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맴의 끝에서 ‘새삼스레’ 찾은, 우지원의 음악적 자아 [D:인디그라운드(167)]

박정선 2023. 11. 3.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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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각자의 경험과 시련을 통해 성장하고 그 과정에서 자아를 찾아 나간다. 어려운 순간들은 가끔 사람을 주저앉게 하지만, 동시에 이 과정을 잘 버티고 일어서면 사람을 더 강하게 만든다.

2016년 어쿠스틱 팝 듀오 헤일(HAIL)로 데뷔한 가수 우지원은 솔로 아티스트로서 자신을 대중 앞에 내놓았고, 그 과정에서 음악적 회의도 느꼈다. 그럼에도 그는 데뷔 이후의 7년을 ‘잘 헤매고 있었다’고 표현한다. 헤맴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은 결국 자아를 찾고, 나아갈 방향을 발견한다. 우지원 역시 헤맴의 끝에서 내놓은 첫 정규 앨범 ‘새삼스레’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본인 제공

-이번 첫 정규앨범 ‘새삼스레’는 어떤 앨범인지 소개해주세요.

‘새삼스레’는 정말이지 말 그대로 새삼스레 발견한 익숙함들에 대한 앨범입니다. 앰비언트와 포크가 결합된 생생한 일상들을 사운드로 표현하는데 집중했고요. 편하고 따뜻한 무드지만 어딘가 독특한 가시들을 구석구석 넣어서 재밌는 음악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이 앨범을 만들고자 한 계기가 있을까요?

4년 정도 있던 레이블을 나오게 되면서 음악적으로 고민이 많았어요. 어딘가 계속 헤매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수구도 막힌걸 뚫어내려면 강력한 화학물질이 필요하듯, 제 안에 어떤 마구 엉켜있는 것들을 녹아내리게 하려면 혼자 있어야 했어요. 아무것도 의지할 것이 없어야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작용이 시작된다고 느낀 것 같아요. 그래서 레이블도 나오고, 공연도 중단하고, 혼자 작업실에서 내리 음악만 듣다가 앨범의 힌트를 찾았습니다. 내 몸 밖의 것을 좇느라 헤매고 있던 거였어요. 내 몸이 오랫동안 체득한, 익숙하고도 자신있는 것들을 한 번도 능숙히 표현해보지 못한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여기까지 왔네요. ‘아 나는 이런 걸 잘 했었지’ 깨달으면서 트랙들을 하나씩 쑥쑥 풀어나갔습니다.

-정확히 ‘이걸 것’이 무엇일까요?

지금 어떻게 답변해도 미래의 제가 후회할 것 같은데요(웃음). ‘네까짓 게 뭘 잘해 너 그거 사실 못하는 거였다고!!’라며 이불을 차고 있을 게 분명하네요. 하하. 그래도 지금으로서는 제 목소리와 가사가 가장 자신 있는 부분이에요. 미디로 이런 것 저런 것들, 세상에 없는 소리를 내본지 좀 됐지만, 어쩐지 아직은 몸으로 내는 소리들이 더 익숙하고 자연스러워요. 특히 영어 가사들에 조금 신물이 난 것 같기도 해요. 20년 넘게 써온 한국어가 당연하게도 가장 잘 구사하는 언어인데, 그럴듯해 보이려고 영어를 썼던 시간들이 어딘가 저를 더 복잡하게 만들었던 것 같아요. 이렇게 하나씩 부자연스러운 것들을 걷어내니 가장 익숙한 요소들로만 채운 제가 보였고, 이대로 하나하나 적어 내려갔더니 앨범이 된 것 같아요.

-‘사랑한다 말했지’ ‘블루를 한꺼번에 삼키는 느낌’ 두 곡을 타이틀로 내세웠죠.

원래 ‘사랑한다 말했지’는 트랙 중에 가장 처음으로 쓴 곡이기도 하고, 데모로 먼저 유튜브에 공개했을 때 반응이 좋았어요. 늘 티격태격하는 백현진 씨도 ‘이거 좋다’면서 인정해주신 노래여서 더더욱 확신이 들었고요. 그러고 나서 더블 타이틀 후보곡들이 여러 개 있었는데 그중에 ‘블루를 한꺼번에 삼키는 느낌’은 없었어요. 사실 수록곡으로 넣을 생각으로 제일 러프하게 작업한 곡이에요. 즉흥으로 아이폰 녹음으로요. 그런데 가장 러프한 곡이다 보니 영상은 반대로 가장 힘을 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제가 항상 멋있게 여기던 디자이너 겸 아티스트 비키의 안무를 넣은 영상을 기획하게 됐는데 생각보다 너무 잘 나온 거예요. 그래서 이 곡에 대한 애정도가 후천적으로 높아지면서 타이틀 자리까지 꿰차게 됐네요.

ⓒ본인 제공

-앨범을 작업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이 있다면? 또 결과적으로 그 부분들이 잘 담겼는지, 스스로의 만족도도 궁금하고요.

팬시하지 않기. 욕심이 너무 많은 저라서 시간이 지날수록 처음 데모와는 다르게 악기 구성도 많아지고 믹싱도 꽉꽉 채우게 되더라고요. 계속해서 데모처럼 만드는 것이 기준이라면 기준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사실 반반이에요. 데모랑 비슷하면서도 더 기괴하고 오묘한 느낌이 됐거든요. 만족도는 항상 절반 정도인 것 같네요. 최선을 다했지만, 분명 더 잘할 수도 있었을 거라 생각해요.

