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우승까지 오른 BNK, 남은 고지는 하나뿐
[양형석 기자]
프로스포츠에서 신생구단이 리그에 적응해 강팀으로 도약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KBO리그의 kt 위즈는 2013년에 창단해 2015년부터 1군 리그에 참가했지만 처음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시즌은 2021년이었다. 지난 2008년 우리캐피탈 드림식스로 창단해 2013년 팀을 인수한 V리그 남자부의 우리카드 우리원도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기까지 10년, 챔피언 결정전 무대를 밟기까지는 12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지난 2019년에 창단한 BNK 썸은 창단 후 4번째 시즌이었던 2022-2023 시즌에 처음으로 챔프전에 진출했다. 물론 BNK는 순수 신생팀이 아닌 KDB생명 위너스를 인수해 창단한 팀이지만 KDB생명은 해체 직전이었던 2017-2018 시즌 22연패를 포함해 4승 31패로 WKBL 역대 최저승률의 불명예를 썼다(2018-2019 시즌은 인수구단이 나타나지 않으면서 한국여자농구연맹에서 OK저축은행의 스폰서를 받아 위탁운영을 했다).
하지만 일부 농구팬들은 지난 시즌 BNK의 준우승을 평가절하 하기도 한다. 지난 시즌엔 WKBL의 '양강' 중 한 축이었던 KB스타즈가 '보물센터' 박지수의 부상 등으로 고전하며 5위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시즌은 BNK가 농구팬들에게 자신들의 진정한 실력을 보여주는 시즌이 될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과연 BNK는 이번 시즌에도 좋은 성적을 올리며 지난 시즌의 준우승이 우연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을까.
▲ 이소희는 지난 시즌을 통해 리그에서 가장 위력적인 3점슈터로 성장했다. |
ⓒ 한국여자농구연맹 |
2019년 4월 부산을 연고로 창단한 BNK는 유영주 감독을 초대 감독으로 선임하고 2019-2020 시즌부터 곧바로 리그에 뛰어 들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조기 종료됐던 2019-2020 시즌 10승 17패로 6개 구단 중 5위를 기록한 BNK는 2020-2021 시즌 5승 25패의 부진한 성적으로 최하위에 머물렀다. WKBL 역대 두 번째 여성감독이자 현역 선수 출신 최초의 감독이었던 유영주 감독의 시대는 그렇게 초라하게 막을 내렸다.
BNK는 과감하게 여성감독을 초대 사령탑으로 선임했다가 쓴맛을 봤지만 2021년 3월 또 한 명의 여성 지도자인 박정은 감독을 2대 감독으로 선임했다. 박정은 감독은 삼성생명 블루밍스에서만 선수 및 코치생활을 했지만 BNK의 연고지인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인물이었다. 그리고 BNK는 박정은 감독의 '취임 선물'로 트레이드를 통해 혼혈선수 김한별을 영입했고 FA시장에서는 슈터 강아정과 계약했다.
김한별과 강아정은 이적 첫 시즌 각각 9.00득점 5.78리바운드, 5.95득점 2.19리바운드로 다소 아쉬운 활약에 그쳤다. 하지만 젊은 가드콤비 안혜지와 이소희가 부쩍 성장하면서 '디펜딩 챔피언' 삼성생명을 한 경기 차이로 제치고 창단 세 번째 시즌에 처음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하지만 BNK는 플레이오프에서 KB에게 2패를 당하며 탈락했고 시즌이 끝난 후에는 강아정이 은퇴를 선언하며 전력이 약화되는 듯 했다.
하지만 BNK는 작년 FA시장에서 1998년생의 젊은 포워드 한엄지를 영입해 전력약화를 막았다. 그리고 BNK는 지난 시즌 13.19득점 8.85리바운드로 부활한 김한별과 안혜지, 이소희, 진안으로 이어지는 '국가대표 3인방'의 활약에 힘입어 17승 13패의 성적으로 정규리그 2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플레이오프에서 주력 가드들이 부상으로 이탈했던 삼성생명에게 2연승을 거두며 창단 후 처음으로 챔프전에 진출했다.
