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대격돌, FA컵 우승컵 놓고 포항과 전북의 '빅뱅'
[곽성호 기자]
▲ 지난달 28일, 전주 월드컵 경기장에서 리그 마지막 맞대결을 펼친 전북 현대와 포항 스틸러스 |
ⓒ 한국프로축구연맹 |
2023시즌 K리그 우승팀이 울산 현대로 확정된 가운데 오는 4일, 국내 축구 최강자를 가리는 FA 컵 우승을 놓고 10년 만에 만나는 전북 현대와 포항 스틸러스가 치열한 자존심 싸움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3월, 2023시즌 FA 컵 1라운드 경기를 시작으로 대회에 참가했던 56개의 팀이 4강까지 6경기를 치른 가운데 전북 현대와 포항 스틸러스만이 생존했다. 이번 FA 컵 결승전은 단판 승부로 왕좌의 자리를 가리게 된다. 지난 1일 열렸던 4강 대진에서 전북은 인천을 포항은 제주를 꺾은 가운데 오는 11월 4일 오후 2시 15분, 포항의 홈 경기장인 스틸야드에서 경기를 치르게 된다.
10년 만의 대격돌, 양 팀이 우승이 간절한 '이유'
10년 만에 FA 컵 결승 무대에서 다시 만난 포항과 전북이다. 지난 2013년 10월 19일, 전주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렸던 FA 컵 결승전에서는 최강희 감독(산둥 타이산)이 이끄는 전북 현대와 황선홍 감독(올림픽대표팀)의 포항 스틸러스가 우승 타이틀을 놓고 치열한 열전을 펼친 바가 있다.
당시 단판 승부로 진행됐던 경기에서 포항은 현재 주장으로 활약하고 있는 김승대가 전반 23분 선제골을 기록하며 앞서갔으나 곧바로 전북에서 활약하던 김기희(울산)에 동점 골을 허용했다. 이후 전 후반 90분 동안 승부를 가리지 못했던 양 팀은 승부차기까지 가는 혈투 끝에 포항이 전북을 제압하며 FA 컵 우승을 일궈냈다. FA 컵에서 일찌감치 우승을 차지하며 웃었던 포항은 해당 시즌 리그에서도 울산 현대를 상대로 극적인 역전 우승을 기록, K리그 구단 최초 '더블'이라는 기록을 작성하며 자존심을 세웠다.
10년이 지난 2023시즌, 포항은 여전한 강팀이지만 최근 우승 기록은 여전히 2013시즌에 머물러 있다. 2015시즌 종료 이후 포항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황선홍 감독이 자진 사임 후 최진철-최순호 감독을 거치며 좀처럼 힘을 내지 못했던 포항은 2019시즌 중반 수석 코치에서 감독으로 승격된 김기동 감독의 지휘 아래 예전의 영광을 재현하려 한다. 김기동 감독 부임 이후 리그에서 9위를 기록했던 2021시즌을 제외하고 상위권에서 벗어난 적이 없는 포항은 2021시즌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무대에서 결승 무대를 경험, 김 감독 체제에서 두 번째 결승 무대를 밟게 됐다.
이번 시즌 극적인 리그 우승을 노렸으나 후반기에 승점 관리에 실패하며 울산에 우승을 내준 포항은 10년간 이어진 무관의 늪에서 빠져나오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전북 역시 10년 전 안방에서 포항에 우승 타이틀을 넘겨줬던 아픔을 복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절호의 기회를 잡은 전북이지만 더욱이 승리가 간절한 이유는 바로 무관 위기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2012시즌과 2013시즌 리그와 FA 컵,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우승컵을 획득하지 못한 전북은 2014시즌 리그 우승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매년 각종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자존심을 세웠다. 지난해 리그 우승을 울산에 내줬으나 FA 컵에서 FC 서울을 제압하고 우승 타이틀을 획득하며 유종의 미를 거둔 바가 있다. 이번 시즌 역시 리그에서의 심각한 부진 속 제대로 된 우승 경쟁에 발도 들이지 못했던 전북은 FA 컵을 통해 자존심 회복에 나선 상황이다.
이번 결승 무대에서 승리를 기록하게 되면 전북은 수원 삼성을 제치고 FA 컵 최다 우승팀(현 5회)으로 도약이 가능한 상황이며 통산 FA 컵 4회 우승을 기록하고 있는 포항은 전북을 상대로 우승컵을 쟁취하게 된다면 전북-수원과 최다 우승팀 공동 1위에 오르게 되는 기회를 잡게 된다.
포항과 전북이 각각 승리를 간절하게 원하는 가운데 이번 시즌 전북은 포항을 상대로 단 한 차례도 승리를 기록하지 못하며 징크스에 시달리고 있다. 리그에서 총 4차례 격돌했던 포항과 전북은 포항이 전북을 상대로 3승 1무의 압도적인 전적을 기록하며 리그에서 만남을 종료했다. 최근 맞대결 전적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줬던 포항이지만 최근 흐름을 놓고 보면 전북이 가파른 상승 폭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리그 5경기에서 3승 1무 1패의 성적을 기록하며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온 전북은 항저우 아시안 게임 축구 대표팀 5인방(김정훈, 박진섭, 백승호, 송민규, 박재용)의 가세로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반면 포항은 최근 리그 5경기에서 4무 1패의 성적을 기록하며 부진의 늪에 빠졌고 3위 광주 FC에 승점 3점 차이로 추격을 허용하며 리그 2위 자리마저 위태로운 상황이다.
10년 만에 다시 만난 포항과 전북이다. 승리할 이유와 명분이 가득한 양 팀은 외나무다리에서 단판 승부로 우승컵의 주인을 가리게 된다. 분위기는 이미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3일 0시 기준, 전북 팬들이 떠나오는 원정석은 이미 매진으로 좌석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이며 홈 좌석 역시 2581석을 제외한 모든 좌석이 동이 난 상황이다. 반드시 승리라는 목표를 가진 전북과 포항의 FA 컵 결승전의 승자는 누가 될까? 오는 4일(토) 이들의 뜨거운 대격돌을 주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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