-앨범 작업 과정에서 힘든 점은 없었나요?

너무 많은데 얘기 안 할래요(웃음). 음악만 드러났으면 좋겠거든요.

-수록곡 중 가장 아픈 손가락 같은 곡이 있다면?

‘못 됐어’요! 사실 이 친구는 부를수록 슬퍼요. 지난 앨범의 아픈 손가락인 ‘러브 킬스 미’(love kills me) 같은 곡이에요.

-앨범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었나요?

딱히 그런 것도 없는 것 같아요. 그냥 제 명함을 만들고 싶었어요. 대중 분들도 각자 잘 후첨해서, 배고플 때 먹고 싶은 것들로 꺼내 드세요(웃음).

-이번 정규 앨범이 우지원 씨, 본인에겐 어떤 의미로 남을지도 말씀해주세요.

이제는 조금 더 자유롭게 어디로든 갈 수 있는 내실이 되는 앨범이 된 것 같아요. 제가 어떻게 더 다양해질지 저도 제가 기다려져요.

-이번 앨범 ‘새삼스레’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후회하지 않기!

ⓒ본인 제공

-우지원씨하면, ‘싱어게인’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죠.

그저 어떻게 해서든지 사람들 눈에 들어야겠다는 생각에 임했던 것 같아요. 섭외가 와서 가벼운 마음으로 임했는데 덜컥 방송에 나오게 됐네요.

-방송 이후 아쉬움이 남는 지점이 있는지도 궁금해요.

잘 부르는 모습을 못 보여줘서 내내 아쉬움이었는데 지금은 ‘싱어게인’에서의 모습으로 시작한 것도 꽤 멋있는 출발선이었던 것 같다고 생각해요. 어제도 검색해서 돌려보고 혼자 깔깔대며 웃었네요.‘“금발머리, 뭘 그렇게 두려워하시나 껄껄’ 하면서요

-대중적으로 알려진 건 얼마 되지 않았지만, 벌써 데뷔 7년차가 됐어요.

7년 동안 잘 헤매고 있는 것 같아요. 음악을 돈 버는 목적으로 생각했던 때도 있었는데 그 잘못된 길에서 나와 이제는 음악을 존경하는 데에 제 인생을 바치기로 마음 먹었어요. 하루라도 음악에 써먹히지 않으면 잘 못 살았다는 느낌이 들어요. 이러기까지 7년이 걸렸군요. 참 알다가도 모를 인생이네요. 산다는 건 너무 고달프지만 정말 중독적이에요.

-데뷔 당시엔 듀오 헤일(HAIL)로 처음 활동을 시작했어요. 솔로 가수로 방향을 틀게 된 이유가 있나요?

헤일로 활동할 때는 어쿠스틱 장르로 사랑을 받고 있었고, 아무래도 그 틀을 제 개인적인 욕심으로 깰 수는 없었어요. 저는 무대를 헤집고 다니고 싶은 꿈이 있었는데 계린이는 그런 친구는 아니었기에, 제 다른 트랙을 만들기 위해 솔로를 시작했습니다.

-7년의 시간 동안, 가장 버티기 힘들었던 순간은?

지난 앨범 ‘아미 오브 미’(Army of Me)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이번 앨범을 시작하기 직전까지 엄청 암울하긴 했어요. 앞서 말했던 고여서 썩어있던 제 음악적인 무지함들이 수면 위로 올라왔기 때문이에요. 덕분에 도 닦듯 음악 공부할 수 있어서 사실 꼭 필요한 시기이긴 했지만요.

-슬럼프를 이겨내고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면?

그냥 음악을 듣기를 포기하지 않은 것. 존경할만한 뮤지션들이 아직 많다는 것.

-우지원씨의 향후 활동 방향성도 궁금합니다.

음악으로 꼭 뭔가를 이루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제 기반이 되는 믿음인 듯해요.

-대중에게 ‘우지원’이라는 가수가 어떤 가수로 불려지길 원하실까요?

대중이 아니라 한 개인에게 의미가 되고 싶어요. 제 이름은 사실 못 외우셔도 돼요. 제 음악만 좋아해 주셔도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음악적으로 많은 고민을 했던 것 같은데요, 최근 우지원씨의 가장 큰 음악적 고민이 있다면요?

어떻게 하면 과하지 않지, 어떻게 하면 가득 채워지되 잔뜩 비어있지, 어떻게 하면 내가 없어지고 듣는 사람들만 남기지 등의 생각들을 매일 고민하는 것 같아요. 고민의 끝에는 내가 즐거워지자. 내가 아쉬울 것이 없는 사람이 되자는 변모한 생각들로 귀결되네요. ‘내가 잘 있어야 내 음악이 잘 살아있지’하면서 운동하고 잘 먹고 그렇게 되네요(웃음).

-가수 우지원, 사람 우지원으로서의 최종 목표도 들려주세요.

아무것도 아쉬울 것이 없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다 가지지 못해도 아쉽지 않도록 더 잔뜩 영혼의 부자가 되도록 힘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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