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3만 방류했는데 17마리만 살았다"…명태 살리기 10년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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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간 명태 15~20마리 잡아
3.66t급 동진호 선장 한동희(61)씨는 지난 9월 10일 강원도 고성군 죽왕면 공현진항에서 12㎞ 떨어진 해역까지 진출했다. 명태를 잡기 위해서였다. 그가 들어 올린 그물에는 명태 6마리가 걸려 올라왔다. 2마리는 40㎝ 정도로 제법 컸고, 4마리는 25㎝였다. 이틀 뒤인 12일엔 토성면 아야진항에서 4㎞ 떨어진 해역에서 명태 7마리를 잡았다.
한씨는 매달 두 차례 해양수산부 산하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 연구원과 함께 명태를 잡는다. 명태 포획은 2019년부터 금지돼 있는데 동진호는 자연산 명태 또는 양식을 위해 방류한 명태 모니터링 차원에서 명태잡이를 하고 있다.
한씨는 “40년 전에는 온 바다가 명태 천지였고 1990년대 말까지 해도 한 번 나가면 2000~6000마리는 잡았다”며 “요즘은 조사 차원에서 한 달에 두 차례 나가 총 15~20마리 잡는 게 전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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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부터 사실상 명태 사라져
명태 어획량은 1960년 1만3508t에 달했다. 1970년 9297t, 1980년엔 2만2415t까지 치솟기도 했다. 하지만 기후변화와 새끼 명태인 노가리 남획 등으로 1990년 7671t까지 급감하더니 2000년부터 1000t이하, 2007년부터 사실상 사라졌다.
이에 해양수산부와 강원도 한해성수산자원센터 등은 2014년부터 ‘명태살리기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당시 해수부는 ‘2020년까지 국산 명태를 식탁에 올리겠다’고 했다. 명태 완전양식 기술을 개발해 대량생산 기반을 구축, 육상에서 키운 치어를 바다에 대량 방류한다는 구상이었다.
치어가 동해에서 어미 명태로 자란 뒤 알을 낳는 일이 반복되다 보면 명태가 다시 늘어날 것으로 봤다. 실제 2016년 명태 완전양식에 성공하면서 방류량을 대폭 늘렸다. 2017년에 30만마리를, 2018년엔 91만 마리를 공현진 앞바다 등에 방류했다.
또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20만 마리 이상을 바다로 내보냈다. 현재까지 방류한 명태는 총 183만7000마리에 달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생사가 확인된 방류 개체는 17마리가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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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살리기 프로젝트 실패에 가까워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명태살리기 프로젝트는 실패에 가깝다. 우선 2020년까지 동해에서 잡힌 명태를 식탁에 올려놓겠다는 해수부 계획은 실현되지 않았다. 여기에 포획되는 명태가 거의 없어 그동안 방류한 치어가 동해 일대에 서식하고 있는지도 불확실하다.
여기에 매년 명태를 방류해오던 한해성수산자원센터는 올해 방류하지 않았다. 한해성수산자원센터 관계자는 “아직 (어류동에서 자라고 있는) 명태 크기가 작아 10㎝ 정도까지 키운 뒤 방류할 계획”이라며 “조금 더 키워서 바다로 내보내면 생존율이 지금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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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분석 바탕 정책 수립 필요한 때
연구 결과를 보면 1980년대 후반 동해안 명태 산란지 수온은 80년대 초반보다 약 2도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로 인해 차가운 물에 사는 한류성 어종인 명태 산란 장소가 줄었다고 봤다. 명태는 추운 겨울 수심이 얕은 연안에 알을 낳는다. 주요 산란 해역은 원산만 인근이었다. 그런데 그 지역까지 따뜻한 물이 더 많이 올라가 산란지가 북쪽으로 올라갔다.
또 동해 남쪽에서 북쪽으로 올라오는 ‘동한난류’가 강해지면서 연안으로 유입되는 어린 명태(유생) 수도 줄었다. 연구팀이 입자 추적 모델을 통해 분석한 결과 1980년대 후반 산란지에서 동해안 서식지로 이동한 유생 수는 80년대 초반보다 74% 감소했다. 연구팀은 수온 상승과 해류 변화가 대구나 도루묵과 같은 다른 한류성 어종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봤다.
조양기 교수는 “기후 변화로 인한 수온 변화가 명태를 포함한 많은 수산물에 영향을 줬다"라며 "과학적인 바다 환경 분석에 근거한 해양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성=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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