챔프전에서 정규리그 우승팀 우리은행 우리원을 만난 BNK는 힘과 경험의 차이를 실감하며 3연패로 우승도전에 실패했다. 하지만 BNK의 정규리그 2위와 챔프전 준우승은 농구팬들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기대 이상의 성적이었다. 박정은 감독 역시 부임 두 시즌 만에 BNK를 챔프전으로 이끌며 "스타 선수 출신은 지도자로 성공하기 힘들다"와 "여성감독은 성공하기 힘들다"는 스포츠의 2가지 고정관념을 깨는데 성공했다.
▲ 좋은 신체조건을 가진 한엄지가 조금 더 성장하면 이번 시즌 BNK의 전력은 부쩍 강해질 수 있다. |
ⓒ 한국여자농구연맹 |
종목을 막론하고 전 시즌 준우승팀은 다음 시즌엔 자연스럽게 우승을 노리기 마련이다. 한채진의 은퇴로 리그 최고령 선수가 된 김한별을 제외하면 주력 선수 대부분이 전성기 구간에 접어드는 20대 중반 선수들로 구성된 BNK 역시 당연히 우승을 목표로 이번 시즌을 준비했다. 아직은 젊은 팀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BNK는 2021-2022 시즌 플레이오프 진출에 이어 지난 시즌에는 챔프전까지 경험하면서 경험치도 쌓였다.
170cm의 단신 슈팅가드 이소희는 지난 시즌 16.87득점(3위) 4.4리바운드 2.4어시스트 1.4스틸(7위)을 기록하며 명실상부한 리그 정상급 슈팅가드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정규리그 30경기에서 37.6%의 성공률(3위)로 77개의 3점슛을 적중시키면서 5시즌 연속 3점슛 1위를 기록하던 강이슬(KB,56개)을 제치고 새로운 3점슛 여왕에 등극했다. 이번 시즌에도 이소희와 강이슬의 3점슛 대결은 가장 흥미진진한 개인 타이틀 경쟁이 될 전망이다.
164cm의 불리한 신체조건에도 2020 도쿄올림픽과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연속으로 출전했던 포인트가드 안혜지는 지난 시즌 10.50득점 3.7리바운드 9.0어시스트를 기록하며 개인 통산 4번째 어시스트 여왕에 올랐다. 다만 안혜지의 최대 약점으로 지적되는 3점슛은 지난 시즌에도 단 17.9%의 성공률에 그쳤다. 만약 안혜지가 이번 시즌에도 외곽슛의 약점을 극복하지 못하면 상대는 안혜지의 외곽을 버리는 수비를 펼칠 것이다.
BNK가 지난 시즌 강아정의 대안으로 영입한 180cm의 장신포워드 한엄지는 8.67득점 5.8리바운드로 공수에서 다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데뷔 후 가장 많은 리바운드를 잡아냈지만 나머지 기록들은 크게 돋보이지 못했고 무엇보다 2019-2020 시즌 38.8%까지 끌어 올렸던 3점슛 성공률이 24.1%까지 떨어졌다. 한엄지는 장기적으로 BNK의 핵심포워드로 활약해야 하는 선수인 만큼 이번 시즌 반드시 성장과 도약이 필요하다.
BNK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김시온을 하나원큐로 보내는 트레이드를 단행했고 이사빈은 현역 은퇴를 선택했다. 지난 5월 무상 트레이드를 통해 박다정, 최서연을 영입했지만 확실한 전력보강이라고 보긴 힘들다. 하지만 BNK의 젊은 선수들이 그동안 쌓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층 성장한 기량을 보여준다면 그 어떤 외부영입보다 확실한 전력상승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는 박정은 감독과 BNK팬들이 이번 시즌 가장 '믿는 구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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