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무 파이트클럽] 프란시스 은가누 효과...링과 옥타곤 경계가 사라진다
이은경 2023. 11. 3. 07:35
프로복싱 WBC 헤비급 챔피언 타이슨 퓨리(35·영국)와 종합격투기 UFC 전 헤비급 챔피언 프란시스 은가누(37·카메룬)의 복싱 대결이 일으킨 후폭풍은 어마어마하다.
결과는 모두가 알다시피 퓨리가 판정승을 거뒀다. 심판전원일치가 아닌 2-1 스플릿 판정승이었다. 경기 전 누구도 이런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다. 지구 최강 복서로 인정받았던 퓨리는 자존심에 큰 상처를 받았다. 은가누의 주먹을 맞고 쓰러지는 순간 퓨리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스스로도 이런 상황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듯했다.
판정 결과가 나왔을 때 관중석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야유를 보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은 당연히 은가누가 이겼다고 생각했다. SNS 상에서도 판정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종합격투기 선수와 관계자들은 복싱의 판정시스템을 대놓고 조롱했다. 반면 복싱 쪽에선 “제대로 망신당했다”는 자조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공식적인 결과와 상관없이 승자는 은가누와 종합격투기였다.
이번 은가누의 복싱 도전은 복싱과 종합격투기의 콜라보를 가속화시키는 도화선이 될 전망이다. 링과 케이지의 경계가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복싱과 격투기의 결합은 제법 오래된 얘기다. 그 시초는 1976년 전설의 헤비급 복서 무하마드 알리와 일본의 레전드 프로레슬러 안토니오 이노키의 ‘이종(異種)격투기’ 경기였다. 이는 오늘날 종합격투기가 아니라 서로 다른 무술끼리 맞붙는 순수한 이종격투기였다.
경기 내내 알리는 선 채로 이노키를 도발했고, 이노키는 드러누워 발차기만 거듭했다. 종합격투기에 대한 인식이 없었던 당시에는 지루하고 우스꽝스러운 대결이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하지만 오늘날 기준으로 볼 때는 다른 무술을 연마하지 않은 순수한 복서와 레슬러가 실전 싸움을 벌일 때 어떤 그림이 나오는지 잘 보여준 교과서 같은 경기였다.
일본 입식타격기 대회 K-1이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누렸던 1990~2000년대는 복서들의 도전이 잇따랐다. WBO 헤비급 챔피언을 지냈던 레이 머서와 섀넌 브릭스(이상 미국), IBF 헤비급 챔피언 프랑소와 보타(남아공) 등이 K-1에 진출해 킥복서들과 대결했다. 이들은 대부분 전성기가 훨씬 지난 시점에서 K-1에 뛰어들었다. 큰 실패만 맛본 뒤 조용히 사라졌다. WBA 슈퍼페더급 챔피언 출신인 최용수도 K-1에서 일본 킥복서 마사토와 경기를 치러 무참히 졌다.
최근에는 종합격투기 선수들의 복싱 도전이 줄을 잇고 있다. 그 시작은 UFC 최고의 흥행메이커 코너 맥그리거(아일랜드)였다. 2016년 8월에 열렸던 ‘무패 복싱 챔피언’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미국)와 가진 복싱 대결에서 맥그리거는 10라운드 TKO패를 당했다. 그 경기를 본 관계자와 팬들은 역시 ‘종합격투기 선수가 복싱으로 싸우는 것은 무리’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후에도 UFC 전 웰터급 챔피언 타이슨 우들리(미국)와 UFC에서 맥그리거를 이겼던 네이트 디아즈(미국) 등이 복싱에 도전했지만 모두 패했다. 이들의 상대는 2000만 이상 구독자를 자랑하는 복싱 유튜버 제이크 폴이었다. 그는 전문복서이기는 하지만 정상급 실력은 결코 아니다. 그럼에도 UFC에서 최정점을 찍었던 선수들이 하나같이 제이크 폴에게 당했다. 종합격투기와 복싱은 전혀 다른 영역임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은가누는 그런 고정관념을 무참히 깼다. 은가누의 선전은 종합격투기가 언젠가 복싱까지 집어삼킬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이었다.
은가누는 석연찮은 판정패라는 결과와 상관없이 많은 것을 얻었다. 그동안 UFC에서 벌어들은 총 대전료의 몇 배에 달하는 1000만 달러(유료 TV 구매 수익은 별도)를 벌어들었다. 그전까지 은가누가 한 경기에서 받았던 가장 많은 개런티는 60만 달러였다. 퓨리와 경기를 마친 뒤 마우리시우 슐레이만 WBC 회장은 “은가누를 헤비급 랭킹 10위 안에 올리겠다”고 밝혔다.
고국 카메룬에서 막노동을 하면서 어렵게 살다가 프랑스로 이주해 27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격투기를 시작한 은가누는 프로복싱에서 본격적으로 활약할 발판을 마련했다. 지금 은가누의 명성이라면 종합격투기에서도 큰돈을 벌 수 있다. 하지만 프로복싱 빅매치는 흥행 레벨이 다르다. 막대한 돈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는 점만으로도 은가누는 진정한 승자다.
종합격투기 선수들이 복싱에 자꾸 눈을 돌리는 이유도 돈이 결정적이다. 최고의 무대라 할 수 있는 UFC에서 톱클래스로 인정받는 선수는 경기당 50만 달러에서 최대 300만 달러 정도의 파이트머니를 받는다. 반면 프로복싱은 빅매치의 경우 수백만 달러 대전료는 기본이다. 한 경기에 1000만 달러가 넘는 대전료가 오가기도 한다. 종합격투기 선수들이 복싱 무대에 군침을 흘릴 수밖에 없다.
복싱계도 종합격투기 선수들의 도전을 반기고 있다. 최근 복싱은 새로운 스타의 부재에 허덕이고 있다. 특히 미국 복싱 시장의 경우 좋은 자원들이 종합격투기 쪽으로 흘러가면서 주도권을 유럽에 빼앗겼다. 그나마 멕시코 등 중남미계 복싱 스타들이 흥행을 이끄는 실정이다. 그런 상황에서 UFC 등에서 이미 이름을 알린 스타 파이터들이 복싱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복싱계에서도 반가운 일이다.
이데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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