것도 나온 것이 없는데, 검찰이 자신들이 결론을 내리고 거기에 끼워 맞추는 수사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검찰은 언론인 압수수색을 백분 활용하고 있다. <경향신문> 기자 등에 대한 압수수색은 검찰 출입기자단에게 문자로 공지가 됐고, 당일 오후 검찰은 백브리핑 형식으로 출입기자들에게 수사 상황 등을 알렸다. 9월 뉴스타파 압수수색 역시 기자들에게 공지가 됐다.
검찰 압수수색을 보도한 연합뉴스와 뉴시스 등 주요 언론사들의 기사 제목을 보면 '대선 허위보도 의혹'으로 명시했다. "의도된 오보 정황이 확인됐다"는 검찰 관계자들의 말도 비중 있게 다뤄졌다. 압수수색 보도가 이어지면서, 검찰이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부실 수사했다는 의혹은 사실상 '가짜뉴스'로 취급받고 있다.
하지만 부산저축은행 부실수사 의혹의 경우, 의혹으로 보도할 만한 충분한 정황이 있었고, 진실 여부는 추가적인 검증, 취재를 통해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검찰이 해당 의혹을 '허위'로 규정했지만, 실제로 '허위' 보도를 입증할 구체적인 정황은 나오지 않고 있다.
대통령 영부인과 관련된 의혹을 제기해 수사기관으로부터 수차례 압수수색을 당했던 박대용 뉴탐사 기자는 "기자들의 휴대전화가 압수수색됐다고 알려지면 사건의 실체를 밝힐 수 있는 제보자들이 급격히 위축되고, 심지어 연락도 어려워지는 경우가 있다"면서 "휴대전화에 담긴 다양한 취재원들의 정보가 노출된다는 것도 취재에 부담이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현 정부 들어 언론인 수사 급증... 국제기자연맹도 우려
이번 저축은행 무마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들 외에도 현재 수사 대상이 된 언론사, 기자들은 수두룩하다. 무속인 천공의 관저 이전과정 개입 의혹을 제기한 뉴스토마토 기자 4명은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고,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의 배우자 로비 의혹을 보도한 YTN 기자들에 대해서도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과거 정부에서 언론인 수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 검언유착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채널A 이동재 기자(강요미수죄로 재판 넘겨졌으나 2월 무죄 선고)에 대한 수사와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하지만 이처럼 여러 언론사 기자들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와 압수수색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비판 언론을 수사로 입막음하려는 정부 행태는 이제 국제적인 비판 거리가 되고 있다. 국제기자연맹과 국제사무직노조연합 등 해외 언론 단체들은 한국 정부의 언론인들의 수사를 비판하면서 수사 중단을 강력 촉구하고 나섰다.
전 세계 60만 명의 언론인을 회원으로 둔 국제기자연맹(IFJ)은 지난 9월 뉴스타파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진 직후 별도 성명을 통해 "이번 압수수색과 언론사에 대한 조사는 한국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언론 자유 침해의 우려스러운 추세 중 가장 최근 사례"라며 "언론인 및 뉴스 매체에 대한 법적 괴롭힘을 비난하며 한국 정부가 즉시 모든 수사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국제사무직노조연합(UNI Global Union)도 지난 10월 전국언론노조와의 공동 기자회견문을 통해 "언론을 적으로 만들고 표현의 자유를 훼손하고 비판 보도를 침묵시켜 지지율을 높이려는 한국 정부의 언론 정책은 아시아에서 민주주의의 모델이 되어온 한국 민주주의의 쇠퇴를 예고하고 있다"며 "언론과 표현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양심적인 한국 시민과 언론 종사자들의 투쟁을 강력히 지지한다"고 밝혔다
▲ '김만배 인터뷰 보도 사태'에 대한 현업언론단체 긴급 기자회견이 지난 9월 7일 오후 서울 중구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주최로 열렸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
ⓒ 권우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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