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0만원 넘는 법인차 '연두색 번호판'으로 티나게…"그랜저는 괜찮아"

내년 1월1일부터 시행
슈퍼카 사적 유용 방지
일각선 '사각지대' 우려

내년 1월부터 8000만원 이상 법인 승용차에 '연두색 번호판'이 부착될 방침이다. 고가의 차량을 법인 리스로 구입해 사적으로 이용하는 행태를 방지하기 위한 정책이지만, 여전히 사각지대가 남아있어 정책 효과에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도 있다.

2일 국토교통부는 법인 승용차 전용 번호판 도입을 위한 '자동차 등록번호판 등의 기준에 관한 고시' 개정안을 오는 23일까지 행정예고하고 내년 1월 1일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법인차에 적용되는 전용 번호판 도입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 및 국정과제이기도 했다.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SVJ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일명 '법인 슈퍼카'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법인 명의로 고가의 외제차를 구입하거나 리스한 뒤, 기업 오너나 그 가족이 사적으로 유용하는 문제는 지속해서 지적돼 왔다.

실제 국내에서 외국산 고급차가 법인차로 등록되는 사례는 매우 흔하다. 지난 1~5월 법인이 1억5000만원을 초과하는 초고가 수입차를 구매한 사례는 9118대로, 전년 대비 19% 증가했다. 같은 시기 국내 전체 수입차 판매액은 4% 줄었다.

게다가 법인차는 연간 최대 1500만원의 경비처리(세금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법인차의 사적 유용은 업무상 횡령, 배임 혐의 등을 받을 수 있으나 이를 일일이 감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법인차 전용 번호판은 이런 문제를 차단할 대책이었던 셈이다.

출고가 8000만원 이상만 해당…실질적 효과 의구심

내년부터 적용되는 연두색의 법인차 전용 번호판.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다만 내년 시행될 전용 번호판 정책의 실질적인 효과를 두고 의구심을 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우선 새 제도는 출고가 8000만원 이상 차량을 대상으로 한다. 8000만원 미만인 법인차 상당수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차량가액 수억원을 호가하는 '슈퍼카'는 막을 수 있더라도, 대부분의 경차나 중고차 시장에 매물로 나온 외제 고급차 등은 제도를 우회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공약의 취지는 고가 법인차의 사적 사용 방지"라며 "국민들이 통상 고급 차량으로 인식하는 대형 승용차의 평균 가격대를 기준으로 삼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해당 제도는 내년 1월1일 등록되는 차량부터 대상으로 한다. 이에 대한 '풍선 효과'를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새 번호판 적용을 피하기 위해 올해 하반기 법인차 등록 대수가 급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에 대해선, 법인차는 통상 3~4년 주기로 교체되기에 차량 교체 시점에 새 번호판을 적용하면 된다는 게 국토부의 판단이다.

올해 가장 많이 팔린 법인차는 '그랜저'

현대 그랜저

올해 국내서 법인 명의로 팔린 차종 가운데 가장 많이 판매된 모델은 현대자동차의 그랜저다. 풀옵션 가격은 약 6000만원 수준이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8월 국산 법인차 상위 10개 모델 판매량은 3만4050대다. 지난해 같은 기간 3만2941대보다 3.4%(1109대) 소폭 늘었다.

최다 판매 모델은 현대차의 대표 세단 그랜저로, 법인에만 모두 5619대 팔렸다. 지난해 11월 7세대 모델로 돌아온 그랜저는 개인판매를 포함한 전체 판매량도 8만2760대로 전체 1위를 차지했다. 월평균 1만대 이상씩 팔린 것이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